(왼쪽부터) 박지성-이청용. 스포츠동아DB
짧은 지면으로 궁금증들을 모두 해소하긴 어렵겠지만 적어도 다음의 몇 가지 원칙만 알아도 실수를 크게 줄일 수 있을 것이다.
첫째, 축구를 목적으로 한 해외유학은 원칙적으로 불가능하다. 국제축구연맹(FIFA)은 18세 미만 선수의 국제이적을 엄격히 금하고 있다. 따라서 축구유학을 간다면 일반 유학생 신분으로 현지에 가서 ‘취미활동’으로 클럽에 들어가 축구를 하는 수밖에 없다. 영국을 비롯, 유럽에는 이런 형태의 축구유학생들이 많은데, 문제는 국제이적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현지 클럽에 선수등록이 안된다는 사실이다. 따라서 공식경기 출전은 어렵고 훈련과 연습경기만 참가가 가능하다.
훈련과 연습경기만으로 선진축구를 습득한다는 것은 대단히 어렵다. 물론 방법이 아주 없는 건 아니다. 가족의 이민으로 선수가 부모를 자연스럽게 따라가거나, 5년 이상 장기체류 기간을 거쳐 영주권을 받게 되는 경우 18세 미만이라도 국제이적이 허용되지만 문제는 실현가능성이 희박하다는 점이다.
둘째, 유럽에서 프로선수가 되려면 취업비자를 받아야하는데 이 또한 보통 일이 아니다. 잉글랜드의 경우 비유럽 선수들에게 성인대표로 최근 2년간 A매치 75% 이상 뛴 경력을 요구하기 때문에 20세 이전에 프로계약을 맺는 건 사실상 불가능하다. 따라서 10대 선수를 잉글랜드 클럽에 입단시켜주겠다고 말하는 사람이 있다면 이는 새빨간 거짓말이다. 나머지 유럽국가들은 영국처럼 까다로운 대표 경력을 요구하지는 않으나 자국리그 보호를 위해 높은 수준의 경기력을 가진 외국인 선수만 받아들이기 위해 나름의 장치를 갖추고 있다. 독일 분데스리가의 경우 비유럽권 선수는 2군 리그에 출전할 수 없기 때문에 1군 정예멤버가 될 선수가 아니면 아예 뽑지 않으며, 네덜란드는 비유럽권 선수에 대해 총액 50만 유로(약 8억원, 21세 이하는 그 절반)에 가까운 최저연봉을 지급해야 하기에 투자가치가 확실한 경우가 아니면 역시 영입을 꺼린다.
필자의 경험으로 보아 유럽국가 중에서 잉글랜드를 제외하고 가장 입단이 어려운 나라가 네덜란드다. 이에 비해 프랑스는 그나마 진입장벽이 가장 낮은 편에 속한다.
셋째, 과연 조기유학이 대형 선수로 크는데 있어 반드시 유리한가 하는 의문이다. 낯선 환경에서 언어, 문화, 식습관 등의 차이를 극복하는데는 상당한 인내와 노력이 필요하다. 어린 나이에 이러한 난관들을 헤쳐나가기란 사실 쉽지 않다. 또 한국선수는 적어도 유소년기 만큼은 한국정서에 맞는 훈련방법과 엄격한 규율을 익혀두는게 나중에 프로선수로서 인내심 및 정서함양에 더 좋다는 지적도 있다. 따라서 무조건적인 조기유학 보다는 선수의 기량이 같은 또래 유럽선수들과 견주어도 손색이 없는지, 부모들의 능력과 의지가 어디까지 미칠 수 있는지를 꼼꼼히 따져보는 것이 섣부른 조기유학에 따른 폐해를 줄이는 길이다.
지쎈 사장
스포츠전문지에서 10여 년간 기자와 축구팀장을 거쳤다.
현재 이영표 설기현 등 굵직한 선수들을
매니지먼트하는 중견 에이전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