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국 사커에세이] 기도하는 영표에게 종교란?

입력 2010-03-01 14:5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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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표. 스포츠동아DB

가끔 이영표에게 신앙이란 무엇일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자타가 인정하는 크리스천 이영표는 축구선수로서 성실과 투혼 인내의 모범이다. 필자가 10년째 이영표의 그림자 역할을 하면서 내린 결론은 그의 축구를 떠받치는 힘은 바로 신앙이라는 것이다.

신앙을 화두로 꺼낸 것은 그것이 축구선수가 성공하기 위해서 꼭 갖춰야할 필수조건은 아니지만 현실적으로 상당한 영향을 발휘하기 때문이다. 어떤 종교가 됐든 신앙을 갖고 있다는 사실, 특히 독실한 신앙인이라는 사실과 선수로서의 성공은 분명 적잖은 상관관계가 있다는 게 필자의 생각이다.

물론 신앙을 효용성이라는 측면에서 바라보는 것은 올바른 접근방법이 아닐 수 있다. 특히 이영표 자신은 “축구를 위해 신앙을 가지고 있는 게 아니라 신앙을 위해 축구를 한다”고 할 정도니까. 이 정도가 되면 축구는 어느새 종(從)이 되고, 신앙이 주(主)가 되는 신학적인 논의로 이어진다.

이영표에게 신앙은 어느새 축구선수로서의 효용가치를 넘어 삶 자체가 돼버린 경우다. 차범근 이영무 박성화 같은 올드 세대 뿐 만 아니라 현역 가운데서도 신앙의 힘으로 성공가도를 달리고 있는 축구선수는 적지 않다. 이영표를 비롯해 박주영 조원희 기성용 등이 대표적이다.

이영표를 비롯한 일부 독실한 선수들의 노력 탓에 최근에는 대표팀의 절반 이상이 기독교 신앙을 갖게 됐다는 얘기도 들린다.

물론 필자의 생각에 반론을 제기하는 사람들도 적지 않을 것이다. ‘신앙인의 얼굴을 하고도 나쁜 짓을 하는 사람이 얼마나 많으냐’‘믿는 사람들이 더 하더라’는 둥 신앙인들에게 부정적인 시각 또한 엄연히 존재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필자가 말하고자 하는 것은 무엇이 올바른 신앙인의 길이냐는 선악의 판단이나 정의의 문제가 아니다.

10여 년 간의 선수 매니지먼트 경험으로 볼 때 제대로 된 신앙을 가진 선수가 그렇지 않은 선수보다 성공확률이 훨씬 높다는 통계적인 결론일 뿐이다. 이는 다른 스포츠 종목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독실한 신앙을 가진 선수는 보편적으로 쉽게 흔들리거나 좌절하지 않는다. 특히 낯선 이국땅에서 이질적인 문화와 인종적인 편견, 외로움, 언어 소통 등의 어려움을 신앙의 힘으로 이겨나가는 경우를 많이 보아왔다.

선수로서 한두 번 쯤은 반드시 겪게 되는 슬럼프를 이겨내는 힘도 상대적으로 강하다. 정신적인 회복이 빠르다는 얘기다. 이는 결국 시쳇말로 ‘멘탈(Mentality)이 강하다’는 이야기와도 상통한다.

물론 신앙에 과도하게 몰입하는 경우도 없진 않지만 어느 것이 제대로 된 신앙인지 판별할 능력은 솔직히 필자에게 없다. 다만, 신앙의 가르침에 충실하게 따르려고 노력하다 보면 정신적으로 건강해지고, 집중력이 높아지며, 경기력의 기복 역시 상대적으로 적다고 추론할 따름이다.

신앙을 갖는 것이 축구선수의 성공에 도움이 된다는 것만은 분명하다.



지쎈 사장
스포츠전문지에서 10여 년간 축구기자와 축구팀장을 거쳤다. 현재 이영표 설기현 등 굵직한 선수들을 매니지먼트하는 중견 에이전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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