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발적인 스매싱으로 삼성화재의 공격을 주도한 승리의 일등공신 가빈(가운데)이 경기 후 동료들과 기쁨을 나누고 있다. 천안 | 박화용 기자 inphoto@donga.com
삼성화재 신치용 감독은 경기 전 캐나다 출신 공격수 가빈 슈미트(24) 얘기가 나오자 잠시 표정이 어두워졌다. 가빈에게 다른 종목 용병들에 비해 제대로 몸값을 채워주지 못한 탓이다. 심지어 프로배구 타 팀 용병들은 차량과 주택까지 제공받았으나 가빈은 순수하게 연봉 20만5000달러만 받는다. 옵션은 우승 보너스 1만 달러가 전부. 얼마 전 가빈은 타 팀 용병들에게 집과 차량을 제공받았다는 얘기를 듣고 통역에게 서운함을 드러냈다고 한다.
그러나 가빈은 역시 ‘프로’였다. 서운함은 잊은 채 코트에서 매서운 집중력을 발휘했다. 체력적 열세를 보이는 동료들과 포옹을 하고 머리를 두드리는 등 분위기 메이커 역할도 톡톡히 했다.
13일 천안유관순체육관에서 열린 현대캐피탈과의 NH농협 2009~2010 V리그 남자부 챔피언결정 3차전. 가빈은 46득점(공격성공률 49.4%)의 활약을 펼치며 삼성화재의 세트스코어 3-1 역전승(21-25 25-22 26-24 25-20)을 이끌었다. 삼성화재는 이로써 챔프전 2승1패로 앞섰다. 4차전은 같은 장소에서 14일 열린다.
매 순간이 가빈을 위한 시간이었다. 비록 현대캐피탈에 내주긴 했지만 첫 세트에서 블로킹, 서브 에이스 1개씩을 포함해 11점을 따낸 가빈은 2세트부터 피치를 높였다. 현대캐피탈의 추격이 이어질 때마다 가빈은 백어택과 오픈, 블로킹 등 다양한 루트로 점수를 땄고, 결국 균형을 맞췄다. 가빈은 16점으로 역대 한세트 최다 득점 타이를 이뤘다.
3세트가 하이라이트. 내내 2~3점차 우위를 지키던 현대캐피탈은 헤르난데스와 교체된 박철우의 화려한 플레이를 앞세워 24-21까지 만들었다. 하지만 위기에서 가빈은 또 한 번 불을 뿜었다. 석진욱의 시간차 공격에 이어 가빈은 오픈과 블로킹으로 끝내 듀스까지 만들었고, 완전히 흐름을 뒤집었다.
4세트에서도 가빈은 퀵오픈과 블로킹, 오픈 공격 등 다양한 공격으로 경기를 마무리 지었다.
현대캐피탈은 박철우가 20득점(공격성공률 52.63%)으로 분전했고, 블로킹으로 12득점(삼성화재 9득점)으로 앞질렀으나 범실이 21개로 상대 16개에 비해 많았다.
특히 박철우는 4세트 14-15로 뒤진 상황에서 가빈의 공격을 막다가 왼쪽 세 번째 손가락 부상을 당했다.
신 감독은 “승리에 대한 갈망이 우리가 강했다. 운이 좋았다. 3세트에서 듀스를 만들기가 쉽지 않았는데 정말 잘했다”고 했고, 가빈은 “무조건 꼭 이기고 싶었다”고 소감을 밝혔다. 천안 | 남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