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효봉의 스타탐구] 데뷔 후 첫 마무리… 30S 꿈꾸는 SK 이승호

입력 2010-04-14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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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구수 다이어트…문 단속 걱정마”

SK 이승호(29)는 2000년 창단 멤버이면서 팀이 배출한 유일한 신인왕 출신이다. 데뷔초 강속구로 팬들의 사랑을 받았던 그는 어깨부상으로 3년 동안 팬들 곁을 떠났던 아픈 기억도 갖고 있다. 재활을 하면서 “공을 던지고 싶다”는 절박함을 경험한 그는 공 하나 하나에 혼을 담아 던진다. 올해는 데뷔 후 처음 마무리 투수로 뛰는만큼 일구 일구에 더욱 집중할 계획이다. 올해 이승호의 목표는 30세이브다. 가장 큰 꿈은 한국시리즈에서 우승을 확정짓는 마지막 공을 던지는 것. 지난해 한국시리즈가 너무 가슴 아픈 기억으로 남아 있기 때문이다.


○병용아! 미안하다
투수에게는 평생 잊지 못할 공 하나가 있다. 지난해 한국시리즈 7차전. 5-1로 앞선 6회 무사 1루서 KIA 나지완을 만났다. 볼카운트 1-3에서 바깥쪽 직구를 던졌다. 나지완의 방망이가 힘차게 돌아갔고 타구는 가운데 담장을 훌쩍 넘어갔다. 그 순간 두 달 전 기억이 떠올랐다. 지난해 8월 21일 문학경기에서 대타로 나온 나지완에게 만루홈런을 맞았다. 그때도 바깥쪽 직구였다. ‘왜 슬라이더를 던지지 않고 또 바깥쪽 직구를 던졌을까?’ 평생 공 하나에 그렇게 가슴 아팠던 적은 없었다. 그 실투 하나에 KIA는 살아났고 9회 채병용이 나지완에게 통한의 끝내기 홈런을 맞았다. “병용이가 아픈 몸으로 정말 열심히 해줬는데 너무 미안했어요. 나 때문에 그런 아픔을 겪은 거니까…. 평생 그 공 하나는 잊을 수 없을 것 같아요.”


○재활 3년! 두려움과 오기
데뷔 후 처음 15승을 올린 2004년 가을 어깨에 통증이 왔다. 수술이 필요없다는 진단을 받고 재활에 전념했지만 2년이 걸려도 어깨는 낫지 않았다. 결국 2006년 10월 어깨수술을 했다. 암흑 같았던 2년이 너무 아쉬웠지만 수술 후 마음은 가벼웠다. 재활만 잘하면 다시 마운드에서 공을 던질 수 있다는 희망이 생겼다. “어느 순간 이승호라는 이름이 잊혀져 가고 있다는 사실을 느꼈죠. 야구를 잘 할때는 몰랐는데 저를 보는 시선들이 왜 그렇게 싸늘하게 느껴지는지….”하루 10시간씩 재활에 매달렸다. 이승호에게는‘다시 마운드에서 공을 던질 수 있다면 정말 소원이 없겠다’는 간절한 마음과 자신의 재기를 비관적으로 보는 사람들에게 재기한 모습을 꼭 보여주겠다는 오기가 있었다. 그 두 가지가 있었기에 이승호는 돌아올 수 있었다.


○투구수와 볼넷 줄이기
이승호는 스스로 “컨트롤이 좋지 않은 투수”라고 이야기 한다. 항상 공격적으로 던지는데 볼이 많고 투구수도 많다. 지난해 이닝당 투구수는 무려 21개. 106이닝을 던져 4사구는 61개를 내줬다. 올해는 이닝당 투구수를 17개 정도로 줄이는 게 큰 목표 가운데 하나다. 이승호가 투구수를 줄이려 하는 데는 올 시즌에 대한 각오가 숨어있다. SK의 불펜은 올해 많이 약해졌다. 윤길현, 채병용이 군에 입대했고 정대현, 김원형, 전병두는 재활중이다. “올해는 책임져야 할 경기와 이닝수가 좀더 많아질 것 같습니다. 많이 던지려면 투구수와 볼넷을 줄여야죠.” 개막 후 7경기에서 4세이브를 올린 이승호의 투구수는 그러나 여전히 이닝당 평균 21개다.


○100승 투수는 데뷔 때 꿈

이승호의 프로 데뷔는 최고였다. 10승12패9세이브를 기록하며 신인왕이 됐고 2000년 시드니올림픽에 참가해 동메달을 땄다. 데뷔 첫해에 신인왕과 군면제 혜택까지 받았으니 더 기쁠 수가 없을 정도였다. 시드니올림픽은 송지만이 부상으로 빠지면서 태극마크를 다는 행운도 따랐다. 데뷔 후 5년 동안 이승호는 50승을 올렸다. 부상만 없었다면 그는 이미 100승 투수가 되었을지도 모른다. 이승호의 통산승수는 61승이다. 복귀 후 불펜투수로 뛰면서 2년 동안 11승을 보탰다. “올해는 마무리로 뛰니까 승수 추가는 쉽지 않겠지만 최선을 다해 꼭 100승은 하고 싶습니다.” 마흔 살까지 뛰겠다는 게 이승호의 생각이고 보면 달성 가능한 꿈인 것 같다.


○좋은 포수는 투수들의 행복
이승호는 SK 투수들의 행복은 포수 박경완이라고 했다. “타자가 무얼 노리고 있는지 직감적으로 알아내죠. 100% 믿고 던집니다.” “언제든지 꺼림칙하면 고개 흔들어라. 바꿔줄게.”하지만 박경완과 의견 충돌은 거의 없다. 투수가 생각하는 공을 어김없이 요구하기 때문에 투수들이 편하게 던진다. 요즘 이승호의 가장 큰 고민은 직구 스피드다. 전력으로 던져도 138km에서 141km가 최고다. 팔 스윙 스피드와 투구 밸런스를 체크했지만 큰 문제는 없다. 박경완의 한마디가 도움이 됐다. “볼끝이 좋으니까 걱정마! 스피드 숫자로 야구할 나이는 지났잖아!” 당분간 전광판에 나온 스피드를 쳐다보지 않기로 했다.




○40세까지 뛰고 싶다!
이승호는 마운드에서 정성을 다해 공을 던지는 투수다. 팬들 앞에서 공을 던지는 게 얼마나 감사한 일인지 잘 알기에 공 하나라도 소홀할 수가 없다. 올해는 데뷔 후 처음 마무리투수로 뛴다. 승리를 지켜야 한다는 부담은 있지만 색다른 경험이 될 것 같아 기대도 크다. 초등학교 3학년 때 야구를 시작한 이승호는 40세까지 던지는 게 목표다. 그에게 2010년은 지난 10년을 뒤로 하고 새롭게 10년을 시작하는 출발점과 같다. 늘 그랬던 것처럼 공 하나 하나에 혼을 담아 던진다는 생각뿐이다.

스포츠동아 해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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