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시’ 주연 맡아 소녀같은 감수성 연기
“마치 친한 친구를 다시 만난 느낌이에요.”
5월13일 개봉하는 영화 ‘시’(감독 이창동, 제작 파인하우스필름·유니코리아 문예투자)를 통해 16년 만에 스크린에 돌아온 원로 배우 윤정희(66)가 밝힌 소감이다.
윤정희는 1967년 ‘청춘극장’으로 데뷔해 60년대 문희, 남정임과 함께 한국 여배우 트로이카 시대를 열었던 주인공. 이번 새 영화 ‘시’는 1994년 개봉된 ‘만무방’ 이후 오랜 연기 공백을 깨는 작품이다.
윤정희는 14일 서울 압구정동의 한 복합상영관에서 열린 ‘시’ 제작보고회에서 “처음 촬영장에 들어온 순간, 친한 친구들을 만난 느낌이었다. 내가 영화계를 떠난 적이 없었다 생각했기 때문에 전혀 낯설지 않았다”면서 “나의 새로운 모습을 팬들에게 보여주고 싶었다”고 소감을 밝혔다.
체력적인 부담에 대해 “예순이 넘었지만, 아직 소녀처럼 살고 있다. 스태프들이 걱정을 해주는데, 나는 전혀 걱정되지 않았다. 무슨 일이든 신나고 기쁜 마음으로 하면 행복하고 힘이 들지 않는 법”이라고 여유를 보였다.
윤정희는 ‘시’에서 손자와 함께 사는 평범하게 살다 우연히 시 강좌를 들으면서 새로운 가치관을 갖게 되는 소녀같은 순수함을 가진 ‘미자’ 역을 맡았다. 공교롭게도 윤정희의 본명도 손미자이다. 처음부터 윤정희를 염두에 두고 시나리오를 작업했다는 이창동 감독은 “주인공 이름을 적당한 촌스러움과 아름다움이 있는 인물로 생각했다. 그래서 흔하고 옛날 이름이지만 아름다움이 있는 ‘미자’로 정했는데, 미자(윤정희)가 미자(극중 이름)가 됐다”며 웃었다.
윤정희도 “영화 속 미자와 실제 미자(윤정희)도 비슷한 점이 많다. 남편(재불 피아니스트 백건우)도 시나리오를 읽고 나와 비슷한 점이 많다고 할 정도였다. 그래서 캐릭터의 성격을 연기하는데 별 걱정은 없었다”고 말했다.
윤정희는 환갑을 지난 나이에도 미모를 유지할 수 있는 비결을 묻는 질문에 수줍게 웃은 후 “평범하다. 머리도 내가 집에서 하고, 멋 내는 건 없다. 그러나 피부는 관리한다. 여자 피부는 자기가 관리해야 한다. 과일과 여러 가지를 섞어 만든 것으로 직접 피부마시지를 한다”고 말했다.
김원겸 기자 gyumm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