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 프로야구 넥센히어로즈 대 롯데자이언츠 경기가 15일 목동야구장에서 열렸다. 7회말 2사 1.2루 상황 강정호의 병살타가 아웃되자 롯데 장원준이 기뻐하고 있다.
“군대 간다는 생각으로 부담없이 ㅋㅋ
세 번째 완봉…볼넷 안준게 가장 기뻐”
하루 전 “몸은 엄청 좋은데 계속 얻어 맞는다”며 어린 아이처럼 투덜대던 그는 15일 목동 넥센전 선발 등판을 앞두곤 애써 태연한 척 하려 했지만 제법 긴장한 표정이 역력했다. 덕아웃 선발 오더에 ‘사도스키’로 잘못 적힌 라인업을 보며 “나 오늘 선발 아닌가봐요”라고 잠시 농담을 건네기도 했지만 시즌 첫 승을 신고하지 못한 탓인지 마음을 다잡는 모습이 느껴질 정도였다.
‘뭔가를 해야만 한다, 꼭 하겠다’는 경기 전 다짐이 결국 알찬 열매를 맺었다. 롯데 장원준(사진)이 생애 첫 무4사구 완봉 쾌투로 뒤늦게 시즌 첫 승을 신고했다. 9이닝 동안 28타자를 맞아 단 3안타만을 맞았고, 무엇보다 볼넷이 하나도 없었다. 이전까지 올 시즌 세 번 선발로 나서 거둔 성적은 2패에 방어율 5.40. 지난해 자신의 최고기록인 13승(8패)을 기록했던 걸 떠올리면 기대치에 모자랐다.
“그동안 몸 상태는 정말 좋았다. 그러나 너무 완벽하게 던지려고 했던 게 오히려 더 좋지 않은 결과로 이어졌던 것 같다. 아시안게임 대표팀에 뽑히고 싶다는 욕심이 너무 강했다”는 그는 “각오는 새롭게 했지만 마음만은 편하게 먹으려고 애썼다. 포수가 사인 내는대로만 던졌다”고 밝혔다. “그냥 군대가야겠다고 생각했다”며 웃음도 터뜨렸다.
“어제까지 이틀연속 불펜이 많이 등판해 7회가 끝난 뒤 완투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완봉은 욕심내지 않았다”는 장원준은 “프로에 와서 완봉을 세 번 했는데 무4사구 완봉은 처음이다. 무엇보다 볼넷을 한개도 내 주지 않았다는 게 제일 기쁘다”고 덧붙였다.
그가 게임 종료 후 라커룸에서 취재진과 기분 좋은 대화를 하고 있을 때. 옆에서 짐을 챙기던 팀 선배 송승준은 “다 내 덕”이라고 했다. 게임 전 펑고를 받는 수비 훈련 때 송승준이 실수를 했고, 그 볼이 우연치않게 장원준의 목덜미를 때렸는데 그것이 ‘액땜’이 됐다는 말이었다. “다음에 나 선발 나올 때 한대 때려줘”라는 선배의 말에 장원준은 대답 없이 살며시 미소만 지었다.
목동|김도헌 기자 dohone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사진|임진환 기자 photolim@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