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연아가 16일 올림픽공원에서 개최된 아이스쇼에서 ‘시건방춤’을 선보이고 있다. 지난 2월 4대 선수권 갈라쇼에서 아사다도 이 춤을 췄기에 둘의 ‘간접비교’를 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브아걸·소시 노래 맞춰 황홀 연기
본드 메들리로 피날레 “역시 여왕”
오서코치도 깜짝공연 갈채 쏟아져
장내의 불이 꺼지자 링크 한 쪽에 설치된 와이드 스크린 전광판에 김연아(20·고려대)의 모습이 파노라마처럼 흘러가기 시작했다. 2010밴쿠버동계올림픽에서 역대 최고 점수를 발표하던 장내 아나운서의 음성과 함께 ‘록산느의 탱고’, ‘죽음의 무도’를 비롯한 과거의 연기 장면까지 스쳐갔다. 그리고 잠시 후, 무대가 180도 회전하자 흰색 셔츠에 청바지를 입은 김연아가 모습을 드러냈다. 16일 서울 방이동 올림픽공원 제1체육관에서 열린 ‘KCC 스위첸 페스타 온 아이스 2010’을 찾아온 만원 관중은 올림픽 챔피언의 귀환에 우레와 같은 박수를 보냈다.
김연아는 흰색 셔츠에 청바지로발랄한 모습을 연출하는 등 다양한 컨셉트로 아이스쇼를 풍성하게 꾸몄다.
두 명의 남자 스케이터가 김연아를 에스코트해 얼음으로 이끈 뒤 곧 출연진이 하나둘 등장하기 시작했다. 블랙 아이드 피스의 ‘아이 갓 어 필링(I Gotta Feeling)’이 흐르는 가운데 파티처럼 유쾌한 오프닝 군무가 이어졌다. 그리고 영화 ‘007 제임스 본드’ 시리즈 주제곡이 흐르면서 출연진이 한 명씩 소개됐다. 김연아의 차례가 오자 가장 큰 환호가 쏟아진 것은 물론이다.
브라이언 오서 코치가 4년 만에 깜짝 공연을 펼쳐 팬들을 열광시켰다.
1부 마지막 순서로 공연한 김연아는 검정색에서 하늘색으로 그라데이션 된 새 의상을 입고 올림픽 갈라프로그램 ‘타이스의 명상곡’을 우아하게 연기했다. 또 세계를 매료시킨 2009∼2010 시즌 쇼트프로그램 ‘제임스 본드 메들리’로 피날레를 장식했다. 피겨 역사에 길이 남을 프로그램의 마지막 연기. 유독 심혈을 기울인 듯 했다. 소녀시대의 ‘런 데빌 런’, 브라운 아이드 걸스의 ‘아브라카다브라’ 등 국내 인기가요에 맞춘 요염한 모습, 그리고 4년 만에 얼음 위에 선 브라이언 오서 코치의 깜짝 공연도 시선을 모으기에 충분했다. 김연아를 보기 위해 모인 팬들에게는 최상의 팬서비스.
하지만 옥에 티도 있었다. ‘미션 임파서블’이라는 공연 주제를 살리기 위해 전쟁 분위기를 연출한 1부 피날레 무대는 천안함 침몰 사태로 온 나라가 애도에 젖어있는 상황을 고려했을 때 빈축을 사기에 충분했다. 군인 분장을 한 연기자들이 기관총 쏘는 시늉을 하는 모습이나 남자 출연진들마저 레이저 총을 들고 공연하는 장면, 그리고 장내에 실감나게(?) 연출된 포화 등은 다소 씁쓸한 뒷맛을 남겼다.
배영은 기자 yeb@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사진|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