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수염 계속 기를 수 있게 해줘 고마워” SK 김성근 감독(왼쪽)이 2일 문학 LG전에서 9회말 끝내기 홈런으로 15연승을 이끈 조동화의 손을 잡고 머리를 쓰다듬으며 축하하고 있다. 문학 | 박화용 기자 inphoto@donga.com
아무도 지시하지 않았다. 그런데 어찌 하다보니 묵시적 계율처럼 돼버렸다. SK 김성근 감독의 “무심코 면도를 안 했는데 계속 이기더라”는 한마디에서 발화된 ‘수염 징크스’는 어느덧 달을 넘겨 5월2일까지 이르렀다. 이 사이 SK는 2일까지 15연승을 질주했다.
김 감독은 2일 LG전에 앞서 수염은 물론, 손톱과 발톱도 일부러 안 깎고 있다고 공개했다. 감독이 친히 솔선수범 살신성인(?)을 감행하자 그 파급효과가 선수단 전체로 퍼져나갔다.
SK 나주환은 “머리 깎을 때가 지났다”고 했다. “먼저 베테랑 형들이 머리를 안 깎으니까 먼저 깎기도 그렇다. 혹시 깎았다가 팀이 지기라도 하면 덤터기 쓴다.” 나주환의 설명이다.
코치진도 두 말할 나위 없이 행렬에 동참해 이광길 코치는 과장 좀 보태자면 손톱이 한껏 멋을 낸 여자 것처럼 돼버렸고, 김상진 코치는 수염이 덥수룩하다. 이 코치는 “콧속 털도 못 깎겠다”고 ‘고충’을 토로했다.
이 와중에 유일하게 머리를 짧게 깎은 선수가 정근우다. 하도 타격이 안 되자 삭발에 가깝게 밀었는데 1일 6타수6안타를 쳐서 하루 만에 타율을 4푼(0.257→0.297) 끌어올렸다. 이렇게 정근우가 ‘모험’에 성공했는데도 그 뒤를 이을 자가 나타나지 않고 있다.
오히려 선수들은 모처럼 허용된 장발 스타일로 어떻게 멋을 낼까 남몰래 즐겁다. 김 감독은 캠프에 들어가기 전 머리 짧게 깎고 오라고 할 정도로 고교야구 선수처럼 단정한 헤어스타일을 선호하는데 자연스레 예외가 인정된 상황이기 때문이다.문학 | 김영준 기자 gatzb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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