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밌는 야구 롤러코스터] KIA ‘4월 징크스’는 알코올부족 때문?

입력 2010-05-04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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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마철도 아닌데 비 오는 날 많았어요. 날씨는 또 왜 그리 쌀쌀하던지. 평년보다 추웠던 올해 4월 얘기에요. 하지만 계절의 여왕 5월이 왔어요. 뒤늦게 봄나들이 나선 사람들, 야구장으로 마구마구 몰려와요. 야구장에 사람꽃, 이야기꽃 만발해요. 야구에 죽고 살고, 야구에 울고 웃고. 을씨년스런 4월 가고 화창한 5월 맞은 야구장 주변의 이야기, 롤러코스터에 담고 신나게 달려볼래요.


# 달리는 걸 제일 싫어하는데….

롯데 손아섭은 29일 사직 넥센전에서 ‘인사이드 더 파크 홈런’ 때렸어요. 3루 돌아 냅다 홈까지 달려들었어요. 이튿날 만났더니 야구 인생 13년 만에 처음이래요. 기분 좋아요. 그런데 누군가 이대호에게 물었어요. 장내홈런 친 적 있냐고. 한참 생각하더니, 당연히 없대요. 우문현답이에요.

“그냥 홈런 치지 왜 어렵게 장내홈런 때려요”라고 해요. 쉽게 펜스 넘기면 되는데 왜 어렵게 그런 홈런 치냐는 얘기에요. 맞아요. 그러면서 한 마디 덧붙여요. “이 세상에서 달리기를 제일 싫어하는데….” 한 몸매 하는 이대호로선 진짜 치기도 어렵겠지만 치기도 싫은가 봐요. 달리기가 싫으니까요.


# 로이스터 감독의 변심?

롯데 로이스터 감독이 변했어요. “7∼8월이 중요하지 지금은 서두를 때가 아니다”며 선수들이 조금만 아파도 쉬게 하더니 이젠 아니에요. 잇단 줄부상에 질렸나 봐요. 박기혁은 원래 4일 1군 복귀 예정이었어요. 그런데 이틀 빠른 2일 불러 올렸어요. 제대로 슬라이딩도 할 수 없는 처지지만 할만하다고 느꼈나봐요.

이유가 멋져요. 선발인 사도스키가 땅볼 타구가 많은 투수라 수비 잘하는 박기혁이 꼭 필요하대요. 무지하게 사도스키에게 첫 승 챙겨주고 싶었나 봐요. 그러나 또 실패에요. 처음으로 승리요건 갖추고 내려갔는데, 불펜이 말아먹었어요. 다행히 끝내기 안타로 이겼지만 뒷맛은 개운치 않아요.


# KIA의 맥주파티

30일 사직 롯데전을 앞두고 KIA 조범현 감독, 프런트 불렀어요. “오늘 이길 것 같은데, 혹시 지게 되면 저녁에 맥주 준비하세요.” 광주에서 SK에 2연패 하고 왔어요. 18이닝 무득점이에요. 타선이 꽁꽁 막혔어요. 이런 건 난생처음이에요. 답답한 마음에 선수들 분위기라도 바꾸려고 했던 거예요.

근데 웬일이래요. 1회부터 점수 내요. 모처럼 선발전원안타까지, 승리에요. 조 감독 기분 좋아 마음 바꿨어요. “그냥 맥주 깔아요.” 호텔에서 저녁식사, 테이블마다 맥주 있어요. 선수들도 오랜만에 가슴이 펑 뚫린 느낌이에요. 맥주잔 부딪치며 외쳐요. 마의 4월은 갔다. 행복한 5월을 “위하여”. 다음날도 또 대승했어요. 맥주 파티 효과, 괜찮아요.


# 그 손이 얼마짜리인데….

두산 이현승은 1일 홈구장에서 친정팀 상대로 던졌어요. 1회 좋았어요. 삼진도 2개나 잡았어요. 2회 던져요. 아! 첫 타자 볼넷이네요. 그래도 두 번째 타자 땅볼로 처리했어요. 시즌 2승 향한 걸음, 이때까지는 순조로워 보였어요.

하지만 문제는 다음이었어요. 오윤의 빗맞은 타구가 원 바운드로 땅 찍고 이현승 얼굴로 날아 왔어요. 깜짝 놀란 이현승, 글러브로 막으려다가 타구가 얼굴쪽으로 튀어 오르자 얼결에 왼손으로 타구 막았어요. 화들짝 놀란 코칭스태프는 바로 이현승을 마운드에서 내려요. 검사 결과 다행히 타박상이래요.

하지만 다음날 김경문 감독 “자기 왼손이 얼마짜린데 그 손으로 타구를 막냐”며 어이없어 해요. 윤석환 투수코치는 그라운드 한쪽에서 투수들을 상대로 강도 높은 수비훈련 들어가요. “투수는 다칠 것 같으면 무조건 피하라”는 기초 중에 기초도 가르쳐요. 가뜩이나 선발진 붕괴된 곰군단, 이현승마저 아웃되면 답이 안 나오기 때문이에요.


# MBC, 프로야구가 우스운가 봐요

5월은 ‘가정의 달’, 하지만 시작부터 김새요. 방송사 때문이에요. MBC는 2일 사직 KIA-롯데전을 지상파채널로는 모처럼 생중계했어요. 프로야구에 대한 애정이 정말 깊어 일요일에 중계방송 편성한 줄 알았어요. 근데 알고 보니 장기파업 때문에 내보낼 프로그램이 없어 그랬나 봐요.

이날 KIA와 롯데는 엎치락뒤치락 명승부 펼쳤어요. 그리고 연장 10회말 돈 주고도 못 본다는 각본 없는 드라마까지 펼쳐졌어요. 10회말 2사서 터진 끝내기 안타, 대박이에요. 하지만 MBC는 연장 10회말 시작할 때 중계방송 끊었어요. 끝내기 안타 터지기 불과 몇 분전이에요. 정규방송 때문이래요. 프로야구는 정규방송이 아닌가봐요.

시즌 전 스피드업 세미나에서 MBC 스포츠국장이 “경기시간 줄여주면 매일매일 중계하고 싶다”고 그랬어요. 이날 사직 경기 연장승부까지 펼치고도 3시간19분만에 끝났어요. 4개 구장 가운데 가장 빨리 끝난 경기에요.

MBC는 프로야구 중계한다면서 3시간 15분까지만 채널을 비워뒀어요. 처음부터 끝까지 중계할 마음이 없었나봐요. MBC 요즘 남아공월드컵 중계방송하고 싶다며 화냈어요. 공익을 위해 자기들이 꼭 중계방송해야 한대요. 국제대회는 저렇게까지 기를 쓰고 매달리면서 국내 스포츠는 우습고 하찮게 보이나 봐요.


# 중고교생 수학여행 온 것도 아닐텐데….

지방 모 구단 얘기에요. 얼마 전 수도권으로 원정을 왔어요. 그런데 이 팀 감독 이상해요. 마치 수학여행 온 학생들 감시하는 학생 주임 같아요. 아니 교사들까지 눈치 보게 만드는 호랑이 교감 선생님이래요. 때마침 비 때문에 경기 취소된 날이에요. 선수들, 직원들 할 것 없이 ‘아∼싸’ 쾌재 불러요. 끝내기 역전승 거둔 분위기였대요.

하지만 원정 숙소로 돌아가니 시베리아가 따로 없어요. 감독이 느닷없이 ‘밤 10시 취침 점호’를 발표했어요. 프로야구단, 군대 아니에요. 수학여행단도 아니에요. 원정 숙소 야간통금, 쌍팔년도 미풍 양속이에요.

그래도 선수들이나 코치들은 그나마 나아요. 어차피 늘 감독 눈치 봐야 하니까요. 이 감독, 결혼 한 구단 직원에게까지 밤 10시 야간통금 적용했나 봐요. 구단 직원들 고과는 감독이 주는 거 아니에요. 나중에 감독 관두면 단장에 사장까지 하려나 봐요.

[스포츠동아 스포츠1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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