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스볼 브레이크] SK 원정승률 9할… 비법은 방배정

입력 2010-05-04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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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근.스포츠동아DB

 ○SK 원정 숙소 배정표(4월26일∼29일 광주원정 당시)

최대한 원하는 선수와 같은 방 생활- 위계질서·개성 끈끈한 동지애 발휘
15연승, 0.821의 승률…. SK는 3일까지 딱 5번 졌다. 이 중 원정에선 딱 1번 졌다. 10승을 했으니 원정 승률은 0.909에 달한다. 홈 승률(13승4패·0.765)보다 높다. SK는 최전방군대를 연상시킨다. 팽팽한 긴장감의 연속에서 몸이 고된 만큼 정신적으로 최대한 편하게 해주는 분위기다. 또 위계질서와 개성을 적절히 배합해 케미스트리를 구축했다.


○원정숙소 배정의 법칙들

마치 남녀를 따로 투숙시키듯 투수·야수가 철저히 구분된다. 8개구단 공통이라고 보면 된다. 예전에 SK는 정보교류 차원에서 투수·야수를 섞어본 적이 있다. 그러나 부작용이 더 컸다. 화성남자와 금성여자처럼 서로 불편해했고, 경기력까지 영향을 미친 것이다.

이후 SK 숙소배정의 철칙은 ‘최대한 선수가 원하는 대로’가 됐다. 단 2인1실이 현실인 만큼 마음 맞는 선수들끼리 묵도록 했다. 일례로 박경완은 몇 년째 김강민을 방졸로 두고 있다. 묘하게도 둘은 SK의 타점 1·2위다. 팀 타점 1위 김강민은 “평생 방장으로 모시겠다”며 박경완의 가르침 덕분이라고 말한다.

4번타자 박정권은 ‘같은 방을 쓰고 야구가 잘 돼서’박재상과 쭉 룸메이트다. 반대로 나주환과 합방하는 선수는 부상 등 악재가 잇달아 은근히 신경 썼는데 마침내 박정환이 징크스를 깼다. 정근우와 최정은 연습벌레로서 성향이 맞는다. 둘 중 하나가 야구가 뜻대로 안돼서 잠을 안 자고 방에서 방망이를 휘두르면 다른 한 명도 짜증내는 대신 같이 일어나 휘두른다.

투수 김광현은 특이하게 1군선수가 아닌 보조선수 이석모와 방을 쓴다. 험악한 잠버릇 때문이다. 처음엔 베테랑 가득염 밑에서 배우라고 한 방에 넣었는데 잠버릇 탓에 ‘파문’당했다. 이후 역시 코고는 소리가 우렁찬 채병용과 방을 쓰다가 군 입대하자 김광현보다 어리고, 붙임성 좋은 이석모가 파트너로 낙점됐다. 은근히 여리고 야구에 관해 생각이 많은 김광현을 최대한 편하게 해주려는 배려다. 주장 김재현은 용병들처럼 독방을 쓴다. 야구에 치열한 성격을 감안해 계약시점부터 따로 옵션을 설정했다.

원정에 가서 경기가 끝나면 자율이다. 물리적으로 딴 짓할 틈도 없지만 만약 야구가 좀 아니다 싶으면 고참들이 알아서 통금을 내린다. 물의를 일으키면 책임을 엄격하게 묻는다. 베테랑들은 연승 기간 홈 클럽하우스에서도 분위기를 이끈다. 자신들이 꾸준히 못 나와도 말이다. 결국 강팀의 조건은 케미스트리, 응집력이다. SK 야구 끈끈함의 근원은 끈끈한 동지애다.김영준 기자 gatzb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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