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동료, 좋은 아버지였던 넥센 번사이드가 마침내 좋은 선수로 거듭났다. 5일 문학 SK전. 완벽한 좌우 코너워크와 완급 조절로 7.1이닝을 1실점으로 막아냈고, SK의 17연승을 저지했다. 문학 | 박화용 기자 inphoto@donga.com
완벽한 코너워크·완급 2승 부활…SK 에이스 김광현과 대결도 완승
넥센 번사이드는 좋은 동료다. 일부 용병들처럼 까다롭게 굴며 통역을 괴롭히지도 않고, 코치들의 조언을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리지 않는다. 선수들에게도 늘 웃는 낯이다.번사이드는 자상한 아버지다. 홈경기가 끝나면 네 아들들을 데리고, 조명이 꺼진 목동구장의 그라운드를 누비며 아버지와 놀고 싶은 개구쟁이 아들들의 마음을 헤아린다. “아들이 캐치볼 하는 것을 보니 야구에 소질이 있는 것 같다”고 칭찬을 건네면 여느 아버지들처럼 환한 미소로 감사의 인사를 전한다.
하지만 번사이드는 팀에 도움을 주지 못하는 투수였다. 훌륭한 인성과는 달리, 마운드에서의 위력만은 기대 이하.
김시진 감독은 시즌 전, 일본프로야구의 경험과 뛰어난 제구력을 높게 평가하며 번사이드를 제1선발로 낙점했다. 그러나 개막이후 7번의 선발등판에서 1승4패 방어율 5.59에 그쳤다.
특히 최근 3경기 12.2이닝에서는 사사구를 무려 14개나 내주며 자멸했다. 타자를 압도할만한 구위를 가지고 있지 못한 번사이드로서는 치명적이었다. 넥센은 하위권으로 떨어졌고, 번사이드의 팀내 입지 역시 줄어들었다.
5일 문학 SK전. 상대는 16연승 중이었고, 선발투수는 한국최고의 좌완으로 꼽히는 김광현이었다. 승부는 제구력에서 갈렸다.
김광현의 공이 높게 형성되면서 넥센 타자들에게 5.2이닝동안 8안타(2홈런)로 난타당한 것과 달리, 번사이드는 완벽한 좌우코너워크와 완급조절로 7.1이닝을 4안타(1홈런) 1실점으로 막았다. 시즌 2승째. 번사이드는 대수롭지 않다는 듯, “SK가 연승 중이었다는 것을 어제에서야(4일) 알았다”며 웃었다.
호투만큼이나 4회초 선두타자 박재상을 우전안타로 출루시킨 뒤 견제아웃을 잡아내는 장면도 인상적이었다. 번사이드는 1루 견제와 투구 동작에서 왼다리의 움직임이 달라 시즌초반 고전했다. 번사이드의 버릇(쿠세)을 간파한 상대주자들은 약점을 집중 공략했다.
하지만 정민태 코치와 함께 이 버릇을 바로잡으며 한국무대 적응의 신호탄을 쐈다. 번사이드는 “감독·코치의 지시에 따라 투구 시 ‘어깨가 타자를 향하는 방향’과 ‘딛는 발의 움직임’등을 교정하면서 제구력에 대한 문제점이 개선됐다”며 더 나은 활약을 예고했다.문학 | 전영희 기자 setupman@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