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스볼 브레이크] “럭비공 오지환, 네 맘껏 튀어봐”

입력 2010-05-06 07:00:00
카카오톡 공유하기
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오지환. 스포츠동아DB

오지환. 스포츠동아DB

LG박종훈감독의 ‘2010 유망주 키우기’
요즘 LG팬들에게 베스트셀러는 ‘박종훈의 오지환 육아일기’다. LG를 들었다 놓았다 하는 롤러코스터, 어디로 튈지 모르는 럭비공 같다. 이제 LG는 오지환의 플레이 하나 하나에 웃고 우는 팀이 됐다. 박 감독은 인내심을 발휘하며 시즌 개막 후 줄곧 그를 주전 유격수로 기용하고 있고, LG팬들도 그의 스릴 넘치는 성장일기를 지켜보고 있다.


○롤러코스터에서 해결사로

오지환은 4일 잠실 두산전에서 3-5로 뒤진 3회말 역전 결승 3점홈런으로 팀을 4연패의 늪에서 구하면서 영웅이 됐다. 올 시즌 홈런 3방은 모두 3점짜리로 결정타였다.

주위에서 이런 얘기를 하자 박 감독은 “제2의 한 감독 되는 거 아냐?”라며 웃었다. ‘해결사’로 유명한 한화 한대화 감독이 현역 시절 ‘3점홈런의 사나이’였기 때문. 오지환은 팀내 홈런(3) 공동1위 및 타점 2위를 달리고 있다. 또한 승리타점도 4개나 기록해 조인성과 팀내 공동 1위다.

반면 실책(10개)과 삼진(31개)은 리그 선두를 다투고 있다. 결정적 실수와 결정적 한방. 승리와 패배 중심에 바로 오지환이 있다.


○성적부담 없이 기용, 이젠 오지환 때문에 성적 기대

박 감독은 “처음에는 성적에 대한 부담이 없었기에 오지환을 계속 기용할 수 있었지만 이젠 반대로 오지환으로 인해 성적에 대한 욕심을 낼 수 있는 상황이 됐다”며 전력의 중심으로 떠오르고 있는 그를 반겼다.



그러면서 2005년 SK에 입단한 정근우를 떠올렸다. 당시 박 감독은 SK 수석코치였는데, 정근우의 모습은 지금의 오지환처럼 럭비공이었기 때문.

그러나 정근우도 시행착오를 겪고 경험을 쌓으면서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2루수로 성장했다. 박 감독은 오지환에 대해 “올해까지는 헤맬 줄 알았지만 예상보다 빨리 성장하고 있다”며 긍정적인 면에 시선을 고정시켰다.


팀내 홈런-승리타점 1위…실책도 최다
롤러코스터 성적에도 붙박이 주전 기용
방망이 적극성 앞세워 빠른 성장세 흐뭇

○정신적으로 강한 기대주


박 감독은 오지환의 장점에 대해 손목힘과 함께 멘털적인 측면을 꼽았다. 특히 어린 나이에도 정신적으로 매우 강하다고 평가하면서 4일의 홈런보다 이후 8회의 타격을 주목했다.

“선두타자로 나서 볼카운트 1-3에서 쳤는데, 베테랑 타자도 소극적으로 기다리기 쉬운 상황이었다. 중견수플라이에 그쳤지만 아주 잘 맞은 타구였다. 어린 선수가 그렇게 공격적으로 치기 쉽지 않다.”

또한 지난달 25일 잠실 한화전 7회에 대타 최동수의 고의4구로 만루가 된 상황에서 마일영의 초구 커브를 바로 받아쳐 중견수 희생플라이로 연결한 장면을 보고 “보통선수가 아니구나”라고 느꼈다고 했다.


○갈수록 커지는 존재감, LG 아이콘으로 급부상

최근 팬들은 유니폼 상의(저지)를 걸치고 야구장을 찾는 게 유행이다. 거기에는 자신이 좋아하는 선수의 이름을 새겨넣는다. LG 홍보팀 공병곤 차장은 “지난해까지만 해도 이대형이 단연 1위였다. 봉중근과 박용택이 2∼3위를 다퉜는데, 이대형 이름을 새기는 팬은 2위권과 비교해도 항상 2배 이상이나 많았다. 그런데 올해 오지환이 수년간 1위를 지킨 이대형을 앞서고 있다”며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인기만큼이나 팀내 비중도 커지고 있다. 박 감독은 “빅5가 잘 했으면 오지환은 존재감을 작게 시작할 수 있었다. 그러나 빅5가 부진하면서 지금은 팬들이나 매스컴의 포커스가 온통 오지환에게 맞춰지고 있다”면서 “부담이 되고 흔들릴 수 있는 상황이지만 훌륭하게 이겨내고 성장하고 있다”며 흐뭇하게 바라봤다.잠실 | 이재국 기자 keystone@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뉴스스탠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