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ssue&Focus]“짜여진 각본? 말도 안돼”… 감독들 “문제 없어”

입력 2010-05-06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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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끼리끼리만의 대결… 초반 경기일정 불균형


일정 불균형으로 보는 시각
삼성-한화 벌써 9경기 특정팀만 대결
SK, 수도권 위주 대결…일정 덕 연승

복잡한 경기일정 구성 요소
주말경기 배분·원정팀 이동거리도 감안
시즌 초반 일정 불균형은 불가피한 현상

구단들의 반응은?
“ML서는 자주 있는 일”·“큰 의미 안둔다”
“유불리 없어”…대부분 자연스럽게 반응


2010년 한국프로야구는 각팀이 상대팀과 19차전씩, 팀당 133경기를 치른다. 페넌트레이스는 총 532경기가 펼쳐지는데 3월 27일 개막한 올 시즌 일정은 팀당 126경기를 치르게 되는 8월 22일까지만 잡혀있다. 잔여 경기 일정은 우천 취소 등으로 연기된 게임과 함께 추후 다시 편성된다. 주목할 것은 올 시즌 초반, 예년에 비해 두드러진 대진 불균형이 이뤄지고 있다는 점이다. 삼성과 한화는 이미 3연전 세 번, 총 9경기를 치렀고 롯데와 넥센 역시 벌써 8경기를 마쳤다.

반면 롯데와 삼성은 이번 주중 대구 3연전이 시즌 첫 대결이다. 광주에서 게임을 치르고 있는 한화-KIA 역시 올 첫 만남이다. 더구나 올 시즌 초반 SK가 가파른 상승 곡선을 보이고 있는 데에는 수도권 위주로 편성된 초반 게임 스케줄이 적잖은 도움이 됐다는 의견이 개진되고 있다. 경기일정 논란에 대한 현장의 목소리를 들어봤다.

○ 두드러진 팀간 불균형

시즌 개막 후 한달이 조금 넘었고, 팀당 30게임 안팎밖에 치르지 않았지만 팀간 대결 불균형이 예년에 비해 두드러진 것만은 사실이다. 두산 LG SK 등은 비교적 고른 편이지만, 롯데만 놓고 보더라도 벌써 KIA와 9경기, 넥센과 8경기를 치렀다. 이미 시즌 일정의 반 정도를 끝마친 셈. 한화와 9게임을 치른 삼성은 롯데는 물론이고 SK, 두산, 넥센과 각각 1차례 3연전 맞대결을 가진 게 전부다. 프로야구는 리그제로 운영되고,

그래서 일정이 어느 정도 납득할 정도가 돼야 한다. “어느 한쪽으로 치우치는 건 공정 경쟁에 문제가 있다고 볼 수 있다”는 게 넥센 조태룡 단장의 말이다.

○ SK가 스케줄 덕을 봤다?

SK가 시즌 초반 가공할만한 연승행진을 달린 데에는 일정상의 유리함도 작용했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넥센과의 이번 주중 3연전을 포함해, SK가 예정된 35게임 일정을 소화하는 동안 수도권 게임이 대부분이었다. 지방 원정은 대전이 한번, 광주가 한번 등 총 6게임에 불과했다. 이동거리가 줄면서 집중력이 높아졌다는 말이다.

매년 게임 스케줄에 불만을 표출했던 SK 김성근 감독이 올 시즌 유독 스케줄에 관련해선 침묵을 지키면서 이같은 주장도 어느 정도 설득력을 얻고 있다. 김 감독은 지난해 일정의 불리함을 들어 한국야구위원회(KBO)의 행정을 강도 높게 비판한 바 있다.

○ KBO의 설명

KBO는 올 시즌 초반 스케줄이 SK에 유리하게 작용하고 있다는 목소리에 대해 ‘SK나 김성근 감독의 비판을 고려한 것은 절대 아니다’고 밝혔다. 프로야구를 관장하는 KBO가 시즌 스케줄을 짜는 데에는 여러 가지 요소가 고려된다. 원칙상, 각 구단이 나머지 7개 구단과 홈·원정 3연전 두 차례씩, 6경기 즉 42경기를 나머지 팀들과 똑같이 끝내는 게 제일 좋다. 이 한 ‘라운드’를 세 번 반복하게 되면 126경기가 되고, 팀간 대결의 불균형이 나타나지 않는다. 하지만 제약 요소가 있다. 어린이날처럼, ‘만원관중’이 예상되는 흥행카드는 팀별로 배분해야 한다. 5일 LG, SK, 삼성, KIA가 홈구장에서 게임을 했는데 이 네 팀은 지난해 어린이날 원정 경기를 했던 팀이다.

또 특정 구단만 금토일, 주말 3연전 배분이 많아서도 안 된다. 주말경기 편성은 팀별 입장수익과 직결되기 때문에 최소한 비슷하게 맞춰야 한다. 넥센, KIA, 삼성 등 구장이 작은 곳을 홈으로 쓰는 팀에게는 잠실, 사직, 문학 등 3만 가까운 팬을 수용하는 상대팀과 적어도 시즌에 한번 이상 주말 원정게임을 치르도록 배려해야 한다. 원정팀에게도 일정 부분 입장수익이 나눠지기 때문이다.

더구나 목동구장을 홈으로 쓰는 넥센의 경우, 아마추어 대회 일정상 원정 9연전이 잡힐 때가 있다. 부산을 홈으로 쓰는 롯데는 특별히 이동거리도 감안해줘야 한다. 이같은 복합적인 요소를 고려하다보면, 불가피하게 올 시즌 초반처럼 특정팀과 많이 만나게 되는 일이 벌어지게 된다는 게 KBO의 설명이다.

○ 엇비슷한 현장 반응

현장에서는 올시즌 경기일정에 큰 무리가 없다는 목소리가 대세를 이뤘다. 메이저리그를 경험한 롯데 로이스터 감독은 “시즌 초반 팀간 대결이 불균형을 이루는 건 미국에서도 흔히 있는 일이다. 시즌 막판에 가면 어차피 똑같게 된다”고 했다. 두산 김경문 감독 역시 “어차피 정해진 일정이라 유불리를 따질 이유는 없다”면서 “컨디션이 좋은 팀과 계속 붙게되면 아무래도 힘든 점도 있겠지만 KBO가 미리 팀 순위나 각 팀 컨디션까지 알고 일부러 특정 팀에게만 유리하게 짤 수는 없는 게 아니냐”고 했다. SK 민경삼 단장 역시 “작년에도 우리가 특정팀과 초반에 많이 붙는 일정이 있었지만 문제다, 뭐 특별히 그런 느낌은 없다”고 밝혔다.

김도헌 기자 dohone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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