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집에서 저도 생뚱맞아요.” 톡톡 튀는 캐릭터로 시청자들에게 사랑을 받고 있는 연기자 남규리.
남규리 “제 연기에 손발 오그라들때 많죠”
■ 남규리, ‘초롱’이로 안방극장 첫 인사‘인생은 아름다워’서 애교만점 막내딸
두달 동안 PD님 찾아 출근도장 찍어
SBS 주말드라마 ‘인생은 아름다워’에서 눈에 띄는 막내딸 초롱이.
극중 중년 연기자 김용림, 김영철, 김해숙, 김상중 등에게 갖은 애교를 떨며 귀여움을 독차지하고 있는 그녀는 남규리다. 인기 여성 그룹 씨야 출신으로 홀로서기에 나선 그녀는 안방극장 시청자들에게는 처음으로 인사를 하고 있다.
“요즘에는 많이 알아보세요. 예전에는 ‘가수’로 많이 알려졌는데 이제는 ‘드라마에 나오는 애’라고 말씀 하시는 거예요. 그래도 드라마 출연은 처음이라 아직 나이 든 분들은 이름까지는 잘 모르시더라고요.”
애교를 듬뿍 담은 콧소리에 한 톤 높은 목소리를 섞어 “아빠, 엄마”를 부를 땐 “우리가 알던 씨야의 남규리가 맞나”할 정도로 그녀는 완전 달라져있었다. 그녀도 가끔은 “나도 내 연기를 보고 손발이 오그라들 때가 많을 정도로 깜짝 놀란다”고 했다.
남규리의 연기 경력은 2008년 영화 ‘고사: 피의 중간고사’가 전부다. 까다롭기로 유명한 김수현 작가와 정을영 PD의 작품을 통해 드라마에 데뷔하다 보니 남들보다 3∼4배의 연습을 해야 했다.
“처음에 캐스팅에 지원할 때 다들 ‘네가 오디션을 잘 해도 안될 거’라고 했어요. 유명한 분의 작품이고, 드라마 연기 경험도 한번도 없었기 때문에요. 하지만 될 때까지 두 달 동안 매일 정을영 PD님을 찾아갔어요. 연기 연습을 하고 기회를 주실 때까지 매일 출근 도장을 찍었죠.”
이런 과정을 거친 끝에 그녀는 초롱이 역을 따냈다. 그리고 처음 대본 연습 때 김수현 작가가 그녀에게 한 말은 “물색없이 해라”였다.
“처음엔 ‘물색없이’라는 표현을 몰랐어요. 그래서 인터넷을 찾아보고 그 뜻을 이해할 수 있었죠. 김수현 선생님의 대사는 길고, 난생 처음 들어보는 말이 많이 나와요. 특히 억양을 중요하게 생각해 야단도 많이 맞았어요. 그렇게 떨어보기는 처음이었으니까요. 다른 분들의 연기를 보려고 처음 2주 동안은 대기실에도 안가고 세트 안에서 대본 들고 서 있었어요.”
남다른 노력 덕에 방송 시간이 흐를수록 시청자에게 합격점을 받기 시작했다.
“드라마 초반에는 연기력 논란까지 나왔어요. 그 일로 초롱이 캐릭터에서 조금 벗어 날 뻔하다가 혼났어요. 정을영 PD님도 ‘해왔던 것처럼 해라. 그런 것 다 신경 쓰고 어떻게 연기하냐고’고 말씀하셨어요. 그래서 요즘엔 정말 ‘물색없이’ ‘생뚱맞게’ 연기했더니, ‘수고했다’고 말씀하셨어요. 그때 ‘잘했다’라는 말보다 더 기뻐서 눈물이 흘렀어요.”
남규리는 카메라 불이 꺼져도 초롱이처럼 선배 연기자들에게 귀여움을 독차지 하고 있다.
“김해숙 선생님은 정말 엄마에요. 딸처럼 챙겨주시고. 김영철 선생님은 특유의 표정이 있으신데 제가 따라하니까 ‘이 자식 귀엽다’라고 하셨어요. 이 분들과 함께 있는 시간동안 많은 것을 배워서 연기자 남규리로 당당히 서고 싶습니다.”
이정연 기자 annjo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사진|임진환 기자 photolim@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