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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원삼이 윤석민 에게묻다…해외 간다면 왜 미국 보다 일본이야?
“고소공포증에 비행기 오래 못타거든요”선수가 직접 묻고 답하는 ‘릴레이 인터뷰’ 여섯 번째 주인공은 삼성 장원삼(27)과 KIA 윤석민(24)이다. 지난주 롯데 이대호의 질문을 전달 받은 뒤 직접 답변지를 작성해 스포츠동아에 FAX를 보내왔던 장원삼은 이번 인터뷰 대상자로 윤석민을 택하고 질문 역시 문서로 보내왔다. 두 사람은 2006년 도하아시안게임 대표팀부터 한솥밥을 먹으며 팀 동료 이상으로 가까운 사이가 됐다. 주고받는 말 한마디 한마디에 돈독한 우정이 느껴질 정도. 윤석민은 다음 인터뷰 대상자로 두산 투수 임태훈(22)을 지목했다. 윤석민은 2008베이징올림픽 당시, 컨디션이 좋지 않았던 임태훈을 대신해 교체 선수로 대표팀 유니폼을 입고 한국이 금메달을 따는데 큰 힘이 됐다. 임태훈을 지목한 건 마음 한편에 무거운 짐을 느끼고 있었기 때문인 듯. 윤석민의 임태훈 인터뷰는 17일자 지면을 통해 소개된다.Q: 석민아, 입술 위 점 있잖아 언제 뺄거야? 안 뺄건가?A: 원삼형, 그건 복점이라 안돼 나머지 점들은 정리할겁니다
Q: 그리고 작년 WBC준결승전 빅리거 묶은 비결도 알려줘
A: 빅리거? 모르는 게 약이었죠 미국야구 경기도 안보는걸요
○ 장원삼이 윤석민에게= 쇠뻑!!(석민아!!). 베이징에서 준결승전을 앞두고 둘 다 떨리고 긴장되고, 잠도 안 와서 둥근 달을 보며 산책했던 게 엊그제 같은데, 벌써 시간이 이렇게 많이 흘렀네. 잘 지내지? 너랑은 도하아시안게임 준비할 때부터 만나서 거의 모든 대표팀에 함께 다니는 동안 정도 많이 들었지. 동생이지만 배울 점도 많고. 또 네가 워낙 착하니까 금방 친해져서 인연이 된 것 같아. 아직 시즌 초반이지만 우리 둘 다 올 시즌 잘해서 가을잔치에서 보도록 하자! 상대로 맞붙게 될지도 모르겠는데? 하하하.(5월 1일)
○ 윤석민이 장원삼에게=원삼이 형 안녕하세요. 어제(5월 5일) 승리한 거 정말 축하해요. 형이 삼성으로 간 뒤 다시 예전 투구 보여줄 거라고 믿고 있었어요. 올해 꼭 10승 이상 하세요. 사실 형과는 같은 팀 동료 이상 친하잖아요. 처음 함께 태극마크를 가슴에 달고 만났을 때가 아직도 생생해요. 제가 그때 스물 하나였어요. 도하아시안게임에 뽑혔는데, 쟁쟁한 형들, 선배님들 앞에서 적응도 못하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이 형밖에 없었어요. 그 때부터 올림픽, 월드베이스볼클래식(2009년 제2회 대회)까지 항상 많이 챙겨줘서 감사해요. 형은 참 구수해서 좋아요. 그런데 형, 이제 음식 조절 좀 해서 똥배랑 굿바이하세요. 예전의 날렵한 모습 그리워요. 야식을 줄여야 해요, 하하.(5월 6일 광주구장)-거의 모든 다양한 구종을 어느 누구보다 훌륭하게 구사하는데 비결이 뭐야? 좀 알려줘.
“비결은 없어요. 가르쳐주는 그대로 던지는데 다른 사람보다는 빨리 익히는 것 같아요. 잘 안되는 구질도 실전에서 막 던져요. 그래서 빨리 손에 익는 걸까요?”
-너는 너의 기량이 타고난 재능에 의한 것이라 생각해? 아니면 피나는 노력의 결과라고 생각해?
“글쎄요. 형의 기량은 타고난 재능이에요? 아님 피나는 노력의 결과에요? 둘 다 있겠지만 노력이 더 중요하지 않을까 생각해요.”
-입술 위에 쇠뻑점(복점)은 뺄 생각은 있나? 그거 정말 복점 맞긴 맞는 거야? 넌 데뷔 때부터 우연이라고 생각하기엔 너무나 자주 잘 던지고도 타선 지원을 받지 못해 승수를 못 쌓는 불운을 겪었잖아. 요샌 그런 경우를 두고 ‘윤석민 어워드’라는 상 이름도 생겼더라.
“하하하 맞아요! 윤석민 어워드. 인터넷에서 자주 봐요. 점은 빼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어른들이 복점이라고 절대 안 된다고 하시네요. 그래서 안 빼려고 해요. 나머지 점들은 한번 정리를 해줘야 하는데 타이밍을 보고 있죠.”
-올림픽대표로 선발됐다는 전화를 받았을 때, 기분이 어땠어? 발표나자마자 네가 서울로 운전해서 오고 있다고 전화 왔던 게 생각난다.
“말도 못하죠. 그때 기분은 날아갈 것 같은 그 느낌이랄까요. 기다리는 한 시간이 정말 긴장됐어요. 먼저 전화가 왔어요. ‘일단 짐을 모두 챙기고 서울로 출발할 수 있도록 준비를 끝내라. 1시간 후에 최종 결정을 통보하겠다.’ 1시간이 어떻게 지나갔는지, ‘올라와!’ 전화 받고 정말 좋았어요.”
윤석민(왼쪽)과 장원삼의 우정은 2006도하아시안게임 때부터 시작됐으며, 2008베이징올림픽에서는 금메달을 합작하기도 했다. 베이징올림픽 당시의 즐거운 한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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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년 후면 너도 FA인데, 외국 나갈 생각은 하고 있어? 전에는 농담으로 미국은 멀어서 비행기 오래 타기 싫다고, 가까운 일본으로 가고 싶다고 했잖아. 아직 그 생각은 변함이 없니?
“저 고소공포증 있잖아요. 비행기는 생각만 해도 느낌이 이상해요. 사실 기회가 있으면 해외 무대에도 도전해보고 싶어요. 만약 모든 종합적인 조건이 미국쪽이 아주 많이 좋다면 몰라도 비슷하거나 조금 차이 나면 일본에 가야죠. 이유는 단 하나, 비행기 오래 타기 싫어서예요.”
-제2회 WBC 준결승전에서 베네수엘라를 상대로 엄청 잘 던졌었잖아. 그때 정말 국민들에게도 그렇고, 너 자신에게도 인상적이었던 것 같아. 그 이후에 넌 자신감이 더 붙은 거 같던데, 그때를 떠올리면 어때? 그 때를 계기로 달라진 점이 뭔가 있을 것 같은데?
“그날 경기 생각만 해도 기분 좋네요. 많은 국민들이 응원하고 있다는 사실에 꼭 이기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사실 저 미국 야구를 전혀 몰라요. 메이저리그 경기도 안보고. 그래서 그 선수들이 얼마나 유명한지, 대단한지 전혀 모르고 그냥 던졌어요. 그래서 이긴 것 같아요.”
-마지막으로 야구하면서 이루고 싶은 목표나 꿈이 뭐야?
“최고의 선수보다는 꾸준하게 오래 그라운드에서 머문 선수가 되고 싶어요. 특히 멋지게 정상의 자리에서 은퇴하고 싶어요.”
이경호 기자 rush@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