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넥센 김시진 감독의 회상. 요즘 안방마님으로 맹활약 중인 유선정(24·사진) 얘기다.
현대의 마지막 시즌이던 2007년으로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김 감독은 2군에서 ‘유선정이 투수 전환을 요청했다’는 보고를 받았다. 그렇지 않으면 은퇴까지 불사할 만큼 의지가 강하다고 했다. 위로 선배들이 여럿 버티고 있으니 설 자리가 없다고 여긴 어린 포수의 치기였다. 물론 “김 감독님이 투수 출신이시니 잘 배우면 좋은 선수가 될 수 있을 것 같다”는 가족의 제안도 뒷받침됐다.
하지만 내심 유선정을 차세대 주전 포수로 점찍었던 김 감독은 당황했다. 투수에 맞는 몸도 아니고, 시기도 너무 늦었다고 판단했다. 대응은 당연히 ‘엄포’였다. “투수 안 시켜주면 야구 안 한다고? 그럼 그만두라고 해라. 내가 감독으로 있는 한 투수 시킬 일은 없을 테니까.” 감독의 강경한 입장을 전해들은 유선정과 그 가족은 곧 마음을 고쳐먹었다. 사실 야구를 그만둔다는 건 상상할 수도 없는 일이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김 감독은 지금 ‘포수’ 유선정에 대해 “많이 늘었다. 특히 ‘던지는 걸’ 참 잘 한다”며 흐뭇해하고 있다. 유선정 역시 기대에 부응하고 있는 것은 물론이다.
목동|배영은 기자 yeb@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