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유미 “17살차 박중훈 선배와의 뽀뽀신은…”

입력 2010-05-13 17:47: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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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무로에 새바람을 일으킬 기대주 정유미. 사진|임진환 기자 photolim@donga.com

충무로에 새바람을 일으킬 기대주 정유미. 사진|임진환 기자 photolim@donga.com

충무로는 신인급 여배우에 목말라 있다. 전도연, 하지원, 김하늘, 문소리 등 오랜 시간 스크린을 빛내고 있는 여배우들이 여전히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는 것과 달리 신인급 여배우들은 그 틈을 비집고 들어가지 못하고 있다.

정유미(28)는 이런 신인 여배우에 대한 갈증을 해소해줄 단비 같은 연기자다. 많지 않은 경력에 박중훈의 상대역을 맡았다는 사실이 이를 증명한다.

따스한 5월의 봄햇살이 드리워진 카페에서 그녀를 만났다.

정유미에게는 ‘4차원’이란 단어가 꼬리표처럼 달린다. 평소 행동과 말투가 엉뚱하고 어디로 튈지 몰라서 붙여진 별명이다. 지금까지 그는 각종 인터뷰나 기자간담회에서 당황한 모습을 보이기 일쑤였다.

“아직도 수많은 카메라 앞에 서면 머릿속이 새하얗게 변한다”는 그는 4일 있었던 영화 ‘내 깡패 같은 애인’의 언론시사회가 끝난 후 이어진 기자 간담회에서 와락 눈물을 쏟으며 말문을 제대로 잇지 못했다.

“기자 간담회 때 말문이 턱 막히고 갑자기 눈물이 쏟아졌어요. 그것도 ‘주르룩’."(웃음) 영화에 대해서 말을 잘해보려고 했는데, 속에 있는 이야기가 잘 나오지 않았어요. 그때 박중훈 선배가 극중 역할처럼 격려하고 도와주셨죠. 그런 고마움과 죄송함이 겹쳐 눈물이 났던 것 같아요.”

카메라와 여러 대중 앞에서 표현하는 것이 아직 서툰 그지만 스크린 속에서는 눈빛이 달라진다. 17살 차이, 연기경력 25년 베테랑 연기자인 선배 박중훈이 연기하는 ‘깡패’ 동철 앞에서 정유미는 표정, 말투 하나 주눅들지 않고 당당하게 자신의 감정을 표현한다. 시사회 장에서 보였던 확신 없는 표정과 말투는 온데간데 없다.



“사실 박중훈 선배님과는 작품에서 잘 만나보지 못했어요. 촬영을 하면서도 ‘아 내 앞에서 연기하고 있는 사람이 박중훈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면 스스로 놀랍기도 하고 대견하기도 했죠. 그렇지만 영화 속에서는 세진과 동철이라는 캐릭터로 만나는 거잖아요. 대선배님과 연기하는 것이 부담스럽거나 어렵지는 않았어요.”

시사회 후 극중 펼쳐졌던 정유미와 박중훈의 ‘뽀뽀신’(정유미는 키스신이 아니냐는 질문에 뽀뽀라고 큰 소리로 강조했다)이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17년의 나이차를 넘어선 두 사람의 입맞춤은 신선한 느낌이었다.

“17살 차이 난다는 사실도 이번에 알았어요. 또 제가 촬영하면서 그런 부담감을 갖고 연기한다면 방해가 될 것 같았구요. 그래서 극중 역할인 세진과 동철의 뽀뽀에만 집중했어요. 덕분에 편하고 아무렇지 않게 마무리했죠. 그래도 나중에 모니터 보고 한참을 웃었어요.”

정유미. 임진환 기자 photolim@donga.com

정유미. 임진환 기자 photolim@donga.com



20일 개봉을 앞둔 ‘내 깡패 같은 애인’은 베테랑 배우 박중훈과 정유미의 만남 외에도 젊은 세대가 현실에서 겪고 있는 취업난을 반영했다는 내용으로도 눈길을 끌었다.

영화에서 정유미는 서울에서 직장을 다니고 싶어하는 지방대 졸업생 ‘세진’ 역을 맡았다. 뛰어난 자질을 가지고 있지만, 여전한 학력차별 속에서 제대로 면접 볼 기회조차 얻지 못하는 이 시대의 취업 준비생을 연기했다. 이른바 ‘88만원 세대’의 전형이다. 희망을 잃어가는 취업 준비생의 일상을 배우로서 간접 경험한 느낌은 어땠을까?

“극중 세진이 면접을 보러 가서 제대로 된 질문도 받지 못한 채, 임원들의 지시로 춤을 추며 조롱 당하는 장면이 나와요. 저는 과장된 부분이 있다고 생각했는데, 친구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니 실제로도 그렇게 한다고 하더라구요. 직장생활을 해본 적이 없었는데, 사실 좀 놀란 부분이 있죠.”

그는 ‘직장생활을 해볼 자신이 있냐’는 질문에 “매일매일 아침 일찍 출근할 생각을 하면 좀 어려울 것 같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실제로 만나본 정유미는 ‘솔직함’ 그 자체였다. 이런저런 질문에 꾸밈없이 속내를 내보인다는 생각이 들었다. 박중훈은 시사회 장에서 이런 정유미를 “풍부한 감수성으로 연기에 모든 에너지를 쏟는 친구다. 앞으로 배우로 대성할 것이다”고 말했다.

자신의 이상형이 ‘황제펭귄 같은 사람’이라고 털어놓는 엉뚱함과 연기자로서의 솔직함을 함께 갖춘 그는 이미 여러 감독들의 신뢰를 받는 배우로 성장하고 있다. 홍상수 감독은 영화 ‘잘 알지도 못하면서’ 촬영 후 “연기를 참 잘하는 배우다”라고 평하기도.

마지막으로 ‘어떤 배우가 되고 싶냐’는 질문을 던졌다. 정유미는 망설임없이 “연기 잘하는 배우가 되는 것”이라고 답했다. 엉뚱함과 솔직함 속에 감춰진 연기에 대한 욕심, 이것이 배우 정유미가 성장해 가는 이유다.

용진 동아닷컴 기자 aura@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사진|임진환 기자 photolim@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영상|박영욱 동아닷컴 기자 pyw06@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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