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왜 가상의 그리스로 벨라루스를 상대한 것인지 일단 생각해봐야 한다. 평가전의 목적을 엿보기 힘든 경기였다.
그리스와 마찬가지로 벨라루스는 수비를 두껍게 서다가 역습으로 찬스를 노리는 전술을 택했다. 이런 때 공략 포인트는 외곽과 뒷공간 돌파다. 상대 수비수의 신장이 좋고 숫자도 많으니 외곽을 흔들어놔야 가운데 틈이 벌어져 허점이 생기는데 번번이 중앙 침투만 고집했다. 볼은 오래 갖고 있지만 제대로 된 슛 찬스 하나 만들지 못했다.
후반에는 대거 선수들을 교체한 만큼 큰 의미가 없다. 다만 김남일과 신형민 등 수비형 미드필더를 두 명이나 세워놓고 상대에게 중앙에서 골을 허용한 부분은 다시 한 번 되짚어 봐야 한다. 최종 수비수에 앞서 미드필더들이 미리 공간을 장악하고 있었어야 하는데 실점 장면에서 두 선수 모두 보이지 않았다.○김종환 중앙대 사회체육학부 교수 “공간 내준 중앙미드필드 허점 아쉬워”
한국은 전력 노출을 꺼려한 듯 전술적으로 많은 부분을 보여주진 않았다. 허정무 감독은 수비수 곽태희, 미드필더 신형민, 최전방 이근호를 선발로 기용해 중앙 라인에 대한 점검을 펼쳤다.
수비에서 공격으로 나갈 수 있는 역습 상황을 염두에 둔 빠른 플레이가 보이지 않았다는 점에서 아쉬움이 남는다. 공격 전환뿐 만 아니라 중앙에서의 빠른 수비 전환 역시 부족했다.
벨라루스는 상대적으로 공격에 큰 비중을 두지 않았는데, 중앙 미드필드에서 공간을 내주면서 몇 차례 허점을 보인 것 역시 보완해야 할 점이다. 후반 선제골을 내준 상황은 수비수들이 슈팅 지역에 있는 상대 공격수의 순간적인 움직임을 놓쳤기 때문이다.
그리스전을 염두에 둔다면 상대 밀집 수비를 뚫을 수 있는 공격 패턴 개발이 필요하다. 공격수의 개인 능력이나 무의식적 움직임 등 공격수간 유기적인 움직임이 좀 더 필요해 보인다.
[스포츠동아 스포츠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