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남아공-김진회기자의 월드컵동행기] ‘007작전’ 방불케 한 최종명단 기습 발표…왜?

입력 2010-06-01 11:57:02
카카오톡 공유하기
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1일 새벽(이하 한국시간) 오스트리아 노이슈티프트의 한국 취재진이 머물고 있는 숙소인 카펠라 호텔.

갑자기 한국 취재진의 발걸음이 빨라졌다. 한국시간으로 오후 4시에 발표될 예정이었던 23명의 월드컵 최종명단이 약 12시간 앞당겨 기습적으로 이뤄진다는 첩보가 전해졌기 때문이었다.

저녁식사를 막 시작하려던 취재진들은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지만 이내 이성을 찾고 재빨리 각자의 방으로 돌아가 취재장비를 꾸려 호텔 식당으로 집결했다.

이후 대표팀의 숙소인 야크트 호트 호텔에서 카펠라 호텔로 직접 건너 온 허정무 감독은 1일 새벽 3시40분경(이하 한국시간) 이근호(주빌로 이와타), 신형민(포항), 구자철(제주) 등 세 명의 탈락자 이름을 호명했다.


▷최종명단, 왜 기습적으로 이뤄졌나?
결론부터 말하자면 ‘기밀유지’를 위함이었다. 허정무 감독은 현지시각으로 31일 오후 선수들에게 세 명의 최종명단 탈락자를 이야기 해줄 예정이었다. 이럴 경우, 한국은 새벽이지만 탈락 통지서를 받아 든 선수들은 자신의 집과 에이전트에게 비통함을 전하게 된다. 뿐만 아니라 협회는 세 명의 탈락자의 소속구단에 이를 통보해 월드컵 본선기간 이들의 대표팀 잔류 여부를 협의를 해야 한다. 허 감독은 이 때 최종명단 발표를 목빠지게 기다리고 있는 국내에 미리 정보가 샐 수 있다고 판단했다.

또 허 감독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선수단의 분위기. 전날 ‘가상 그리스’ 벨라루스전에서 패해 의기소침해 있는 선수들은 31일 전면 휴식을 취하며 쳐진 분위기를 끌어 올렸다. 그런데 선수들이 탈락의 사실을 허 감독의 통보 이전에 인터넷으로 먼저 접할 경우 대표팀 분위기가 더 안 좋아질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허 감독은 메디컬 팀과 피지컬 팀의 보고를 받고 코칭스태프 회의를 거쳐 최종 결정을 한 뒤 곧바로 기자 회견을 자청했다. 이원재 대한축구협회 월드컵 언론담당관은 급히 취재단에 연락해 이 사실을 알렸고 불과 30분 만에 최종 명단은 발표됐다. 특히 ‘허정무 황태자’로 불렸던 이근호의 이름이 불리자 현장에 있던 협회 관계자들마저 전혀 몰랐다는 듯 놀란 표정을 지었다.

마치 ‘007작전’을 방불케 할 정도로 철저한 보완이 이뤄진 채 진행된 최종명단 발표였다.

무엇보다 허 감독은 탈락한 세 선수들에게 통보도 하지 않고 건너왔다. 발표 후 허 감독은 이근호, 신형민, 구자철과 면담을 갖고 직접 탈락의 소식을 전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한편 탈락한 세 명의 선수와 왼쪽 무릎 내측 인대 파열 부상을 당해 월드컵 출전이좌절된 곽태휘는 오전 7시경(한국시간 2시경)에 귀국 비행기를 타기 위해 독일 뮌헨으로 이동할 예정이다.

노이슈티프트(오스트리아)=김진회 동아닷컴 기자 manu35@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뉴스스탠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