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컴퓨텍스 타이페이 2010에 참가한 프리스케일의 글로벌 마케팅 책임자 스티브 스펄리(Steve Sperle)는 IT동아와의 인터뷰에서, e북 등의 모바일 기기용 프로세서 제조사로서 강한 자신감을 드러냈다. 현재 프리스케일의 프로세서는 e북 시장의 선두주자인 아마존 킨들에 탑재되어 있으며, 전 세계에서 판매되는 e북 또는 스마트북 제품 중 과반수에 프리스케일 프로세서가 들어 있다.
Q1. 솔직히 본 기자는 컴퓨텍스에서 프리스케일 프로세서를 보기 전까지 브랜드에 대해 알지 못했다. 한국 내 일반 사용자들은 더욱 그러하리라 예상한다. 프리스케일이 어떤 업체이고 무슨 제품을 생산하는지 알려 달라.
A1. 프리스케일은 한마디로 반도체 생산 업체다. 컴퓨터에도 프로세서가 들어가듯이, e북이나 스마트북, 스마트폰 등에도 프로세서가 들어간다. 우리는 그러한 모바일 기기용 프로세서를 전문적으로 개발, 생산하고 있다. 전 세계에서 판매되는 e북 제품 중에 절반 이상이 우리 프로세서를 장착하고 있다. 그뿐만 아니라 자동차 제어/항법 장치나 일반 가전 등에 적용되는 제품도 생산하고 있다. 지난 50년 동안 우리가 생산해 완제품 제조사에 공급한 제품 개수만도 180억 개가 넘는다.
첨언하자면, 반도체(semi-conductor) 제조 회사에 있다 보니, 일반 사용자들은 반도체를 어렵게 생각하고 있다는 걸 느낄 수 있다. 물론 반도체를 개발, 생산하는 것은 어렵다. 하지만 반도체가 적용된 제품을 사용하기는 아주 쉽다. 전 세계 22,000명의 프리스케일 임직원들은 이처럼 사용자들이 더욱 쉽고 간편하게 모바일 기기를 사용할 수 있도록 반도체 개발에 주력하고 있다.
Q2. 기기 형태가 다 비슷하니 정확한 구분이 어렵다. e북과 스마트북, 넷북, 타블렛 컴퓨터 등을 어떻게 구분하고 있는가?
A2. 사실 본인 역시 정확하게 구분할 수 없을 듯하다. 그리고 굳이 구분하려 하지도 않는다. 사용자 자신이 원하는 목적에 맞게 선택하면 그만이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모든 제품은 저마다 용도와 목적이 있다. e북은 의미 그대로 '책(텍스트)을 읽기' 위한 기기,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 몇몇 e북 제품에는 더러 멀티미디어 기능도 제공하지만, 궁극적인 목적은 역시 책 읽기다. 반면에 스마트북은 책도 읽을 수 있고, 인터넷도 접속할 수 있는 기본적인 컴퓨팅 기능이 가능한 기기다. 넷북과 e북의 중간 단계라 보면 된다. 넷북과 타블렛 컴퓨터는 용도에 따른 노트북 부류이다. 결론적으로 크기나 활용도를 기준으로 e북 < 스마트북 < 넷북 < 타블렛 < 노트북 순으로 나열할 수 있다.
Q3. 부끄러운 얘기지만, 한국 사람들의 평균 독서량이 OECD 가입국 중 가장 낮다고 한다. 이는 곧 e북 시장의 성장에 걸림돌이 될 것이라 예상할 수 있다. 컨슈머 마케팅 총 책임자로서 한국의 e북 또는 스마트북 시장에 대해 어떤 견해가 있는가?
A3. 독서량과 e북의 성공 여부는 무관하다고 생각한다. 한국인들의 독서량이 낮은 건 전적으로 독서 패턴에 있다고 본다. 즉 늘 바쁜 일상에서 책을 손에 들기가 쉽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e북이 대중화되어 그들의 손에 무거운 책이 아닌 가볍고 편리한 e북이 쥐어진다면, 분명히 현재와는 다른 독서 문화가 조성될 것으로 생각한다. 그래서 한국의 e북 시장은 다른 나라보다 성장 가능성을 크게 평가하고 있다. 프리스케일에서도 한국의 빠른 인터넷 인프라를 적극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우수한 스마트북 프로세서를 개발할 것이다.
Q4. 앞서 한국 내 프리스케일의 브랜드 인지도가 비교적 낮은 상태라 말했다. 한국 내 사용자 또는 e북 제조사 등에 긍정적인 브랜드 이미지를 각인시키기 위한 홍보 전략 등이 있는가?
A4. 사실 컴퓨터 프로세서를 제조하는 그 유명한 인텔에 대해서도 그리 많은 사용자가 인지하는 건 아니다. 사용자들은 우수한 성능의 기기를 사용하면서 그 제품을 인정하지, 그 제품에 들어간 프로세서를 인정하지는 않는다. 그러기에 우리는 홍보의 주체로 나서려는 시도는 자제할 것이다. 다만 프리스케일이 만든 프로세서가 다양한 기기에 적용되고, 또 그 기기를 사용함으로써 생활이 윤택해질 수 있다는 점을 적극적으로 강조할 생각이다.
Q5. 모바일 기기에 들어가는 프로세서와 솔루션 등을 개발한다면, 실질적인 핵심 기술은 모두 보유한 것인데, 그럼 혹시 향후 완제품을 생산할 계획이나 생각은 없는가?
A5. 전혀 없다. 완제품을 만드는 건 완제품 제조사가 할 일이다. 그들의 영역을 침범하는 행위는 하지 않을 것이다.
Q6. 미국은 물론이고 며칠 전 일본에서도 애플 아이패드가 출시되어, 예상했던 대로 폭발적인 반응을 얻었다. 아이패드는 타블렛으로 구분될 수 있지만, 프리스케일의 좋은 경쟁 제품이 될 것으로 생각한다. 아이패드에 내장된 프로세서와 비교하여 프리스케일의 프로세서는 어떤 특징이 있는가?
A6. 개인적으로 애플의 아이폰, 아이패드는 대단히 훌륭한 제품이라 생각한다. 애플의 프로세서와 마찬가지로 우리 제품도 3G 통신과 무선랜(와이파이, Wi-Fi)을 지원한다. 하지만 우리 제품은 외장 카메라를 달 수 있으며, 내부의 메모리 증설도 가능하다. 또한 각종 하드웨어, 소프트웨어와의 호환성도 우수하다. 따라서 우리 프로세서를 토대로 각 제조사에서 '제대로'된 완제품을 생산할 수 있다면, 아이패드에 버금가는 스마트북 제품이 등장할 것으로 기대한다.
Q7. 혹시 현재 한국산 제품 중에 프리스케일 프로세서가 내장된 것이 있나?
A7. 유경테크놀로지의 '빌립' P3에 우리 프로세서가 적용됐다. 이후 한국 내 제조사와 지속적으로 소통하여 만족스러운 모바일 제품이 출시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Q8. 한국 내 사용자 또는 완제품 제조사 관계자에게 하고 싶은 말은?
A8. 한국은 e북 시장이 막 태동하려는 단계에 있다. 물론 시장 규모는 미국이나 중국, 일본보다는 작겠지만, 무한한 가능성은 존재한다고 확신한다. 프리스케일도 이제 한국 시장 진출을 모색하면서 새로운 도전으로 인식하고 있다. 모쪼록 프리스케일의 모바일용 프로세서를 통해 지금보다 유연한 생활이 가능하기를 기대해 본다.
글 / IT동아 이문규 (munch@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