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극전사 라이프 스토리 ⑭ 김남일] 김남일, 수십억 연봉 ‘부자’ 박지성에 용돈…

입력 2010-06-10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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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년 한일월드컵에서 ‘진공청소기’로 그라운드를 누비던 김남일이 이제는 팀을 이끄는 선참이 돼 2010 남아공 월드컵을 앞두고 있다. 그의 축구 인생에서 세 번째로 맞는, 그리고 마지막일지도 모르는 월드컵을 위해 김남일은 오늘도 축구화 끈을 고쳐 맨다. [스포츠동아DB]

‘부자’ 박지성에게 용돈 쥐어주는 배포 큰 맏형
아내 김보민은 며칠 전 남아공에서 전해진 뉴스를 보고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본선을 앞두고 남편 김남일(33·FC톰 톰스크)이 탈장수술 후유증으로 대표팀 훈련에서 빠졌다는 소식을 듣고서다.

곧바로 남편에게 전화를 걸었다. 남편의 목소리는 밝았다. 김남일은 걱정하지 말라며 놀란 아내를 다독였다.

“늘 그래요. 제가 걱정할까봐 겉으로 표시를 내지 않아요. 훈련으로 몸이 힘들었을 텐데도 의연하죠. 다시 훈련에 복귀했다니 한시름 놨어요.”

김남일은 2007년 KBS 김보민 아나운서와 결혼했다. 3년 간 이어진 둘의 연애는 팬들의 뜨거운 관심 대상이었고 21개월이 된 아들 서우 군을 둔 지금도 김남일 가족은 축구팬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이들 부부의 외조, 내조 방법은 특별하다. 김남일은 방송에서 재능을 펴고 싶은 아내를 구속하지 않는다. 전폭적인 지원군이다. 김보민도 마찬가지.

“운동선수는 운동을 할 때 가장 아름답다”고 믿는 김보민은 5월 말, 남편의 일본 월드컵 출정길까지 동행하며 힘을 실어줬다.

 



○월드컵 3회 출전…“뛰는 것만으로도 의미”

남아공은 김남일에게 월드컵 3번째 도전 무대다.

2002년 한일월드컵에서 ‘진공청소기’라는 별명을 얻으며 강팀 스트라이커들의 발을 묶어놓았던 그는 2006년 독일월드컵에 이어 남아공까지 진격했다. 엔트리 23명 가운데 3회 연속 월드컵 참가자는 김남일을 비롯해 안정환, 이운재, 이영표, 박지성까지 5명. 이들은 대표팀을 함께 이끄는 맏형 군단이다.

김남일은 남아공으로 가기 전 “내 자리에서 내 역할을 다하고 싶다”고 말했다. “경기에서 단 몇 분을 뛰더라도 책임을 다하겠다”고도 했다.

김보민도 남편과 같은 생각이다. “월드컵에 세 번이나 출전한 남편이 자랑스러워요. 승리에 도움을 주는 플레이를 해준다면 기쁘겠지만 그라운드에서 뛰는 모습만으로도 행복합니다.”

사실 김남일에게 이번 월드컵 출전 기회는 쉽게 오지 않았다. 2007년 국내 무대를 떠나 결혼과 동시에 J리그 빗셀 고베로 진출한 그는 한 때 은퇴를 고민했을 정도로 힘겨운 시기를 보냈다.

허정무 감독 부임 초, 주장으로 임명되면서 승승장구 하는 듯 했지만 2008년 한 해동안 고된 슬럼프를 겪었다. 북한과의 월드컵 최종예선 1차전에서 부진했고 이후 대표팀 출전 명단에서 그의 이름은 1년간 빠졌다.

김보민도 당시를 가장 힘겨웠던 시간으로 기억한다. “대표팀에서 남편을 부르지 않았어요. 다행히 제가 1년의 육아휴직을 받고 일본에서 남편과 함께 지냈어요. 어느 날 남편이 은퇴하면 어떻겠느냐고 물었죠. 여전히 뛸 수 있는 기량이 있는데 은퇴는 너무 아쉽다고 말렸어요.”

이후 김남일은 J리그 생활을 정리하고 러시아로 갔다. 한 때 은퇴까지 고민했던 그가 안정적인 J리그를 떠나 다시 한 번 도전을 감행했다. 러시아로 가기 전 김남일은 아내에게 “꼭 한 번 유럽 챔피언스리그에 가고 싶다”며 숨겨놓았던 꿈을 꺼냈다. 김보민은 남편을 결정을 막을 수 없었다.

김남일은 대표팀에 소집되기 직전, 톰 톰스크에서 뛰며 6경기에 풀타임 출전했다. 지치지 않는 체력을 증명한 셈. 김보민은 “남편은 오랜 타지 생활에 익숙해서인지 혼자서도 몸을 잘 챙긴다. 러시아에서는 사골 국까지 직접 끓여 먹을 정도”라고 귀띔했다.


○박지성부터 기성용까지, 남다른 후배 사랑

 “내게 지성이는 언제나 스무 살짜리 어린 동생.” 자신을 보기 위해 일본으로 와준 후배 박지성에게 두둑하게 용돈을 쥐어줄 만큼 김남일의 후배 사랑을 유별나다. 우정이 돈독한 김남일과 박지성이 전지훈련지인 노이스티프느 캄플경기장에서 다정하게 몸을 풀고 있다. 노이스티프트(오스트리아) 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


김남일은 말수가 적고 묵묵한 편이다. 하지만 후배를 챙기는 마음은 누구보다 각별하다는 게 주변의 설명이다. 지난해에는 아들 서우와 박지성이 침대 위에서 함께 찍은 사진이 공개되면서 두 선수의 특별한 인연이 누리꾼 사이에서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남아공 출격 전 대표팀의 막바지 훈련에서 김남일은 “선수단 분위기가 좋지 않으면 이끌어주고 선수들이 마음을 놓으면 붙잡아 주는 역할을 하겠다”고 했다. 한 때 주장완장을 찼고, 오랜 대표팀 생활로 쌓은 책임감을 후배들을 이끄는 데 쓰고 싶다는 뜻이다.

김보민은 박지성, 기성용에 얽힌 일화도 소개했다.

김남일이 J리그에서 뛰던 시절 박지성이 일본을 찾아왔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서 수십 억대의 연봉을 받고 있던 박지성이었다. 김남일은 박지성과 헤어지기 전 봉투에 두둑하게 돈을 넣어 후배에게 건넸다.

옆에서 이 모습을 보던 김보민은 내심 놀랐다. “맨유의 박지성에게 용돈을 주는 선배가 제 남편이라니 자랑스러웠어요. 하하. 배포가 크잖아요. 박지성도 형이 주는 용돈이라서인지 거절하지 않더라고요. 놀라는 저를 보고 남편은 ‘내가 아는 지성이는 여전히 20살 밖에 안 된 어린 지성이’라고 말하더군요.”

띠동갑 기성용도 김남일이 각별하게 챙기는 후배다. 때때로 기성용을 따로 불러 전복과 고기를 챙겨 먹이기도 한다. 김남일이 기성용에게 자주 꺼내는 말은 “네가 잘해야 우리가 잘 된다”는 격려다.

 



○‘남편’ 그리고 ‘아빠’ 김남일

김보민은 스마트폰을 이용해 남아공에서 본선을 앞둔 남편과 수시로 메시지를 주고받는다. 김보민이 공개한 남편 김남일은 의외로 다정다감한 남자.

“지금 훈련 시작”, “훈련이 끝나고 샤워하러 간다”, “밥 먹는 중”이라는 식으로 김남일은 ‘보고형 남편’이기도 하다. “결혼하고 남편이 가장 많이 한 말은 ‘네가 하고 싶은 대로 해’에요. 모든 걸 제가 결정할 수 있도록 배려해줘요. 결혼 전에는 솔직히 카리스마를 부리지 않을까 걱정했는데 반대죠. 결혼하고 더 부드러워졌어요.”

아들 서우가 김남일을 ‘아빠’라고 부르기 시작한 건 불과 한 달도 되지 않았다. 러시아에 있는 아빠를 자주 만나지 못한 탓이다. 대표팀 소집 후 아빠를 여러 번 만나며 비로소 김남일을 아빠라고 부르기 시작했다.

“TV에 아빠가 나오면 어떻게 찾았는지 그 앞으로 달려가요. 운동 신경이 남다른데 남편은 운동을 시키더라도 단체운동이 아닌 개인운동이 좋겠다고 해요. 호시탐탐 서우 동생을 만들자고 하는데, 저는 아이들이 아빠 얼굴을 매일 보면서 지낼 수 있을 때 낳고 싶어요.”

김보민은 남아공이 김남일이 뛰는 마지막 월드컵 무대라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남편의 마지막 월드컵을 김보민은 뉴스로 전한다. KBS 2TV가 오후 8시35분 방송하는 ‘스포츠타임’을 통해서다.

입사하고 처음으로 스포츠뉴스 진행을 맡은 김보민은 “남편의 뉴스를 전할 때는 이름에 한 번 더 힘을 주어 말하겠다. 태극전사들의 16강 진출 소식까지 전할 수 있다면 바랄 게 없다”며 환하게 웃었다.

아내 김보민이 말하는 김남일


한때 은퇴 고민했을 정도로 힘겨워... 세번째 월드컵 출전 자랑스러워요
남편의 꿈은 유럽 챔스리그 뛰는 것...책임감 강해 후배들 각별히 챙기죠
결혼 전 카리스마 부릴까 걱정했는데...가정에 충실하고 부드러운 남자예요


김남일 프로필

생년월일=1977년 3월14일 출생=인천광역시 신체=180cm, 75kg 소속팀= FC 톰 톰스크(러시아) 포지션=MF(미드필더)

학력=인천 송월초-부평동중-부평고-한양대 데뷔=2000년 전남 드래곤즈 입단 경력=전남 드래곤즈(2000∼2003년), 엑셀시오르(2003년), 전남 드래곤즈(2003∼2004년), 수원 삼성(2005∼2007년), 빗셀 고베(2008∼2009년), 톰 톰스크(2010년∼현재)

A매치 출장=92경기 2득점 A매치 데뷔=1998.12.4 베트남전(방콕 아시안게임) A매치 첫득점=2001.11.10 크로아티아전 (서울, 친선경기) 월드컵 출전 경험=2회(2002한일월드컵·2006독일월드컵)

이해리 기자 gofl1024@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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