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 크다고 축구 잘하나 스피드로 무너뜨린다”

입력 2010-06-12 03: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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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허정무, 그리스전 출사표
“그리스 공수 루트-전술 대응할 모든 준비 마쳐… 한국축구 새 모습 보라”
허정무 한국 축구대표팀 감독의 얼굴에는 여유와 비장함이 함께 흘렀다. 사상 첫 원정 16강과 한국인 사령탑이 그동안 이루지 못했던 월드컵 첫 승을 향한 의욕에 불타 있었다.

허 감독은 11일 남아프리카공화국 포트엘리자베스 넬슨만델라베이 스타디움에서 훈련을 마치고 열린 공식 기자회견에서 “한국 축구의 새로운 면을 보여 주겠다”고 자신했다. 한국은 12일 오후 8시 30분 이곳에서 그리스와 B조 첫 경기를 치른다.

허 감독은 “그동안 원정에서 성적이 좋지 못했던 게 사실이다. 선후배 감독들께 책임감을 느끼고 있고 혹시 누를 끼칠까 부담이 되는 게 사실이다”면서도 “우리는 모든 준비를 마쳤다. 이제 우리의 능력을 세계무대에 보여줄 때가 됐다”고 출사표를 냈다. 그는 “한국 축구는 과거와 많이 달라졌다. 여러 선수가 유럽의 빅 무대에서 뛰고 있다. 이젠 우리 축구도 꼭 아시아만이 아닌 세계무대에서 당당하게 싸울 능력이 있고 그것을 보여줘야 할 때다”라고 강조했다.

허 감독은 승리를 원하지만 지나친 부담은 경계했다. 그는 “모든 팀이 승리를 위해 노력했다. 우리도 준비했다. 하지만 경기란 반드시 이겨야 한다는 압박감 속에서 하는 것보다 우리 선수가 갖고 있는 역량을 모두 발휘하는 게 중요하다. 그래야 좋은 결과를 낼 수 있다”고 말했다.

허 감독은 첫 경기 승리의 중요성은 인정하지만 3차전에 가서야 16강 진출 여부가 결정될 것으로 전망했다. ‘최근 3개 대회에서 조별리그 첫 경기를 지고도 16강에 오른 팀은 3팀밖에 안 된다. 그런 만큼 그리스를 무조건 이겨야 한다. 비책은 있느냐’는 질문에 그는 “무조건 이겨야 한다는 생각은 위험하다. 첫 경기가 중요하지만 우리는 나이지리아와의 3차전에서 16강이 결정될 것으로 본다”고 분석했다.

허 감독은 여유를 잃지 않았다. 외신 기자들이 ‘그리스의 장신 군단이 막강한데 어떻게 상대할 생각이냐’고 묻자 “키 큰 선수가 유리하다면 농구선수를 다 축구선수 시켜야 할 것이다. 키가 부담이 되지만 걱정하지 않는다. 우린 충분히 준비를 했다. 우리는 스피드가 좋다. 충분히 해볼 만하다”고 맞받아쳤다. ‘오토 레하겔 그리스 감독이 어떤 전술을 쓸 것 같나’라는 질문엔 “솔직히 잘 모르겠다. 그는 백전노장으로 산전수전 다 겪었다. 또 첫 승의 필요성을 잘 알고 있다. 포백이나 스리백 수비라인을 쓸 가능성이 있고 공격도 공중전과 세트피스 등 다양한 루트를 생각하고 있을 것이다. 우리는 그 상황에 맞게 모든 것을 준비했다”고 말했다.

허 감독은 마지막으로 “베스트 11은 물론이고 벤치에 있는 선수도 함께 뛴다는 생각이 중요하다. 우리는 한 팀이다. 벤치에 있는 선수들이 그라운드에서 뛰는 선수들에게 도움이 되도록 팀을 이끌고 있다”며 23명의 태극전사가 승리를 위해 똘똘 뭉쳤음을 다시 한번 강조했다.

포트엘리자베스=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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