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듬직한 후위’ 이정수-차두리
30세 동갑내기인 두 선수에게 2006년 독일 월드컵은 아쉬움이 큰 대회였다. 이정수는 월드컵 최종 엔트리에 뽑힐 것으로 기대했으나 딕 아드보카트 당시 대표팀 감독의 부름을 받지 못했다. 2002년 한일 월드컵에 출전했던 차두리는 그라운드가 아니라 중계방송 부스에서 아버지 차범근 전 감독과 함께 마이크를 잡았다.
두 선수에게 당시는 잘나가던 공격수에서 수비수로 변신하기 위한 과도기였다. 모험에 가까운 결단을 내린 그들은 고통스러웠던 시간을 잘 이겨냈고 마침내 이번 남아공 월드컵에서 주인공이 될 수 있었다.
○ 골 넣는 수비수 이정수
이정수는 2002년 공격수로 안양 LG(현 FC 서울)에 입단했다. 당시 그를 신인 1순위로 뽑은 조광래 감독(현 경남 감독)은 그러나 1년 만에 그에게 수비수로의 전향을 권유했다. “큰 키에 비해 빠르긴 했지만 박주영같이 날카로운 움직임이 없다”는 게 이유였다.
이정수는 2004년 인천으로 트레이드된 뒤 장외룡 감독의 집중 조련을 받고 단숨에 K리그 간판 수비수로 성장했다. 2006년 수원으로 옮긴 뒤에는 차범근 감독의 전폭적인 신임을 얻었다.
그는 2008년 남아공 월드컵 예선 북한과의 경기에서 첫 A매치를 치렀다. 28세의 나이에 처음 태극마크를 단 것이다. 지난해 9월 5일 호주와의 평가전에서 A매치 첫 골을 신고했고 올해 1월 핀란드전에서도 골을 넣었다. 지난해 J리그 교토에서는 32경기에서 무려 5골을 잡아내 ‘골 넣는 수비수’라는 별명도 얻었다.
○ 히딩크가 인정한 수비 재능
2002년 한일 월드컵에서 차두리는 공격수로 그라운드를 누볐지만 거스 히딩크 당시 대표팀 감독은 “공격수로서도 좋지만 수비수로 뛰어도 좋을 선수”라는 평가를 내렸다. 월드컵 이후 분데스리가로 진출한 차두리는 2006년 마인츠에서 처음 우측 측면 수비수로의 변신을 시도한다.
그는 덩치 큰 유럽 선수들과의 몸싸움에서 전혀 밀리지 않았다. 3년여 만의 대표팀 복귀전인 지난해 10월 세네갈전에서 그는 안정된 수비력을 선보였고 단숨에 허정무호에 승선했다. 12일 그리스전에서 차두리는 상대 왼쪽 측면 공격수인 요르고스 사마라스(셀틱)를 꽁꽁 묶었을 뿐 아니라 공격에서도 폭풍 같은 드리블은 물론이고 중거리슛을 시도하는 등 종횡무진 활약했다.
이헌재 기자 uni@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