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시 공 잡으면 버거운 상대… ‘패스 공급책’부터 묶어라

입력 2010-06-14 03: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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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7일 아르헨 공략 어떻게
2010 남아공 월드컵 조별리그 첫 경기에서 그리스를 꺾은 허정무 감독과 태극전사들의 눈은 이제 17일 요하네스버그 사커시티에서 맞붙게 될 아르헨티나와의 경기에 쏠려 있다.

아르헨티나는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7위의 강팀이지만 한국이 그리스에 완승을 거둔 자신감으로 맞붙는다면 넘지 못할 상대는 아니다. 2차전에서 이기거나 비기면 16강 진출 목표도 거의 현실이 된다.

축구 대표팀이 남아공에 입성하기 전인 4일 오스트리아에서 세계 최강의 스페인과 가진 마지막 평가전은 아르헨티나전을 대비한 경기였고 허 감독은 경기 뒤 “아르헨티나를 상대할 때 어떻게 해야 하는지 해법을 찾았다”고 말했다. 아르헨티나의 1-0 승리로 끝난 아르헨티나-나이지리아전은 아르헨티나 공략 해법을 찾는 허 감독에게 더 많은 정보를 제공했다. 전문가들의 도움을 받아 허 감독이 구상하고 있을 아르헨티나 공략법을 짚어봤다.


○ 메시 차단은 중원에서부터

아르헨티나 공격의 핵인 리오넬 메시는 나이지리아전에서 골을 넣지는 못했지만 왜 그가 세계 최고의 선수로 꼽히는지 선명하게 보여줬다. 포지션상으로는 최전방 공격수 곤살로 이과인 바로 뒤를 받치는 공격형 미드필더였지만 짧은 볼 터치에 의한 빠른 드리블로 상대 수비 진영을 폭넓게 휘젓고 다녔다. 박자 빠른 슈팅은 찰나 같은 슛 기회를 놓치지 않았고 상대 수비수들이 여럿 달라붙으면 공간이 빈 동료에게 패스로 슛 찬스를 제공했다.

따라서 ‘메시 차단’은 한국에는 지상 과제다. 하지만 어떻게 차단할까. 전문가들은 메시에게 전담 수비수를 두는 것보다는 촘촘히 공간을 점유해 메시가 활발히 움직일 여지를 줄이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메시는 전담 수비수를 붙여도 막기 힘들기 때문에 괜히 전력만 낭비한다는 것. 차라리 중앙에서 메시에게 볼을 주로 공급하는 후안 베론을 봉쇄하는 것이 결과적으로 메시를 막는 효과를 낼 것이라는 점에서 의견을 같이했다.

허 감독도 같은 생각이다. 그는 “수비는 11명 전원이 함께하는 것이지 수비라인의 4명만 하는 게 아니다. 미드필드에서부터 상대에게 (활동할 수 있는) 거리를 주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 후반 중반까지 골 안 주면 기회 온다

신문선 명지대 교수는 “나이지리아전에서 아르헨티나가 후반 체력이 떨어지는 모습을 보이기 시작하면서 수비 허점이 나타났다”고 지적했다. 롱 패스보다는 짧은 패스로 연결하며 선수들이 하나의 큰 덩어리를 형성해 움직이는 아르헨티나의 강점이 경기 막판 체력이 떨어지자 수비라인과 미드필더 라인, 공격라인의 거리가 벌어지면서 약화됐다는 것. 신 교수는 “나이지리아에도 후반 몇 차례 기회가 온 것은 그 때문”이라며 “그때까지 점수를 주지 않는다면 한국에 좋은 기회가 올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국은 베이스캠프를 해발 1230m의 루스텐버그에 마련해 해발 1700m에서 열리는 아르헨티나와의 2차전을 대비해 왔다. 고도가 높아질수록 체력 저하가 빨리 나타나기 때문에 이미 고지에 적응한 한국 선수들이 후반 체력 싸움에서 우위에 설 수 있다. 그리스전에서도 저지대에 훈련캠프를 차렸던 그리스 선수들보다 한국 선수들의 몸이 더 가벼웠다.

김성규 기자 kimsk@donga.com

[전문가의 전술 조언]


아르헨, 후반 체력 떨어져 간격 벌어진다

▽신문선 명지대 교수=현대 축구의 가장 이상적인 모델은 공격, 중앙, 수비 3선의 모든 선수들이 경기 내내 일정한 간격을 유지하면서 짧은 패스로 공격을 펼치는 스페인이다. 아르헨티나는 스페인보다는 간격 유지가 잘 안 된다. 특히 체력이 떨어지는 후반에는 간격이 벌어져 공격 라인이 고립됐다. 따라서 실점하지 않고 버티면 한국에 기회가 올 것이다.


개인기에 맞서려면 공간 주지 말아야

▽박경훈 제주 유나이티드 감독=아르헨티나 선수들의 개인기가 뛰어난 만큼 공간을 주지 말아야 한다. 중앙을 두껍게 하면서 역습을 노리는 게 필요하다. 중앙에서 공을 차단해야 빠른 공격이 가능하다. 4-4-2 기본 포메이션에 얽매이지 말고 스리백(3-back), 파이브백(5-back) 등 상대 전술에 따라 유연하게 대응하는 것이 필요하다.

 

아르헨 수비라인 빠른 역습엔 취약

▽박항서 전남 드래곤즈 감독=아르헨티나의 색깔은 그리스와는 완전히 다르기 때문에 전혀 다른 대응 방법이 필요하다. 짧은 패스로 연결하는 팀이다 보니 공격수들도 수비에 적극 가담하고 공격할 때는 수비수들도 많이 올라온다. 빠른 역습에 취약할 수 있다는 뜻이다. 나이지리아도 기회를 잡았지만 연결하는 패스가 부정확해 득점에는 실패했다.


메시 왼쪽 돌진 위력적… 오른쪽으로 몰아라

▽강신우 MBC 해설위원=나이지리아전에선 아르헨티나의 경기 운영 능력이 돋보였다. 하지만 일단 리오넬 메시를 봉쇄하면 공격력을 상당히 떨어뜨릴 수 있다. 메시가 공을 잡았을 때 막기보다는 아예 공을 잡지 못하게 하는 것이 더 효과적이다. 또 메시는 왼쪽 방향으로는 다양한 움직임이 나오는데 오른쪽 방향으론 상대적으로 활동이 제한적이었다. 따라서 지역방어를 통해 그를 오른쪽으로 몰아가는 게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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