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0cm 골키퍼 정성룡
12일 포트엘리자베스에서 열린 한국 축구대표팀의 남아공 월드컵 조별리그 첫 경기 그리스전에서 한국의 골문을 지킨 건 이운재(37·수원)가 아니었다. 2000년 아시안컵부터 대표팀 주전 골키퍼로 골문을 굳게 지켜온 이운재의 자리를 대신한 건 열두 살 아래 후배 정성룡(25·성남)이었다. 올해 초까지만 해도 이운재의 아성은 굳건해 보였다. 이운재는 2002년 한일 월드컵과 2006년 독일 월드컵에서 10경기 연속 주전 골키퍼로 나섰고 A매치 경험만 130차례에 이를 만큼 설명이 따로 필요 없는 대표팀 간판 골키퍼다. 하지만 세월의 무게가 30대 후반에 접어든 이운재를 덮쳤다. 지난해까지 K리그 329경기에서 329실점을 기록해 경기당 평균 1골을 내주는 데 그쳤던 이운재는 올해 9경기에서 18골을 허용하면서 평균 실점이 2점대로 껑충 뛰었다. 반면 ‘연습벌레’로 불리는 프로 7년차 정성룡은 올해 K리그 11경기에서 10골만 내주는 선방으로 땀의 결실을 보면서 대표팀 허정무 감독의 마음을 사는 데 성공했다.
정성룡은 자신의 미니홈피 싸이월드에 ‘연습에 장사 없다’, ‘죽을 만큼 노력하자’, ‘불안하면 연습하자’, ‘안심하면 무너진다’ 같은 연습과 노력을 강조하는 말을 잔뜩 써 놓았을 만큼 자타가 인정하는 노력파다. 그리스가 장신 스트라이크를 앞세워 제공권으로 승부를 거는 팀이라는 것도 정성룡과 이운재의 희비를 갈라놓은 한 원인이 됐다. 정성룡은 190cm로 이운재(182cm)보다 8cm가 크다.
이종석 기자 wi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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