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광석화 같은 30m 돌진… “지성만큼 당당한 선수 못봤다”

입력 2010-06-14 03: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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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캡틴’ 이름값 박지성

그리스전 앞둔 회견서 “어떻게 공략할지 보여줄것”
왕성한 활동량 후배도 자극… “그는 뉴트렌드를 만들었다”
2010년 한국 축구는 박지성(29·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을 빼고는 생각하기 힘들다. 정확히 말하면 생각하기 싫다. 그는 남아공 월드컵 조별리그 첫 경기인 그리스전을 하루 앞둔 11일 기자회견에서 쏟아지는 질문에 말을 아끼며 “그리스를 어떻게 공략할지는 경기장에서 보여주도록 하겠다”고 단언했다.

박지성은 12일 진가를 유감없이 발휘했다. 그는 경기 내내 좌우 중앙을 가리지 않고 그라운드를 누볐다. 그가 운동장 곳곳을 누비자 자연스레 동료 선수들의 활동폭도 넓어졌다. 박지성을 중심으로 쉼 없이 뛰는 한국 선수들을 막기에 그리스 선수들은 너무 느렸다. 박지성은 후반 7분 상대 수비로부터 공을 가로채 30여 m를 내달린 후 2-0 쐐기골을 터뜨리며 “골 찬스가 있으면 반드시 넣겠다”던 약속도 지켰다.

박지성의 골은 국제축구연맹(FIFA)이 12일(현지 시간) 열린 세 경기에서 나온 5골 중 뽑은 ‘오늘의 골’에 선정됐다.

이날 보여준 것처럼 박지성은 말보다는 그라운드에서 자신을 내보인다. 그가 대표팀에 처음 발탁된 2000년부터 그의 실력을 두고서 설왕설래했다. 박지성은 그럴 때마다 그라운드에서 자신을 증명했다.

2000년 박지성을 국가대표로 처음 발탁한 감독은 다름 아닌 허정무 현 대표팀 감독이다. 허 감독의 선택에 많은 사람들이 의아해했다. 이후로도 박지성을 중용한 감독들은 늘 논란의 대상이 됐다. 하지만 역설적이게도 박지성을 선택한 감독들은 모두 세계적 명장들이었다.

박지성은 2002년 한일 월드컵 때 거스 히딩크 감독의 총애를 받았다. 히딩크 감독은 박지성을 스리톱의 한 축으로 키웠다. 3-4-1-2 포메이션을 시험할 때는 플레이메이커 역할을 맡기기도 했다. 당시 박지성은 화려한 기술과는 거리가 멀었기 때문에 전문가와 팬들의 불만이 많았다.

히딩크의 선택은 주효했다. 박지성은 2002년 월드컵 때 한국 공격의 첨병이었다. 그가 포르투갈전에서 터뜨린 슛은 한국의 역대 월드컵 골 중 가장 멋진 골로 기억되고 있다.



히딩크 감독은 2002년 월드컵 후 박지성을 그의 조국 네덜란드로 데려갔다. PSV 에인트호번에서 뛰게 된 박지성이 초반 적응에 애를 먹자 홈팬들은 그에게 야유를 퍼부었다. 하지만 박지성은 2004, 2005시즌 팀의 리그 우승에 기여했고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4강 2차전 AC밀란과의 경기에서 선제골을 넣으며 세계의 주목을 받았다.

2004, 2005시즌이 끝난 후 또 한 번 세계적 명장이 박지성을 선택했다. 세계 최고 축구 클럽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알렉스 퍼거슨 감독이었다. 이번에도 우려의 목소리가 쏟아졌다. ‘유니폼 판매 수단’이라 말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았다. 심지어 히딩크 감독조차도 퍼거슨의 부름에 응한 박지성을 걱정했다.

하지만 퍼거슨의 선택은 틀리지 않았다. 박지성은 빠르게 진화했다. 그는 지칠 줄 모르는 돌파력에 적극적인 수비 가담으로 팀의 주축 측면 공격수로 자리 매김했다. 퍼거슨은 아스널, 리버풀 등 강팀과의 대결 때는 어김없이 박지성을 선발 출장시켰다.

박지성은 현재 대표팀의 주장을 맡고 있다. 동료들은 그에게 무한 신뢰를 보낸다. 박지성의 활동력은 어린 선수들을 자극하는 촉매제이며 그의 인화력은 현재 대표팀을 완성했다. 김남일은 “지금까지 박지성같이 저돌적이고 당당한 선수는 못 봤다. 박지성이 한국 축구의 새로운 흐름을 만들었다”고 말했다.

한우신 기자 hanwshin@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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