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거리슛-페널티킥 2골 ‘킬러본능’
우루과이, 홈팀 남아공에 3-0 완승
포를란 3대째 월드컵무대 축구명가
이번 대회 첫 ‘멀티골’이다. 두 게임 연속 ‘맨 오브 더 매치’(Man of the Match)에 선정됐다. 조국 우루과이는 1990년 이후 20년 만에 16강 진출을 눈앞에 뒀다.
역시 디에고 포를란(31·아틀레티코 마드리드)이었다.
포를란은 17일(한국시간) 프리토리아 로프투스 페르스펠트에서 열린 2010남아공월드컵 A조 조별리그 남아공과의 2차전에서 두 골을 몰아쳤다. 남아공 팬들의 일방적인 응원도 포를란의 힘을 막지 못했다. 3-0 기분 좋은 완승을 거둔 우루과이는 1승1무를 마크, 2라운드 진출 가능성을 높였다.
전반 24분 벼락같은 중거리슛 선제골에 이어 후반 35분 페널티킥까지 침착하게 성공시켰다. 루벤 소사, 레코바의 명성을 잇는 우루과이 최고 스타다웠다.
천부적인 골 감각을 자랑하는 그는 슈팅과 관련한 모든 것을 갖췄다. ‘교과서 같은 공격수’로 불린다. 기술과 정확도, 위치 선정은 물론 파워까지 겸비했다. 이는 일정부분 할아버지 때부터 이어온 ‘축구 DNA’ 덕이다.
할아버지 후안 카를로스는 아르헨티나 명문 인디펜디엔테에서 활약한 뒤 1962년 월드컵에서 우루과이 감독을 지냈다. 아버지 파블로는 우루과이 대표로 활약하면서 1966년, 1974년 월드컵에 출전했다. 3대가 국가대표 유니폼을 입은, 그야말로 ‘우루과이 축구명문가’ 출신이다. 할아버지, 아버지를 이어 포를란도 엘리트 코스만 밟았다. 할아버지가 뛰었던 인디펜디엔테는 물론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비야레알 등 명문 클럽에서 활약했다. 2008∼2009시즌, 스페인 프리메라리가에서 무려 32골을 기록하는 ‘킬러 본능’도 과시했다.
하지만 그동안 월드컵에서 그는 조국의 운명과 함께 부침을 맛봤다. 첫 무대였던 2002년 한일월드컵 세네갈전에서 득점을 기록했다. 그러나 2006년 독일월드컵 때는 우루과이가 예선에서 탈락하면서 본선 무대조차 밟지 못했다.
그래서일까. 포를란은 경기 후 흥분하지 않았다. “골잡이는 골을 좋아하지만 그보다 팀이 승리하는 게 중요하다. 오늘 승리로 우린 자신감을 얻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한마디 덧붙였다. “아직까지 우린 아무것도 달성한 게 없다.” 2라운드 진출이 최종 확정된 게 아니었기 때문이다.
김도헌 기자 dohone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