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주영, 명예회복을 위한 2가지 과제

입력 2010-06-19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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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주영. 스포츠동아DB

잊어라!
아르헨전 자책골의 악몽

잊지마!
나이지전 프리킥골 추억



2005년 J월드컵 역전 발판 동점골
5년만의 나이지리아전 16강골 별러


축구인생에 있어 가장 굴욕적인 날이었다. 야심 차게 월드컵 첫 골을 노리던 박주영(25·AS모나코)이 자책골에 고개를 숙였다. 아르헨티나 메시가 차 올린 프리킥이 박주영의 오른쪽 정강이를 맞고 굴절돼 골대 안으로 들어갔다. 어쩔 수 없는 상황이었지만 경기 초반 내준 의외의 실점은 결국 1-4 대패의 빌미가 됐다.

자책골 악몽을 만회하기 위해 종횡무진 뛰어 다녔지만 이렇다할 활약을 보이지 못한 채 후반 이동국과 교체돼 나왔다. 박주영은 경기 후 취재진을 피해 믹스트 존(공동취재구역)을 재빨리 빠져나갔다. 호텔로 돌아오는 선수단 버스 안과 식사 시간에도 침묵모드였다. 동료들이 “네 잘못이 아니다”고 위로했지만 아무 말도 들리지 않았다.

그러나 언제까지 충격에 빠져있을 수만은 없다.

박주영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허정무호 부동의 스트라이커. 그의 득점력이 살아나야 한국의 16강이 가능해진다.

자존심 회복의 기회는 23일(한국시간) 나이지리아와의 조별리그 최종전이다. 사상 첫 원정 16강 달성여부가 이 경기에 달려 있다.

일단 징조는 좋다. 박주영은 나이지리아에 좋은 기억이 있다. 국가대표로 맞닥뜨리는 건 처음이지만 U-20 청소년대표 시절 나이지리아 황금멤버를 격침시킨 주인공이다. 한국은 2005년 국제축구연맹(FIFA) U-20 청소년월드컵 F조 조별리그 2차전에서 나이지리아와 만났다. 0-1로 패색이 짙던 후반 종료 1분 전 박주영은 천금같은 오른발 프리킥 동점골로 경기를 원점으로 돌렸다. 그리고 3분 뒤 백지훈(수원)의 결승골로 2-1 역전승을 거뒀다.

당시 나이지리아 멤버는 화려했다. 최고스타 존 오비 미켈(첼시)을 비롯해 이번 남아공월드컵 대표인 사니 카이타(알라니아 블라디캅카스), 타예 타이워(마르세유), 치네누 오그부케 오바시(호펜하임) 등이 모두 포함돼 있었다. 결승에서 리오넬 메시가 버틴 아르헨티나에 패해 준우승에 그치긴 했지만 나이지리아는 아프리카 축구의 자존심을 꼿꼿이 세웠다. 대회 결승 상대였던 아르헨티나를 제외하고 나이지리아에 패배를 안긴 건 한국이 유일했다.

공교롭게도 당시 박주영과 인연이 있는 나이지리아 선수들 상당수가 한국전에 나설 수 없다. 미켈은 무릎 부상으로 일찌감치 월드컵 출전이 좌절됐고 카이타는 17일 그리스 전에서 어처구니없는 발차기로 퇴장 당했다. 타이워는 전반 22분 부상으로 쓰러져 출전이 불투명하다.

한국에게는 더 없이 호재다. 박주영이 아르헨티나전의 ‘눈물’을 나이지리아전의 ‘환희’로 바꿀 수 있을까.

루스텐버그(남아공) | 윤태석 기자 sportic@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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