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참 선수 4명 불러내 갈등 선동”
축구사이트, 佛일간지 인용보도
아넬카 퇴출에 선수단 훈련 거부
대통령“국가 수치…빨리 수습을”
산산이 조각난(Fall a part) 아트(art) 사커.
1998프랑스월드컵 우승, 2006독일월드컵 준우승에 빛나던 레블뢰 군단의 위신이 땅에 떨어졌다. 첫 단추부터 잘 못 끼웠다.
티에리 앙리(33·FC바르셀로나)의 핸드볼 반칙. 온갖 논란 속에서 남아공행 티켓을 거머쥐었지만 월드컵 개막 직전까지도 선수 간, 선수-감독 간 불화설이 끊이지 않았다. 마침내 A조 조별리그 1차전에서 우루과이와 0-0으로 비긴 뒤 2차전에서 멕시코에게 0-2로 패해 16강 진출이 가물가물 해지자, 곪았던 상처가 터졌다.
간판 스트라이커 니콜라 아넬카(31·첼시)는 멕시코 전 하프타임 때 감독과의 언쟁으로 대표팀에서 퇴출됐고, 주장 파트리스 에브라(29·맨유)는 “우리 안에 배신자가 있다”며 내부사정을 흘린 동료를 분열의 원흉으로 지목했다. 21일에는 결국 선수단이 아넬카에 대한 프랑스 축구협회의 결정에 항의하며 훈련을 거부하기에 이르렀다.
설상가상, 프랑스의 축구 영웅 지네딘 지단(38·레알마드리드 기술고문)까지 대표팀 내 분란에 간여한 것으로 알려져 충격을 던지고 있다.
○대표팀 갈등, 지단이 배후 조종?
축구전문사이트 골닷컴은 21일, 프랑스의 유력일간지 리베라시옹(Liberation)을 인용해 “지단이 18일 멕시코 전을 앞두고 고참급 대표선수 4명을 불러 전술적 혁명에 대해 선동했다”고 전했다. 지단과 만난 선수는 앙리와 에브라, 윌리엄 갈라스(33·아스널), 프랑크 리베리(27·바이에른 뮌헨). 모두 4년 전, 월드컵 준우승의 주역들이다.
당시 지단은 주장완장을 차며, 강력한 카리스마로 팀을 이끌었다. 은퇴 후에도 프랑스 축구의 전설로 추앙받는 인물이다.
지단은 4인방에게 “선수들이 좋아하는 포메이션과 전술적인 변화들에 대해 감독과 토론을 해보라”고 조언했지만, 4인방은 레몽 도메네크(58) 감독이 “멕시코 전에서 4-2-3-1 포메이션 대신 4-4-2를 사용할 것”이라고 확신하고 있었다. 결국 지단이 선수단 내 여론몰이를 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 챈 도메네크는 4-4-2를 고집했고, 결과는 패배였다.
아넬카가 도메네크 감독에게 폭언을 하게 된 발단도 ‘전술에 대한 불만토로’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감독이 ‘스타군단’에게 전술에 대해 납득을 시키지 못했다는 것은 확실해 보인다. 지단이 이번 월드컵 기간 내내 “도메네크는 감독도 아니다. 선수들을 선발했으면 같이 뛸 수 있도록 만들어야 한다”고 그의 리더십을 도마위에 올린 것도 같은 맥락. 하지만 여전히 선수들에게 영향력이 큰 지단이 대표팀에 개입했다는 사실만으로, 지단 역시 비난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다. 대표팀 내 이중권력 논란과 신구권력 다툼으로 비화될 소지가 있기 때문이다.
○프랑스, ‘국가의 수치, 대통령까지 나섰다’
프랑스대표팀 장 루이 발랑탱 단장은 선수단이 훈련거부를 선언한 직후 “대표팀과 축구협회, 프랑스인 모두에게 수치스런 일이다. 역겹고 넌더리가 난다”며 사퇴의사를 밝혔다. 주장 에브라와 트레이너 간의 다툼까지 알려지면서 사건은 일파만파로 번졌다. 전 세계적인 조롱거리가 된 프랑스에게 대표팀 문제는 국가적 차원의 중대사가 됐다. 이제 대통령까지 나섰다.
21일 로이터 통신은 로잘린 바슐로 프랑스 체육장관이 프랑스 국영방송 TF1과 인터뷰한 내용을 인용해 “니콜라 사르코지(55) 대통령이 체육장관에게 대표팀 사태의 수습을 당부했다”고 전했다. 현재 남아공에 머물고 있는 바슐로 장관은 “사르코지 대통령이 ‘남아공 방문기간을 늘려 주장 에브라와 도메네크 감독, 축구협회장 등을 만나라’고 지시했다”고 밝혔다. 또한 “아직 책임을 논할 때가 아니지만, 조만간 그 시기가 올 것”이라며 관련 인사들에 대한 문책을 시사했다.
프랑스 정치인과 축구인들도 비판여론에 가세했다.
싱크로나이즈드스위밍 국가대표 출신인 크리스틴 라가르드 경제장관은 국영방송 TF1의 뉴스전문채널 LCI와의 인터뷰에서 “국가대표라면 스포츠에 열중하는 어린이와 청소년 등 국민 앞에서 모범을 보일 책임이 있다”고 일침을 가했다. 프랑스월드컵 우승주역 비센테 리자라쥐(41)는 “대표팀에서 제정신을 가진 사람이 없다. 대표팀의 현 상황은 팀을 통제할만한 권위의 부재를 말한다”며 혀를 찼다.
전영희 기자 setupman@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