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인 배신? 죽음 몰 정도는 아니다
재정 위기? 무리하게 사업 안했다
인기 주춤 현실에 상당히 큰 고통”
“‘난 허울뿐’이란 그의 고백이 자꾸 맴돈다.”
6월 30일 스스로 세상과의 인연을 끊어버린 박용하. 그의 최측근들이 전한 죽음의 직접적인 배경은 소문이 무성한 지인의 배신도, 재정적 위기도 아니었다.
정상의 한류스타로서 고공행진을 했던 지난 시절과 비교해 그때의 인기를 다시 살리기 어렵다는 냉혹한 현실이 위기의식을 낳았고, 그로 인한 스트레스가 그를 죽음으로 내몬 것 같다고 측근들은 입을 모으고 있다.
● 지인 배신, 죽음의 원인?
박용하의 죽음을 둘러싸고 가장 자주 등장한 추측은 수년간 동고동락했던 매니저가 금전적 문제로 인간적 실망을 안겼고, 그로 인한 충격이 영향을 미치지 않았겠냐는 것.
그러나 소문의 당사자로 지목된 전 매니저 A씨는 6월 30일 밤 늦게 가톨릭대 서울성모병원에 마련된 빈소를 찾은 것으로 밝혀졌다. 박용하의 한 측근은 1일 “A씨가 빈소에 들러 한동안 자리를 지켰다”며 “몸을 가눌 수 없을 정도로 울며 유족에게 ‘죄송하다’는 말을 되풀이했다”고 말했다.
A씨의 조문을 지켜본 이 측근은 “소속사 경영을 두고 빚어진 매니저와의 갈등이 가장 ‘표면화’된 사건이다 보니 실제보다 과장됐다”며 “박용하가 충격을 받을 정도로 큰 사건이었다면 A씨가 빈소를 감히 찾아올 수 있었겠냐”고 반문했다.
이 측근은 특히 A씨의 역할에 대해 “그는 고용된 사장이었다. 때문에 경영에 관련된 결정도 제한적일 수 밖에 없다”며 “금전 문제로 서로 신뢰에 금이 갈 순 있으나, 이를 죽음의 단초로 보는 건 무리”라고 조심스레 말했다.
● 재정적 위기, 진짜 심각했나
스스로 목숨을 끊은 안재환의 경우처럼 박용하 역시 남모를 금전적 어려움이 있었을 것이란 추측도 강하게 제기됐다. 그 근거로 일부에서는 그가 승용차를 시장에 팔려고 내놨다는 점을 들었다.
이에 대해 박용하의 또 다른 측근은 ‘와전된 사실’임을 강조했다. 이 측근은 “생전 박용하는 자동차 마니아였다”며 “차를 바꾸려고 중고시장에 내놓을 순 있어도 급전 때문에 그랬다는 것은 신빙성이 떨어진다”고 말했다. 이 측근 외에 박용하의 다른 지인들은 “사업 실패설까지 나오는 점은 상당히 유감스럽다”며 “그 정도로 무리하게 사업을 펼칠 사람이 아니었다”고 전했다.
● “난 허울 뿐…” 아픔이 담긴 한탄
평소 박용하와 자주 만난 한 관계자는 “최근 들어 ‘일하기 싫다’는 말을 종종 했다”고 증언했다. 한때 드라마 ‘겨울연가’로 한류 열풍을 이끌었던 인기스타지만, 지난 몇 년과 견주어 인기가 주춤한 현실과 맞닥뜨리면서 박용하는 상당한 내적 고통을 겪었다는 것이 측근들의 공통된 이야기다.
또 다른 관계자는 “일본의 사업 등이 과거보다 위축된 것은 사실”이라며 “‘난 허울 뿐’이라던 그의 말이 자꾸 머릿 속에 맴돈다. 고통으로 끓던 속내를 헤아리지 못해 미안하다”고 숙연해했다.
윤여수 기자 tadada@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허민녕 기자 justin@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