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싱Q|레이싱모델이 사는 법] 억대 연봉, 은밀한 유혹, 몰카에 스토킹까지…레이싱 모델의 진실은 무엇인가

입력 2010-07-07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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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XR 팀106 소속 레이싱모델로 활동중인 박시현 정주미 최슬기(왼쪽부터)는 “노출이 심한 의상으로 인해 생기는 오해와 선입견이 있지만, 프로의식으로 이겨낸다”고 했다.

■ 레이싱 모델 오해와 진실

2010 남아공월드컵 출전을 앞두고 대한민국 축구대표팀이 에콰도르와 친선경기를 벌이던 5월16일 서울 성산동 서울월드컵 경기장. 당시 관중석에 있던 김하율이 늘씬한 몸매와 대담한 패션으로 기자들의 카메라에 잡혔다. 이후 그녀는 ‘상암동 응원녀’란 이름으로 온라인에서 화제가 됐다. 그런데 김하율은 일반인이 아닌 사실 레이싱모델로 모터스포츠 팬들에게는 꽤 알려진 인물이다. 자연 그녀의 등장을 두고 일부에서는 과거의 전례를 들어 ‘연예계 진출하려고 그러는 것 아니냐“는 비난도 쏟아졌다.

이처럼 레이싱모델은 오해와 선입견이 많은 직업군이다. 화려한 외모로 인해 ‘연예인 지망생’으로 오해받기도 하고, 과감한 노출로 인해 성적인 환상이나 나아가 몰래카메라의 피해자가 되기도 한다.

현재 국내 레이싱모델계에서 높은 인기 속에 왕성한 활동을 벌이는 정주미 박시현 최슬기 등 레이싱모델 3인을 통해 그들의 세계를 들여다봤다.

공부와는 담 쌓은 쇼핑마니아?
연예계 진출 호시탐탐 노린다?
NO!

짓궂은 남성팬들 ‘몰카’ 공세?
일할땐 프로…현모양처가 꿈?
YES!


- 몸이 재산인데, 몸관리는 어떻게 하나


정주미(이하 주미) : “운동하면 좋다고는 하는데…. 일하는 게 운동이다.(웃음)”


박시현(이하 시현) :
“높은 굽에 유니폼 입고 배에 힘주며 포즈를 취하는 것도 힘들다. 살이 쪘다 싶으면 안 먹는다. 운동하는 것보다 안 먹는 게 간편하다.(웃음)”


- 예쁘게 보여야하니까 성형수술을 많이 할 것 같다.


최슬기(이하 슬기) : “사실 수술은 일반사람들도 많이 하지 않느냐. 예뻐지려는 마음은 누구나 다 똑같다. 다만 보여지는 직업이어서, 외모에 더 신경 쓰기는 하지만 레이싱모델이어서 수술을 많이 한다는 것은 오해다.”


시현 : “예쁘면 다들 좋아하지 않나. 나도 (수술)안했을 때도 ‘당연히 했을 것’이라는 오해를 받았다. ‘인조인간이다’ ‘다 뜯어고쳤다’는 말을 듣고 상당히 억울하고 속상했다. 그래서 그 말 듣고 살짝했다.(웃음)”


주미 :
“남자 중에도 식스팩(복근)을 성형외과에서 만드는 사람이 있다고 하더라.”


- 공부와 거리가 멀 거란 이미지가 있다.


주미 : “우리에게 공부는 숙명이다. 전시 행사하려면 방대한 자료를 다 외워야 한다. 명품이나 좋아하고 놀러 다닐 줄만 안다는 선입견이 있는 것 같다. LG전자 전시행사에서 8년을 일했는데, LG유니폼을 입고 있는 한, 관람객들에겐 나도 LG직원인 셈이다. 내가 설명을 못하면 LG가 욕을 먹게 되니까 열심히 하게 된다. 일에 책임감도 갖고 있고 자부심도 있다.”


- 자신들을 바라보며 성적 환상을 가진 남자들 때문에 힘들지 않나.


주미 : “짓궂은 분들 있지만, 그래도 많이 없어졌다. 전에는 지나가는 척 하면서 짧은 치마를 뒤에서 동영상으로 몰래 찍는 분들이 있었다. 한편으로는 그런 분들이 불쌍하기도 하다. 그걸로 뭘 하는지 모르겠다. 정신적인 문제가 있지 않을까?”


- 스토킹도 있지 않나.


주미 : “아마, 다들 있을 것이다. 난 여성에게 괴로움을 겪은 적이 있다. 매일 상당한 양의 메일을 보내거나 카페에 글을 올리는데, 아예 반응을 보이지 않으니까 협박이 이어지더라. 무서웠다.”


시현 :
“한 남자의 문자메시지 공세에 너무 힘든 적이 있었다. 회신 안하니까 이상한 내용의 음성메시지 보내고, 욕설에 음담패설까지 퍼부었다. 계속 무시하니까 카페에 비방글을 올리더라.”


- 혹시 거북한 제안, 은밀한 유혹은 받지 않나.


시현 : “그런 일이 있을 수도 있겠지만, 아주 극소수의 일일 것이다.”


슬기 :
“노코멘트. 우리로 인해 레이싱모델 전체에 오해가 생길 수 있다.”


- 연예계 진출하려고 레이싱모델을 한다는 이야기도 있다.


주미 : “연예계에서 콜은 계속 온다. 레이싱모델은 끼가 없으면 못하는 직업이고, 카메라에 대한 거부감이 없어 유리한 면이 있다. 방송 일을 잠깐 했지만, 지금 일에 만족하고 있다. 또 스타가 되기 위해 어려서부터 열심히 트레이닝 받는 분들이 많은데, 우리와는 많이 다를 것 같다.”


슬기 :
“연예계에서 잘 될 거란 보장도 전혀 없다. 나만 잘한다고 되는 게 아니고, 험한 일 겪는 경우도 있을 것이고, 객관적으로 나보다 못하는 것 같은데, ‘빽’이나 다른 방법으로 더 잘되는 것을 못 볼 것 같다.”


시현 :
“6개월간 연예기획사에 있던 적이 있었다. 어렸을 때 가수의 꿈이 컸는데, 기회가 생겨 기획사에 들어갔다. 그런데 모델 일에 비해 수입이 확 줄은데다, 술자리에 같이 나가자는 말을 듣고 그만뒀다.”


슬기 : “연예인들은 방송이 나가야 느낄 수 있는데 우리는 현장에서 팬들의 열기를 바로바로 느낄 수 있다.”


주미 : “그게 바로 우리의 에너지다. 내가 힘들고 아픈데도 사진기 앞에서는 웃고 있더라. 나도 모르게 에너지를 받고 있더라.”


- 언제나 젊을 수 없으니까, 레이싱모델은 수명도 길지 못할텐데.


슬기 : “현역 모델 중 나이가 좀 있는 사람들도 많다. 자기관리만 잘하면 나이 들어도 할 수 있는 일이다.”


주미 : “경력이 짧아도 1년에 대기업 부장급 연봉 정도는 벌 수 있다. 그러나 수명이 짧아서, 기회 있을 때 벌어야 한다. 그러면서 나이 들어 할 수 있는 일을 찾게 된다. 전시모델을 할 때, 나는 애정을 갖고 제품에 대해 설명하는데, 통역의 과정을 거치면 그런 애정이 좀 약해지는 것 같더라. 그런 통역을 보면서 미래의 내 목표를 보게 된다 ”


시현 : “이 일을 계속하다가 결혼해서 잘 살고 싶다. 현모양처가 꿈이다.”


- 좌절이나 회의를 느낄 때는.


주미 : “열심히 했는데, 그걸 사람들이 잘 모를 때, 돌아오는 것은 없을 때 회의를 느낀다. 또 사진촬영 요청하는 분들에게 최선을 다해 사진을 찍었는데, 나중에 사진이 이상하게 올라왔을 때가 있다.”


슬기 : “팬사이트나 나와 관련된 인터넷 기사가 음란 사이트에 링크되거나, 성형외과 병원에 내 사진이 올라 마치 그 병원에서 수술한 것처럼 보일 때 마음이 아프다.”

김원겸 기자 gyumm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사진|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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