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덜란드, 브라질까지 꺾고 올라왔는데…
74·78년 이어 우승문턱서 세번째 좌절
오렌지 군단의 눈물이 요하네스버그 사커시티 스타디움을 적셨다.
120분 혈투의 끝을 알리는 주심의 휘슬이 울리는 순간 스네이더르(인터 밀란)는 그라운드에 주저앉았다. 후반 결정적인 일대일 찬스를 살리지 못한 아르연 로번(바이에른 뮌헨)은 머리를 감싸 쥐었다. 마르크 판보멀(바에이른 뮌헨)은 주심에게 달려가 스페인 결승골이 오프사이드가 아니냐며 강력하게 항의했지만 소용없었다.
그들의 좌절은 바로 옆에서 감격에 겨워하는 스페인 골키퍼 카시야스(레알 마드리드)의 눈물과 대조를 이뤘다.
네덜란드가 월드컵 우승 한을 이번에도 풀지 못했다.
스페인과 네덜란드 모두 첫 우승 도전.
우승의 환희가 큰 만큼 패한 팀의 아픔은 더욱 깊을 수밖에 없었다. 더구나 네덜란드는 우승 문턱에서 좌절한 게 이번이 세 번째다.
1970년대 토털사커 바람을 일으키며 세계축구를 주름잡을 때 1974서독월드컵과 1978아르헨티나월드컵 모두 결승에 올랐지만 개최국에 패했다. 74년에는 서독에 1-2로 졌고, 4년 뒤에는 아르헨티나에 연장 접전 끝에 1-3으로 무릎을 꿇었다.
우승에 목마른 네덜란드 판 마르베이크 감독은 과감하게 화려함을 벗어 던졌다. 실리 위주의 이기는 축구를 구사했다. 기자회견에서 그는 “이기는 게 가장 좋은 축구다”고 밝히기도 했다.
체질을 바꾼 네덜란드는 승부처에서 강해졌다. 결승전에서 스페인에 패하기 전까지 이번 대회 6경기를 모두 이겼다. 월드컵 예선까지 포함하면 무려 14전 전승. 특히 8강에서는 ‘천적’ 브라질마저 꺾었다.
그러나 승리의 여신은 이번에도 네덜란드의 우승을 허락하지 않았다.
최고 짜임새를 갖춘 스페인을 맞아 선전했지만 연장 접전 끝에 석패했다. 네덜란드 선수들은 시상식 때도 아쉬움을 감추지 못한 채 침울한 표정으로 연단에 올라섰다.
판 마르베이크 감독은 “스페인은 최근 2년간 세계에서 가장 축구를 잘하는 나라였기 때문에 최고의 팀이 이긴 것이다”고 상대를 예우하면서도 “그러나 기술적으로 보면 우리도 오늘 좋은 경기를 했다”고 위안을 삼았다. “마지막 3∼4분이 특히 아쉬웠다. 10명이 싸우고 있었지만 우리는 승부차기까지 갈 수 있었다”며 아쉬움을 감추지 못했다.
윤태석 기자 sportic@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