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여, 너와 함께” 세계를 울린 ‘추모 세리머니’

입력 2010-07-13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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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니에스타, 잊을 수 없는 3가지 매력
작은 거인
170cm 65㎏ 불구 2골 모두 결승골 위력

놀라운 기록
결승전 14㎞ 질주, 팀 평균 9.740㎞ 훌쩍
패스 성공률 73%…세차례나 최우수 선수

그리고, 감동…
지난해 사망한 동료에 바치는 세리머니 눈물


남은 시간은 4분.

피 말리는 승부차기에 돌입할 가능성이 높아지던 연장 후반 11분.

안드레스 이니에스타(바르셀로나)가 파브레가스(아스널)의 패스를 받았다. 골문 오른쪽 지역이었다. 그가 지체 없이 날린 오른발 슛이 네덜란드 골문 왼쪽 구석에 정확하게 꽂히는 순간 9만 관중이 들어찬 요하네스버그 사커시티가 요동쳤다.

이니에스타는 두 팔을 번쩍 들고 포효하더니 유니폼 상의를 벗어 젖혔다. ‘다니엘 하르케는 항상 우리와 함께 있다(Dani Jarque siempre con nosotros)’라고 언더웨어에는 적혀 있었다. 작년 여름 갑작스런 심장마비로 사망한 대표팀 동료 하르케를 추모하기 위한 문구였다. 80년 만에 품에 안은 조국의 감격스런 월드컵 우승을 그는 세상을 떠난 동료에게 가장 먼저 바쳤다.




○작은 거인 우뚝 서다

‘작은 거인’ 이니에스타가 80년 묵은 스페인의 월드컵 한을 풀었다. 26세의 이니에스타는 170cm, 65kg으로 체격이 왜소한 편에 속한다.

하지만 지치지 않는 체력과 왕성한 활동량을 바탕으로 중원과 측면을 오가는 공수 연결고리 역할을 훌륭하게 수행했다. 킬 패스와 재치 있는 드리블에 상대 수비수들은 허무하게 무너졌다.

결정적인 한방도 갖췄다. 결승전 골을 포함해 이번 대회 6경기에서 2골을 넣었는데 모두 결승골이었다. 스페인은 조별리그 1차전에서 스위스에서 예상 밖의 패배를 당했다.

늘 우승후보로 꼽히면서도 정작 월드컵에서 고전했던 과거의 아픔이 재현되던 순간. 스위스 전에서 허벅지 부상으로 위기를 맞았던 그는 칠레와 조별리그 최종전에서 화려한 복귀식을 치렀다. 다비드 비야의 선제골에 이어 결승골을 터뜨리며 탈락 위기에 처한 팀을 구해냈다.


○기록으로 본 이니에스타

이니에스타는 이번 대회 6경기에서 557분을 뛰며 11개의 슛을 날렸다.이 중 5개가 유효 슛이었고, 2골을 넣었다.

팀 동료 사비와 합작해 네덜란드 중원을 유린했다. 스페인은 결승전에서 평균 9.740km를 뛰며 9.587km를 뛴 네덜란드를 압도했는데, 이니에스타는 14.028km로 사비(14.987km)에 이어 2위. 그가 대회 6경기에서 뛴 거리는 무려 66.08km에 달한다.

6경기에서 382차례의 패스를 시도해 이 중 278번을 동료의 발에 정확하게 배달했다. 성공률 73%%. 평균 80%% 패스성공률을 자랑하는 스페인 축구의 중심에 그가 있었다. 또 이니에스타는 결승전 맨 오브 더 매치에 뽑힌 것을 포함해 칠레와 조별리그, 파라과이와 8강전 등 세 차례나 경기 최우수선수에 선정됐다.


○추모 세리머니…감동 물결

극적인 결승골 못지않게 결승골 세리머니 또한 인상적이었다. 득점 후 곧바로 걷어 올린 유니폼 안 언더웨어에는 ‘하르케는 항상 우리와 함께 있다’는 글귀가 적혀 있었다. 이니에스타보다 한 살 많은 하르케는 2003년 U-20 청소년대표 시절부터 한솥밥을 먹었던 절친. 그러나 작년 8월 심장마비로 26세의 젊은 나이에 요절했다. 그 동안 동료를 잃은 아픔을 묵묵히 가슴 속에 묻고 그라운드를 누볐던 이니에스타는 가장 영광된 순간에 감동적인 세리머니로 스페인 팬들의 마음을 울렸다. 물론 규정상 상의를 탈의하거나 옷에 특정 문구를 내보이는 골 세리머니는 경고에 해당한다. 이니에스타 역시 곧바로 주심의 옐로카드를 받았다.

그러나 죽은 동료의 이름을 가슴에 새기고 꿈의 무대 정상 등극의 감격을 함께 나눈 이니에스타의 동료 사랑에 스페인 뿐 아니라 전 세계 축구팬들도 아낌없는 찬사를 보냈다.

윤태석 기자 sportic@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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