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SK 김성근 감독·삼성 선동열 감독·두산 김경문 감독 (왼쪽부터). 스포츠동아DB
1. 스타보다 팀 위한 용병술
2. 유망주 실험 통해 감독권위 강화
3. 특급 불펜 운용 치열한 일진일퇴
지도자에게는 숙명적으로 두 가지 과제가 주어진다. 하나는 이기는 것이고, 또 하나는 선수를 키우는 것이다. 얼핏 이 두 가지는 상호 충돌하는 가치처럼 비쳐진다. 그러나 제로섬이 아니라 동반 성장이 가능함을 2010프로야구가 보여주고 있다. 프로야구의 3강 SK, 삼성, 두산이 두 가지 가치를 동시 충족시키는 닮은꼴 팀 구축의 성공진행형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 스타에서 팀으로
일본의 스포츠전문지 ‘넘버’는 순환적 관점에서 축구의 역사를 해석한 글을 게재한 바 있다. 풀어 쓰면 ‘스타의 축구→팀의 축구→스타의 축구→팀의 축구…’가 주기적으로 반복된다는 관점이다. 이를 테면 펠레의 시대 다음에 토털 사커가 출현했고 마라도나라는 천재가 나타난 다음에 조직력과 수비력을 중시하는 축구가 득세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전체적 큰 흐름은 개인보다는 팀으로 옮겨가는 경향이다. 남아공월드컵만 봐도 메시, 카카, 호날두 등 판타지 스타의 활약을 기대했지만 파이널4는 스페인 네덜란드 우루과이 독일 등 팀워크가 탄탄한 팀이었다.
축구와 극을 이루는 듯한 야구 역시 속성은 흡사하다. 장명부 최동원 선동열 이종범 이승엽 등 불세출의 스타가 지배했던 야구에서 갈수록 토털 베이스볼로 트렌드가 이동하고 있다. 프로야구에서 압도적 3강을 형성한 SK, 삼성, 두산은 이 지점에서 겹치는 부분이 뚜렷하다.
● 이기는 조직의 DNA
세 팀의 가장 확연한 특징은 벤치 통제력이 막강하다는 지점에서 발견된다. 상대적으로 선수의 개성을 중시하는 롯데나 LG보다는 감독의 권위가 절대적이다. 감독은 선수의 자존심이나 기록보다는 오직 팀 승리에 맞춰 용병술을 펼치고, 선수들도 군말 없이 승복한다.
코치들까지 일사불란하게 김성근의 팀, 선동열의 팀, 김경문의 팀으로 장악된 느낌을 강렬하게 풍긴다.
세 감독 공히 끊임없이 유망주를 발굴하는 실험을 감행해 권위를 강화하고, 기존 주전들의 복종을 이끌어낸다.
아울러 3강은 주루와 수비 등 혹독한 훈련에서 우러나오는 무결점 야구를 추구한다. 통계적으로 불확실성이 적은 수비와 주루를 극한까지 강화해 ‘이기는 야구’보다는 ‘지지 않는 야구’에 방점을 찍는다. 3강끼리 붙을 때 유독 접전이 많고, 수준이 다른 야구를 보여주는 것도 비슷한 지향을 공유하고 있어서다.
끝으로 불펜 중시다. 김성근 감독은 단 두 명의 승리조 불펜 정우람∼이승호만 갖고 이기는 신기묘묘를 보여줬다. 삼성 불펜진은 5회까지만 앞서면 31전 전승이다. 두산도 ‘KILL라인’ 해체 이후 히메네스, 왈론드까지 불펜 투입을 불사하곤 했다.
● 프로야구의 종언?
선수 대 선수의 화끈한 힘의 승부가 아니라 약점을 파고드는 야구여서 보는 입장에서는 머리를 써야 되니까 피곤할 수 있다. 일본 스타일로 경도된다는 우려도 나온다. 그러나 현실은 다른 스타일로 3강을 극복하는 팀이 나오지 못하고 있다.
더 이상의 야구는 나올 수 없는 프로야구의 종착역일까, 아니면 3강을 넘어설 새로운 야구는 가능할 것인가?
김영준 기자 gatzb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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