넥센 김시진 감독. [스포츠동아 DB]
“너 왜 전화했어? 그쪽 유니폼 입고 잘 뛰면 되지.”
한국야구위원회(KBO)의 롯데-넥센간 트레이드 승인이 발표된 직후였다. 넥센 김시진 감독에게 한통의 전화가 걸려왔다. “못해서 죄송하긴…. 작년에는 잘했다. 10년 뒤에 너와 내가 어디서 또 만날지 모르지 않냐.” ‘거자필반’의 불교적 깨달음 통하지 않고서는 달리 황재균(23·롯데)을 위로할 말이 없었다.
불과 7개월 전의 일이다. 그때도 그랬다. 감독실에 마주 앉은 이택근(30·LG). 1분 동안 침묵이 흘렀다. 어떤 단어로도 정리하기 힘든 상황이었다. 어렵게 김 감독이 딱 한 마디를 꺼냈다. “가서 잘 하지 않겠냐.”
물론 1988년 김 감독이 삼성에서 롯데로 트레이드될 때와는 상황이 많이 변했다. 이제 트레이드는 자신의 가치가 증명되는 계기이기도 하다. 하지만 김 감독은 “그래도 사람 마음은 안 그렇다”고 했다. 이따금씩 넥센 라커룸을 기웃거리는 장원삼(27·삼성)에게 “너 또 왜 왔냐?”고 호통 치면서도, 속으로는 반가운 이유다.
“가서 부지런하다는 얘길 들었으면 좋겠어요. 그래야 데리고 있던 우리가 욕을 안 먹겠지요.” 어디서든 자식이 빛나기를 바라는 부모의 심정. “네 약점 우리 투수들한테 말해서 틀어막을 테니까 열심히 하라”는 마지막 통화내용이 서글퍼 보였다. 5번의 생이별은 과연 누구의 책임일까.
목동 | 전영희 기자 setupman@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