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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경기만의 감격…부상 털고 맹활약‘스나이퍼’ 설기현(31·포항·사진)의 K리그 데뷔 골이 드디어 터졌다.
설기현은 25일 스틸야드에서 벌어진 수원 삼성과의 2010 쏘나타 K리그 14라운드 홈경기에서 전반 5분 멋진 오른발 슛으로 골문을 흔들었다. 황진성의 스루 패스를 받아 강력한 땅볼 슛으로 대표팀 골키퍼 이운재의 왼쪽 옆구리를 뚫었다.
설기현은 올 시즌을 앞두고 포항에 입단하며 기대를 한 몸에 받았다. 그러나 갑작스런 무릎 부상으로 전반기 내내 한 경기도 나서지 못했고 갈망했던 남아공월드컵 출전 기회마저 무산됐다. 다행히 후반기 들어 3경기 출전 만에 골을 터뜨리며 그 간의 마음고생을 훌훌 털어버렸다.
그 역시 감회가 남다른 듯 했다. 골을 터뜨린 뒤 늘 선보였던 두 주먹을 움켜쥐는 세리머니를 처음으로 유럽 무대가 아닌 스틸야드 그라운드에서 홈 팬들에게 보여주며 포효했다.
설기현은 이날 90분 풀타임을 소화하며 경기 내내 가벼운 몸놀림을 보였다. 포항은 중원에서부터 짧고 날카로운 패스로 수원 수비를 서서히 허물었는데 볼의 마지막 종착점이 늘 설기현의 발끝일 만큼 팀 공격의 중심에 섰다. 상대 집중 견제에 시달린 것도 당연지사. 전반 초반 수원 양상민이 설기현의 돌파를 저지하려다 유니폼을 잡아당겨 찢어지는 보기 드문 장면이 나오기도 했다.
전반 20분과 후반 1분에는 왼쪽에서 올라온 크로스를 날카로운 헤딩슛으로 연결했지만 골문을 살짝 벗어났다. 후반 시작과 함께 골문 앞에서 3명의 상대 수비수 사이에 둘러싸였지만 침착하게 볼을 다루며 동료에게 패스를 내줬다. 비록 오프사이드 판정이 나왔지만 노련함이 돋보였다. 후반 31분에는 반대편에서 길게 넘어온 크로스를 받아 문전 앞에서 감각적인 오른발 논스톱 슛으로 연결했지만 크로스바를 맞고 나와 아쉬움을 남겼다.
수원을 상대로 데뷔 골을 터뜨린 것도 공교롭다. 설기현이 K리그 행을 결심했을 때 포항 외에 막판까지 그에게 관심을 보인 팀이 바로 수원이었다. 그러나 그는 가족이 머물고 있는 부산과 가깝다는 점을 들어 수원이 아닌 포항을 택했는데 자신을 원했던 팀을 상대로 역사적인 데뷔 골을 만들어냈다.
윤태석 기자 sportic@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