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 잘 안타던 버스를… 100m도 못가 사고”
‘준절단’ 두 다리 재수술 예정 “제발 걸을 수 있었으면…”
“그 버스는 우리 아이가 잘 타지도 않았는데….” 서울 성동구 행당동 버스 폭발 사고로 양쪽 발목뼈가 심하게 부서져 한양대병원에서 봉합수술을 받은 이효정 씨(28·여)의 어머니 이수남 씨(47)는 10일 제대로 말을 잇지 못했다. 효정 씨 어머니와 동생들은 병원 대기실을 떠나지 못했다.
가족과 지인 등에 따르면 효정 씨는 사고가 난 241B번 버스를 평소 잘 이용하지 않았다. 효정 씨는 동대문구에 있는 대형마트에서 종업원으로 일했다. 마침 9일 사건 당일은 비번이었다. 친구와의 약속 장소로 가다 자주 이용하던 3번 마을버스가 오지 않자 평소 잘 타지 않던 241B번 버스에 올랐다. 인근 무학여고 앞까지 이동한 뒤 다른 차로 갈아타려 했던 것.
효정 씨는 사고 버스에 탄 뒤 한 정거장도 가지 못한 채 사고를 당했다. 효정 씨의 동생 제현 군(15)은 “행당동 벽산아파트 앞에서 타고 행당역도 못 갔으니 100m도 못가서 사고가 났다”며 “누나가 들고 있던 가방과 휴대전화는 모두 멀쩡한데 누나는…”이라며 울음을 터뜨렸다. 한때 의식을 잃었던 효정 씨는 수술을 받고 현재 의식을 찾았다.
한양대병원에 따르면 효정 씨의 두 다리는 ‘준(準)절단 상태’로 혈관과 피부조직을 임시로 묶어놓은 상태다. 재수술을 한 뒤에야 다시 걸을 수 있는지 판명난다는 게 병원 측의 설명이다.
발목을 심하게 다친 효정 씨도, 딸을 간호하느라 당분간 일을 못하게 된 어머니 이 씨도 이번 사고로 모두 수입을 잃게 됐다. 이 씨 가족은 봉제공장에서 일하는 이 씨의 수입과 효정 씨의 월수입 100만 원 남짓한 돈으로 생활비와 동생 효진 씨(24·여), 제현 군의 학비를 마련해 왔기 때문. 이 씨 가족은 이런 시련 속에서도 희망을 잃지 않고 있다. 이 씨는 “오전에 중환자실에서 효정이를 잠깐 봤는데 발가락을 만지니까 감각을 느끼는 것 같더라”며 “제발 걸을 수 있었으면 좋겠는데…”라면서 눈시울을 붉혔다.
장관석 기자 jks@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