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조이 EPL] 훌리건, 축구종가도 풀지못한 숙제

입력 2010-08-20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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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년대 명문구단 팬 중심으로 조직화
주춤하던 폭력 작년 49%나 늘어
프리미어리그(EPL)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이 세계 최고라는 수식어와 함께 훌리건이라는 열혈 서포터다. 잉글랜드 축구는 산업혁명 이후 노동자 계급의 성장과 함께 자본과 열정이 모여 만들어진 결정체다.

아직도 영국 내에서는 축구라는 스포츠 종목은 귀족이나 왕족들보다는 노동자들에게 더욱 더 각광받는 스포츠임에는 틀림이 없다.


○훌리거니즘의 등장

훌리건들을 풋볼 펌스(Football Firms)나 풋볼 팩토리(Football Factory)라고 부른다. 1960년대 중반 한 타블로이드 지에서 열혈 팬들을 훌리건(Hooligan)이라고 부른 것이 계기가 되어 그 이후부터 대중화됐다.

특히 1970∼1980년대가 피크 타임이었다.

풋볼 팩토리라는 영화에서 나오는 것처럼, 그들은 경기 전후에 경찰들의 추격을 피하기 위해서 경기장에서 떨어진 곳에 모여 크게 한판 싸운다. 거친 말부터 시작해 욕과 심지어는 주먹으로 치고받고, 무기를 사용하는 사태까지 일어난다. 이러한 소동도 경찰들이 출동해 연행해야 끝이 난다. 그렇지 않고서는 경찰이 옆에 있더라도 싸움은 멈추지 않는다.

1970년대 전통 깊은 축구단 대부분에 이런 조직화된 훌리건들이 생겨났다.



이를테면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는 레드 아미(Red Army), 아스널은 구널스(Gooners), 첼시는 헤드 헌터즈(Head Hunters), 버밍험 시티는 줄루스(Zulus), 리버풀은 얼친스(Urchins)라고 부른다.


○아슬아슬한 경기장

1978년과 1985년 FA컵 4강에 진출한 밀월과 그들의 열혈 서포터즈 부시웨커즈(Bushwackers)는 맥주병과 쇠파이프, 심지어 칼과 같은 무기까지 동원해 폭력을 선동했다.

이에 마가렛 대처 수상이 훌리거니즘과 전쟁을 선포함으로써 훌리건들의 기는 한풀 꺾였지만, 최근 크고 작은 소요 사태가 일어나고 있다. 자료에 따르면 2008년과 비교해 2009년에 축구관련 폭력사건이 49%나 늘어났다.

영국 유력 일간지 텔라그래프는 “잉글랜드 전 지역과 스코틀랜드, 북아일랜드를 아우르는 훌리건들에 대해 최악의 경우 경기 참여를 하지 못하게 하는 방향으로 법을 제정하기 위한 절차를 밟고 있다”고 14일자에 보도했다.

17일 맨유-뉴캐슬 전에 기자석 가까운 곳에 뉴캐슬 원정 서포터를 위한 좌석이 있었고, 그 주위는 홈팀 맨유 팬들로 가득 메워졌다. 경기 내내 뉴캐슬은 맨유의 응원가를 비꼬아 부르며 신경을 곤두세우더니 경기가 무르익고 실점을 하자 언어의 수위가 바닥으로 곤두박질치기 시작했다.

다행히 홈팀과 원정 팀 사이의 좌석을 전문 보안업체 요원들이 구분하고 있어 사태를 진정시키고 있었지만 경찰력보다는 효율적이지 않아 보였다.

아직도 많은 풋볼 펌스가 응원이라는 타이틀을 내걸고, 수만 명이 모여 한 목소리를 내고 있지만 축구를 즐기기 위한 문화로 정착시키기에는 축구종가에서도 더욱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맨체스터(영국) | 박영오 통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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