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조이 EPL] 600억짜리 선수가 고작 12골 맨유 “베르바토프를 어찌할꼬…”

입력 2010-05-05 17:0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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잇단 부진에 언론 비판 시달려… 이적 여부 관심
2008년부터 프리미어리그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간판 공격수로 활약해온 디미타르 베르바토프(29)의 향후 거취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호날두의 공백은 물론, 루니의 부상 공백마저 메우지 못하면서 많은 팬들과 언론의 비판에 시달리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AC밀란(이탈리아)과 바이에른 뮌헨(독일)에 이어 최근 뉴캐슬(잉글랜드)과도 이적설에 휘말려 있는 베르바토프. 과연 다음 시즌 올드 트래포드에서 다시 볼 수 있을까.


● 득점 없는 공격수에 대한 논란

베르바토프는 올 시즌 총 12골을 터트렸다. 물론 형편없는 성적은 아니지만 부상으로 제 컨디션을 발휘하지 못한 루니가 기록 중인 26골과 비교하면 턱없이 부족하고, 그가 보여준 경기력 역시 합격점을 받기는 힘들다.

그간 루니에 밀려 선발 출장 기회를 많이 잡지 못했다는 점을 감안해도 그의 활약은 2008년 맨유가 그를 영입하기 위해 토트넘에 지불한 3075만 파운드(약 615억원)라는 거액과 어울리지 않는다.

비난은 지난 달 첼시와 블랙번전을 치르면서 더욱 거세졌다. 부상당한 루니 대신 스트라이커로 선발 출전했던 그는 끝내 팀을 위기에서 구해내지 못했다. EPL 우승컵의 분수령이 된 첼시전도, 이후 첼시를 따라잡기 위해 반드시 이겨야만 했던 블랙번전에서도 득점하지 못했다.
결과론적인 얘기지만 이후 첼시가 토트넘에 패한 탓에 맨유가 블랙번전을 승리로 장식했다면 순위는 충분히 뒤집힐 수 있는 상황이었다.

블랙번전의 0-0 무승부가 더욱 뼈아팠던 이유였다.

그의 트레이드마크인 우아한 퍼스트 터치와 드리블은 나무랄 데 없지만 스트라이커로서 득점에 성공하지 못한 것은 충분히 비판의 대상이 될 만했다. 맨유도 그간 베르바토프의 플레이에 만족하지 못해 여러 차례 클럽 매니지먼트 팀을 통해 좀 더 활약해 줄 것을 요구해왔다. 퍼거슨 감독 역시 MUTV와의 인터뷰에서 “매우 훌륭한 선수지만 몸값이 3000만 파운드가 넘는 선수가 일주일에 세 골 이상의 골을 넣지 못하면 비난의 대상이 될 수밖에 없다. 그것이 EPL의 이치”라고 지적했다.

최근 베르바토프에 대한 비판이 거세지며 4월14일자 타블로이드지 더 선과 데일리 미러는 퍼거슨 감독이 베르바토프를 방출 1순위에 올려놓았다고 보도했다. 최근 맨유가 레알 마드리드의 스트라이커 카림 벤제마를 노리고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베르바토프의 방출설에 더욱 힘이 실렸다.


● 토트넘전 활약, 전화위복?

베르바토프는 토트넘전에서 그간의 비판을 의식한 듯 눈에 띄게 열심히 뛰었다. 비록 득점하지는 못했지만 에브라가 얻어낸 PK를 유도하는 등 이전보다 적극적인 플레이를 보여주며 깊은 인상을 남겼다. 경기 후 퍼거슨 감독은 “베르바토프가 제 역할을 충분히 소화했다. 불운하게도 골은 성공시키지는 못했지만 세 차례 득점 기회를 만들어 냈다”고 칭찬했다.

최근 맨체스터 이브닝뉴스와 인터뷰를 한 맨유 수석코치 마이크 필란은 “누가 뭐래도 훌륭한 선수다. 다만 최근 우리는 그에게서 최고 레벨 플레이를 볼 수 없었을 뿐이다. 하지만 과거 그의 플레이를 보면 능력을 비판할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필란은 “토트넘 전에서 최고였다. 특히 후반전에 훌륭했다. 코칭스태프는 선수들을 독려하기 위해서라도 늘 가진 이상의 능력을 보여주기를 요구한다. 라이언 긱스나 폴 스콜스에게도 마찬가지고 그들은 늘 우리가 요구한 대로 해낸다. 베르바토프도 그들과 다를 것이 없다”면서 구단차원의 질책이 비단 그에게만 해당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베르바토프에 대해 말이 많은 것을 알고 있다. 하지만 우리는 그가 가진 능력을 알고 있다”며 필란은 섣부른 이적설을 경계했다.

베르바토프 역시 더 선과의 인터뷰를 통해 “올 시즌은 나의 진정한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다. 맨유에 남아 좀 더 기여하고 싶다. 내 꿈은 맨유에서 우승을 차지하는 것”이라며 강력한 잔류 의지를 나타냈다.

“맨유에서 생활이 토트넘에서 뛸 때보다 어렵다. 공격수들은 특히 더 많은 비판을 받곤 하는데 신경 쓰지 않을 수 없다. 다만 늘 긍정적인 자세로 상황을 극복하려 노력한다”고 밝힌 베르바토프. 그의 바람은 과연 이뤄질 수 있을까. 운명의 초시계는 계속 흘러가고 있다.

맨체스터(영국) | 전지혜 통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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