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싱스페셜] 구대성, 호주서 야구인생 새출발

입력 2010-08-23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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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은퇴후 세미프로팀 입단키로
“딸 유학중…가족과 함께 있고 싶어
한국에서의 추억 잊지 못할겁니다”

‘대성불패’가 한화를 떠난다. 은퇴는 아니다. 호주로 간다. 한국·일본·미국 야구를 모두 거친 그의 야구 인생에 또 한 번 새 장이 열린다.

구대성(41)은 22일 대전 유성호텔에서 은퇴 기자회견을 열고 “부상과 수술로 제 기량을 발휘하지 못하면서 은퇴의 기로에 서왔다. 아쉽고 허전하지만 떠나야 할 때가 온 것 같다”면서 “코치 연수를 떠날까 고민도 했지만 호주에 세미 프로야구가 출범한다는 소식을 듣고 마음을 바꿨다. 2년 간 시드니 블루삭스 소속으로 뛰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구대성은 몇 년 전부터 “가족과 더 많은 시간을 보내고 싶다”며 호주행을 고려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딸 영은(14) 양이 호주 유학 중이고, 아내 권현정 씨의 동생도 호주에 살고 있기 때문이다. 구대성은 “한국에서는 은퇴지만 그 곳에서는 새 출발이다. 총 여섯 팀이 11월부터 4개월 간 40경기를 치르게 된다”면서 “굳이 코치 연수를 떠나는 것보다는 미국에서 온 선수들과 함께 경기에 나서면서 여러 가지를 교류하는 게 좋겠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구대성은 1993년 빙그레에 입단한 뒤 1996년에 다승·구원·방어율 3관왕에 오르면서 정규 시즌 최우수선수로 뽑혔다. 1999년 한화 우승과 2000년 시드니올림픽 동메달의 주역이기도 했다. 원조 국가대표 ‘일본 킬러’로 명성을 떨치던 그는 2001년부터 4년 간 일본 프로야구 오릭스에서 뛰었고, 2005년에는 뉴욕 메츠와 계약해 메이저리그 무대를 밟기도 했다. 한국 통산 성적은 568경기에서 67승 71패 214세이브에 방어율 2.85. 구대성과 함께 프랜차이즈 스타로 활약했던 정민철 한화 코치는 “내가 은퇴할 때보다 오히려 대성이 형의 은퇴식을 볼 때 더 울컥할 것 같다”면서 “무엇을 해도 최선을 다하는 사람이었다. 호주에서도 뭔가 큰 획을 그을 것 같은 느낌이 든다”고 응원했다.

구대성 역시 만감이 교차한 듯 했다. “투수로서 처음으로 갖게 된 별명이 ‘대성불패’라서 가장 애착이 간다”고 털어놨고, “한국시리즈 우승의 순간이 기억에 남는다. 집에서 포수 조경택 선수와 포옹하는 사진을 보면서 그 때를 떠올린다”고 추억했다. 또 “(일본과 미국에서 큰 성공을 거두지는 못했지만)내 도전에 후회는 없다. 그 시절 덕분에 지금까지 야구를 오래 할 수 있지 않았나 싶다”고 담담하게 말했다.

이제 구대성은 독수리 둥지를 떠나 멀리 날아간다. 그는 “팬들에게 ‘정말 열심히 했던 선수’로 기억되고 싶다”고 했다. 은퇴식은 다음달 2일 대전구장에서 열린다.

대전 | 배영은 기자 yeb@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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