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호균의 7080 야구] 70년대 ‘여성팬 공짜’ 마케팅

입력 2010-08-28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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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야구장을 찾는 여성팬이 급증하고 있다. 그러면서 각 구단은 여성을 야구장으로 끌어들이기 위한 다양한 아이디어와 마케팅 전략을 짜내고 있다.

그런데 1970년대 이전 야구장에서도 여성팬을 유치하기 위해 ‘여성관객은 무료입장’이라는 플래카드를 자주 볼 수 있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여성팬을 야구장으로 불러들이기 위한 초보적인 마케팅 전략이지만 당시에도 여성팬의 중요성 만큼은 인식하고 있었다는 뜻이다. 물론 당시에는 야구에 대한 여성팬들의 관심이 크지 않았다. 그래서 ‘여성은 공짜’라는 아이디어까지 나왔던 것이다.

일제시대에도 야구장에 여성팬이 출입했다고는 하지만 여성이 본격적으로 야구에 대한 관심을 갖기 시작한 시기는 1970년대 초가 아닌가싶다. 많은 고교스타가 탄생하면서 오늘날로 치면 ‘오빠부대’가 등장하기 시작했으니 말이다.

70년대 초 야구장을 찾는 여성팬들은 여성스럽게 보이기 위해 화장도 하고(립스틱 짙게 바르고), 치마도 입고, 구두도 신고 오는 팬들도 있었지만 교복차림으로 오는 여학생 팬들이 더 많았던 것 같다. 갑자기 여성팬이 늘다보니 사실 당시 선수들의 마음가짐도 달라지기 시작했다. 경기 전 훈련을 할 때 모든 선수들은 스탠드를 향해 힐끔힐끔 곁눈질했다. 여성팬이 많이 온 날에는 다들 평소보다 더 힘이 들어갔다. 사실 감독이 “열심히 하라”고 말하는 것보다 더 효과가 있었던 것 같다.

1982년 프로야구가 시작되면서 여성팬들은 더욱 늘어났다. 지금도 그렇지만 당시에도 선수들은 팬들에게 많은 선물을 받았다. 당시 팬에게 받았던 선물 중 기억에 남는 하나는 삼계탕이었다. 문제는 내가 닭고기를 좋아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덕분에 주위의 발 빠른 동료들이 대신 몸보신을 하고 경기에 나가기도 했다.

아무튼 예전 여성팬들은 수줍음이 많고 순수했던 것 같다. 그때에 비하면 요즘 여성팬들은 더욱 적극적이면서, 야구와 야구선수에 대한 사랑과 열정이 점점 크게 자리잡아가는 듯하다.

여성팬 증가는 분명 반가운 일이다. 지금 여성팬 열기는 프로야구 사상 최고조에 달해 있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여성팬들이 영원히 야구만을 사랑하면서 늘 야구장을 찾고, 선수들과 함께 한다는 착각을 해서는 안 될 것이다. 현재 미국에서도 팬들에 대한 마케팅이 한계점에 와 있다고 한다. 딜레마에 빠져 있다. 그러면서 새로운 팬서비스에 대한 다양한 방법을 연구하고 있는 실정이다.

과연 우리는 얼마만큼 여성팬들에 대한 배려를 하고 있는지 각 구단은 신중하게 고민해야 할 것이다. 여성전용 화장실 및 유아실 등 여성들을 위한 편의시설이 제대로 갖추어져 있는지 생각해보자. 돈을 내고 들어온 고객이 화장실에서 많은 시간을 허비해 경기내용을 보지 못한다면 경기장을 찾는 횟수는 점차적으로 줄어들 것이다. 여성팬을 잡아야 프로야구가 산다. 황금알을 낳는 거위이기 때문이다.


임호균
삼미∼롯데∼청보∼태평양에서 선수로, LG∼삼성에서 코치로, MBC와 SBS에서 방송해설을 했다. 미국 세인트토머스대학 스포츠행정학 석사. 선수와 코치 관계는 상호간에 믿음과 존중, 인내가 이루어져야만 좋은 결실을 맺을 수 있다는 말을 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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