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이대호. [스포츠동아 DB]
굵은 빗줄기로 연습도 하지 못한 채 동료들과 덕아웃에서 대기하던 그의 얼굴이 갑자기 환해진 건 문규현, 황재균 두 후배가 다가오면서부터.
셋은 누가 먼저라 할 것도 없이 한 손을 내민 뒤 ‘만두 게임’을 시작했다. 셋이 동시에 주먹을 폈다, 쥐었다 하다가 이긴 사람이 나머지 두 사람의 이마에 딱밤을 때리는 방식.
‘선배고 뭐고 없다’는 식으로 진행되는 죽기살기식 셋의 전쟁(?)에 주변 동료들의 시선이 모두 모아졌다. 처음에 제법 황재균에게 ‘얻어맞은’ 이대호, “선배도 안 봐주느냐”며 애원하다 못해 눈에 살기를 띄었지만, 분위기 반전에 성공한 건 이대호가 아닌 문규현이었다.
전체적인 승자는 황재균. 때릴 때 ‘딱’ 하는 소리도 남들보다 컸다. 문규현의 이마가 금세 벌겋게 달아오를 정도였다.
때리는 숫자보다 맞는 숫자가 많았던 이대호, 옆에서 누군가 사인볼을 내밀자 “난 사인이나 하련다”며 슬그머니 발을 뺐다.목동 | 김도헌 기자 dohone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