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경호기자의 야생일기] 잘나가는 프로야구, 미래를 준비할 때

입력 2010-09-11 07:00:00
카카오톡 공유하기
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한국 프로야구를 상징했던 스타들이 그라운드를 떠나고 있다. 지난해 한화 송진우와 정민철, 올해는 구대성에 이어 삼성 양준혁이 은퇴경기를 앞두고 있다. SK 캡틴 김재현도 올해가 마지막이며 KIA의 프랜차이즈 스타 김종국도 은퇴를 결정했다.

그러나 누구도 이들이 떠난 뒤의 프로야구 인기를 걱정하지 않는다. 각 팀을 대표했던 전설적인 선수들이 그라운드를 떠나고 있지만 프로야구에 대한 인기와 관심은 오히려 더 폭발적이다.

그 배경에는 경기장마다 소녀팬들의 함성을 몰고 다니는 젊은 스타들이 있다. 양준혁, 이종범이 30대 이상 야구팬의 우상이라면 김현수, 이용규는 10대, 20대의 슈퍼스타다. 류현진의 강속구는 송진우, 정민철이 떠난 허전함을 확실히 지웠다.

최근 스포츠동아는 프로야구 현역 지도자와 선수에게 요미우리 이승엽의 국내복귀에 대한 의견을 물었다. 열에 여덟아홉은 이승엽이 명예를 회복한 후에 돌아오기를 바랐다. 프로스포츠는 스타가 있어야 한다. 이승엽은 ‘국민타자’다. 한국야구 현역 선수 중 최고의 스타 중 한명이다.

그러나 당장의 한국프로야구는 그의 스타성이 절실하지 않을 정도로 넉넉하다. 그만큼 프로야구의 세대교체는 대성공이다. 국제대회에서의 좋은 성적과 함께 김현수, 김광현, 이용규 등이 새로운 스타로 떠올랐고 한국프로야구의 새로운 도약을 함께 하고 있다.

그러나 다음번 세대교체도 지금처럼 성공할까? 프로야구가 영원히 최고 인기 종목의 자리를 지킬까?

최근 만난 프로농구 KBL 한 관계자는 프로야구의 성공적인 세대교체를 부러워했다. 그는 “1990년대 농구를 최고 인기 스포츠로 이끌었던 이상민, 문경은, 전희철, 현주엽 등이 떠난 빈자리가 크게 느껴진다. 슈터들은 3점슛 만큼은 세계 최고 소리를 들었고 극적인 승부로 중국을 꺾고 아시아 정상에 섰었다. 그러나 어느 순간 흐름을 놓쳤고 아시아에서조차 2류가 됐다. 더 무서운 건 이제 관중들이 한국농구의 수준을 냉정히 평가하고 있다는 점이다”라고 털어놨다. 국제대회에서 계속 고전하면서 슈퍼스타의 맥이 끊긴 농구의 슬픈 현실에 대한 아픔이었다.



2010년 프로야구의 인기는 최고지만 그 뿌리, 초·중·고 야구는 더 피폐해졌다. 한국농구가 정상에서 메달권 밖으로 추락하기까지 단 8년도 걸리지 않았다. 한국야구가 꼭 기억해야할 점이다.

rush@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뉴스스탠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