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태석기자의 현장출동] “자상한 최감독님도 화낼줄 알더라고요”

입력 2010-09-29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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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세계챔프” U-17 여자월드컵에서 세계 정상에 오른 여자축구대표팀이 28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입국한 뒤 포즈를 취하고 있다.인천공항 | 박화용 기자 inphoto@donga.com

“우리는 세계챔프” U-17 여자월드컵에서 세계 정상에 오른 여자축구대표팀이 28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입국한 뒤 포즈를 취하고 있다.인천공항 | 박화용 기자 inphoto@donga.com

주장 김아름 특유의 입담 과시
한가위 절 세리머니 30분 고민
숱한 질문에도 머뭇거림 없어
세계를 정복한 태극 소녀들은 당당했다. 수백 명의 취재진과 엄청난 환영 인파를 보고도 전혀 주눅 들지 않았다. 한국축구 역사상 국제축구연맹(FIFA) 주관 대회 첫 우승을 이끈 전사들다웠다. 그들의 목에 하나씩 걸려 있는 금메달이 그래서 더욱 빛났다.


○꽉 들어찬 환영인파

U-17 여자대표팀이 28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입국했다. 한달 여 전인 8월 20일, 조용히 출국할 때와는 상황이 180도 달라졌다. 이날 입국장은 도착 2시간여 전부터 수많은 인파로 가득했다.

선수 가족들도 스타 대접을 받았다. 가족들 즉석 인터뷰가 여기저기서 이뤄졌다. 이정은(함안대산고)의 어머니 김미자 씨는 딸의 초등학교 시절 유니폼과 일기, 사진을 들고 와 “정은이를 빨리 안아주고 싶다”며 두 손을 꼭 모았다.

인천디자인고 후배 김인지와 전한울을 마중 왔다는 손지영, 최지선은 “동생들 덕분에 여자축구가 많이 알려져 너무 대견하다”며 웃음을 지었다.

오후 5시 30분. 드디어 선수들이 모습을 드러내자 분위기는 절정에 달했다. 주장 김아름(포항여전자고)이 우승 트로피를 머리 위로 힘껏 치켜들었다. 여민지(함안대산고)의 두 손에는 골든 부트와 골든 볼이 들려 있었다.


○당찬 신세대들



난생 처음 받아보는 수많은 카메라 플래시에도 이들은 의연했다. 취재진의 질문에 머뭇거리는 기색도 없었다. 신세대답게 당찼다.

주장 김아름의 입담이 가장 셌다. “발랄한 모습이 보기 좋다”는 질문에 김아름은 “너무 많은 사람이 보고 있어서 발랄한 척 하는 거다”고 답해 웃음을 안겼다. “최덕주 감독이 정말로 자상하냐”고 묻자 잠시 주저하더니 “할아버지처럼 생기셔서 정말 온화하고 화 안 내신다. 그런데 나이지리아 전 끝나고는 엄청 많이 화를 내셨다. 우리가 혼날 짓을 했지만 너무 심했다”고 입을 내밀었다. 김아름은 인터뷰 말미에 “우리가 이렇게 성적을 냈기 때문이 아니라 늘 관심을 가져달라”며 뼈 있는 바람을 나타냈다.

선수들이 보여준 세리머니에 얽힌 비화도 화제였다. 스페인과 4강전 때 나온 절 세리머니에 대해 김아름은 “30분 동안 우리끼리 몰래 고민해서 나온 거다. 원래 벤치에 절을 할까 했는데 추석이라서 카메라에 했다. 만족하고 있다”고 답했다.

스페인 전 결승골 뒤 활쏘기 세리머니를 한 주수진(현대정과고)은 “골 넣은 사람이 활쏘기 세리머니 하자고 내가 제안했는데 내가 골 넣어 기분이 더 좋다”며 해맑게 웃었다.

시상식 때 탈진해 쓰러졌던 이정은(함안대산고)은 “한일전은 죽기 살기로 뛰었다. 경기 후 정신을 잃어 눈을 뜨니 하늘 밖에 안 보였다. 지금은 멀쩡하다”며 웃음 지었다.

‘얼짱’으로 입소문을 타고 있는 이유나(강일여고)는 “인터넷상에서 일본 나카타 아유와 얼짱 대결이 화제다”고 묻자 “얼짱 대결에서도 이길 수 있게 신문에 잘 나온 사진을 써 달라”고 너스레를 떨었다.


○밤늦게야 가족들과 재회

누구보다 이들을 기다렸을 가족들은 이날 정작 손 한 번 잡아보지 못한 채 먼발치서 발만 동동 굴렀다.

선수들은 곧바로 버스에 올라 성산동 평화의 공원에서 방송사가 마련한 환영행사에 참석했다. 가족들은 환영 행사 뒤 밤늦은 시간 파주 NFC로 가서야 딸들을 만날 수 있었다. 선수와 가족들은 이날 NFC에서 하룻밤 묵은 뒤 29일 청와대 오찬에 이어 오후 3시 서울 소공동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열리는 축구협회 주최의 환영연 및 해단식에 참석한다.

인천국제공항 | sportic@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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