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남1녀 중의 막내인 김현수는 바로 위의 형과 여덟 살 차이가 난다. 늦둥이에 대한 가족들의 사랑은 대단하다. 아버지 김진경 씨는 어머니 이복자 씨와 함께 항상 구석진 곳에서 막내아들에게 작지만 힘있는 응원을 보낸다.스포츠동아DB
“현수 넌 기본은 하잖아 … 다치지만 말아다오”두산 김현수에게 가장 든든한 서포터는 아버지 김진경 씨다. 김 씨는 아들을 위해 어릴 때부터 꾸준히 홍삼을 달여 먹이는가 하면 어느 날은 지압법을 배워와 아들의 아픈 곳을 문질러줬다. 오랜 팬이었던 LG 대신 아들이 뛰는 두산의 경기를 보기 위해 매년 직접 표를 끊어 야구장을 찾고 있다.
이번 준플레이오프에도 어김없이 구장을 찾은 김 씨는 가을잔치 단골손님(?)답게 “우리 아들은 신경을 쓰면 더 못하는 스타일”이라며 “그냥 평소대로 해주는 게 가장 좋다”며 허허 웃었다. 그리고 눈에 넣어도 안 아플 늦둥이 아들에게 “안 다치는 게 최고”라는 바람을 조심스럽게 전했다.
○아버지의 편지
현수야. 내가 뭐라고 한 마디를 건네는 것, 자체로 너에게 부담이 될까봐 아빠는 조심스럽구나. 얘기를 안 하는 게 널 편안하게 해준다는 것을 알면서도 이렇게 펜을 들었단다.
우리 막내아들, 올 시즌은 생각대로 성적이 나지 않아 마음고생이 많았지? 나 역시 구장에서 너의 모습을 지켜볼 때마다 ‘잘해야 할 텐데…’라며 항상 마음을 졸였단다. 네가 ‘막내’라는 생각 때문에 그랬나봐. 그런데 야구가 잘 안 돼도 집에서 힘든 티 안 내고 평소처럼 지내려고 노력하는 모습을 보면서 ‘우리 아들 이제 다 컸구나!’라는 생각이 들더라.
아들아, 야구경기를 쭉 지켜보면서 느낀 건데 어떤 잘 하는 선수들도 기복은 있는 법이란다. 항상 일정하게 잘 할 수는 없으니 올 시즌 성적은 너무 마음에 담아두지 말고, 너는 기본은 하는 선수니까 큰 경기에서도 평소처럼만 열심히 한다면 좋은 결과가 나올 거야.
아들아, 내가 너에게 바라는 것은 한 가지 뿐이란다. 아프지 않는 것. 야구는 잘 할 수도, 못 할 수도 있어. 아빠는 네가 다치지 않고 꾸준히 그라운드에 있길, 항상 그것만을 바란다.
정리 | 홍재현 기자 hong92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