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쉽지만 최선을 다했다. 올 가을 롯데팬들에게 절대적 신임을 얻은 전준우(오른쪽)가 5차전 3회초 무사 1·3루서 황재균의 3루쪽 내야땅볼 때 사력을 다해 홈으로 달려들었지만 두산 포수 용덕한에게 태그 아웃되고 있다. 잠실 | 박화용 기자 inphoto@donga.com
이 정도면, 한번쯤 웃어도 될 것을…. 안경테 너머의 눈매는 아직도 무뚝뚝하다. 스포트라이트가 여전히 어색한 그의 이름은 준PO MVP 용덕한이다. 잠실 | 박화용 기자 inphoto@donga.com
양의지 부상에 얻은 4·5차전 출장기회
두산 용덕한(29)은 올시즌 5년차 신인 양의지에게 안방자리를 물려줘야 했다. 2군행 버스를 타는 일도 잦아졌다. 지난해 안정적인 블로킹과 투수리드로 실력을 인정받았지만 낮은 타율이 문제였다. 주전경쟁에서 밀린 그의 얼굴에는 어느새 웃음이 사라졌다. 그러나 용덕한은 포기하지 않았다. 절치부심하며 때를 기다렸다. 그리고 찾아온 가을잔치에서 그는 자신이 가진 모든 것을 폭발시켰다.
준PO 4차전, 양의지가 3회 허리통증을 호소하며 출장기회를 잡은 그는 이후 롯데의 강타선을 단 4점으로 막아내는 효과적인 볼배합을 선보였다. 스스로 “안타를 치고 누상에 나가도 다음 타자를 어떻게 상대해야 하는지 그 고민 때문에 머리가 아파 죽겠다”고 호소할 만큼 노력한 결과다.
7회에는 멋진 호수비도 보였다. 1사 1·2루에서 1루에 있던 전준우를 견제사시키며 경기흐름을 바꿨다. 그동안 선발 출장 기회를 얻지 못했던 이유인 타격에서도 한을 풀었다.
이날 4타수 3안타 1타점의 맹타를 휘두르며 물오른 타격감을 자랑했다. 특히 4차전에선 2-2로 맞선 6회 1사 2루에서 결승타로 준PO 승부를 2승2패 원점으로 돌렸다.
얄궂게도 지난해 10월 3일 사직 롯데와의 준플레이오프에서 싹쓸이 3루타로 MVP를 받은 데 이어 올해 10월 3일에도 똑같이 사직 롯데 준PO 4차전 MVP를 거머쥐었다.
김경문 감독은 “개천절에 2번 MVP가 되다니 ‘개천에서 용 났다’”는 농담을 건네며 용덕한의 활약에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그러나 여기서 만족할 용덕한이 아니었다. 팀의 운명이 걸린 5차전 선발 출장권을 획득한 그는 ‘이번 기회를 놓치지 않겠다’는 투지를 아낌없이 불태웠다. 롯데 타선을 4점으로 틀어막는 투수리드 뿐 아니라 3타수 3안타 3타점 2득점의 불방망이를 휘두르며 강력한 후보였던 이종욱을 제치고 준PO 전체 MVP로 선정됐다. 준PO 결승타 2개 포함 9타수 6안타(타율 0.667) 4타점.
아무리 재능이 뛰어나도 노력하는 자는 따라올 수 없는 법이다. 용덕한은 “운이 좋았다. 난 별로 한 게 없는데 동료선수들이 도와줬다”고 덤덤하게 말했지만 그 뒤에는 뜨거운 눈물과 땀방울이 있었다.
용덕한 “장타 맞지 않으려고 맘먹어”
정규시즌이나 포스트시즌 때나 백업을 맡고 있는데 수비로 교체되면 최선을 다하고, 타석에서는 감독님이 작전 주시는 대로 또 최선을 다하자는 마음으로 뛰었다. 롯데 타선이 강하기 때문에 경기 장면 비디오를 보며 생각을 많이 했다. 단기전이기 때문에 안타를 맞아도 장타를 허용하지 말자고 생각했다. 짧게 맞아 실점해도 우리 타선이 강하니까 이길 수 있다고 봤다.잠실 | 홍재현 기자 hong92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