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구의 신' 마이클 조던부터 'Be 폭력주의자' 간디까지
최근 북미 지역 비디오 게임 순위에 작은 이변이 일어났다. 북미 지역의 최고 인기 게임으로 꼽히는 헤일로 시리즈의 최신작 헤일로: 리치가 발매 3주 만에 1위 자리를 빼앗긴 것이다.헤일로의 아성을 무너트린 작품은 다름아닌 2K 스포츠의 농구 게임 NBA 2K11. 충실한 게임성으로 농구 팬들의 절대적인 지지를 받아온 작품이긴 하지만, 해당 종목을 좋아하지 않는 이들에게는 크게 어필하기 어렵다는 단점을 지니고 있는 탓에 이 게임이 1위를 차지할 것이라고 예상한 사람들은 거의 없었다.
하지만 NBA 2K11은 1위를 차지했다. 다름 아닌 '농구의 신' 마이클 조던을 앞세워서 말이다. 6번의 우승과 6번의 결승전 MVP, 5번의 시즌 MVP, 10번의 득점왕 등 무수한 기록을 남긴 마이클 조던이 게임에 등장한다는 소식은 농구 팬들은 물론이거니와 농구를 크게 좋아하지 않는 게이머들의 관심마저도 사로잡는 데 성공했다.
게임 제작사 역시 이런 게이머들의 관심을 그냥 넘기지 않고 '마이클 조던이 게임에 등장한다'는 점에 초점을 맞춰 게임을 홍보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런 전략은 성공을 거둬 결국 폭발적인 판매량을 기록하기에 이르렀다.
이렇듯 유명인을 앞세운 홍보는 게임의 판매량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 복잡하게 게임의 시스템을 설명하고, 기술적인 요소를 설명하지 않아도 해당 인물이 가진 상징성을 통해 게임을 잘 모르는 사람들에게도 쉽게 게임을 홍보 할 수 있다는 장점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전략을 가장 효과적이고 적극적으로 사용하고 있는 게임이라면 리듬액션 게임들도 빼놓을 수 없다. 비틀즈, 에어로스미스, 메탈리카, 그린데이와 같은 불세출의 뮤지션들을 게임의 전면에 내세워 게임의 팬들은 물론 이들의 음악을 사랑하는 해당 가수의 팬들까지도 공략하고 있으니 말이다.
액티비전은 자사의 리듬액션 게임 시리즈인 기타히어로 시리즈에 에어로스미스와 메탈리카를 메인 모델로 선정하고, 이들의 히트곡과 밴드의 역사를 게임을 통해 체험할 수 있도록 해 게임 마니아와 음악 마니아들의 마음을 한 번에 사로잡은 바 있다.
당시 경쟁작인 락밴드 시리즈에 밀려 주춤하는 모습을 보였던 기타히어로 시리즈가 메탈리카를 선봉에 내세운 마케팅 전략에 힘입어 판매가 늘어나는 성공을 거뒀으며, 해외의 게임 평론가들은 이런 현상을 두고 “게임도 게임이지만 메탈리카라는 이름이 지니고 있는 상징성이 게임의 판매를 촉진시켰다”라는 평을 남기기도 했다.
기타히어로 시리즈의 경쟁작인 락밴드 시리즈 역시 락 음악의 원조로 꼽히는 비틀즈를 앞세워 게임을 홍보했다. 이러한 홍보 전략은 역시 주효해서 발매 당시 북미 지역에서 진행한 예약 판매에서 판매 40분만에 모든 물량이 소진되는 대단한 반응을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비틀즈이기 때문에 락밴드를 구입한다'는 해외 게이머들의 반응은 유명인의 등장이 게임의 인기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지를 보여주는 좋은 예라 할 수 있다.
최근에는 게임 속에 등장한 특정 캐릭터 부각되면서 게임의 유명세를 드높여주는 사례도 찾아볼 수 있다. 바로 엄청난 중독성으로 게이머들 사이에서 인기를 얻고 있는 문명 5의 이야기다.
문명 5는 특정 인물을 내세워 게임을 홍보하는 전략을 내세우지 않은 게임이다. 물론 게임 이름 앞에 세계 최고의 게임 개발자로 칭송받는 시드마이어의 이름이 언급되어 있기는 하다. 그러나 시드마이어라는 이름은 게임을 좋아하지 않는 이들에게는 그다지 영향력을 끼칠 수 있는 이름이 아니다.
하지만 최근 문명 5라는 이름은 게임을 즐기는 이들은 물론, 게임을 즐기지 않는 이들에게까지 그 이름을 널리 알리고 있다. 바로 게임 내에 등장하는 위인 간디의 명성 덕분이다.
'다이아몬드를 내어놓으면 유혈사태는 피할 수 있을 것입니다'라는 대사를 내뱉는 게임 속 간디의 이미지가 실제 역사 속의 이미지와는 너무도 다른 탓에 이를 이용한 수많은 패러디가 만들어졌으며, '패왕 간디', 'Be 폭력주의자 간디'라는 별명까지 퍼트리고 있다. 덕분에 간디는 문명 5에 등장하는 측천무후, 비스마르크, 알렉산더 대왕 등 수 많은 위인들을 제치고 문명 5를 대표하는 인물로 떠올랐다.
이러한 각종 패러디와 간디에 대한 사람들의 평가는 인터넷을 통해 빠르게 퍼져나갔으며 게임 커뮤니티는 물론, 게임과는 그다지 관련이 없는 커뮤니티에서도 이를 이용한 장난스런 댓글이 알려지고 있다. 실제 이미지와는 사뭇 다르지만, 이런 간디의 이미지 때문에 게임까지 대중적으로 널리 알려지고 있는 셈이다.
아직 발매되지 않은 게임 중에서도 전설적인 이름을 내세워 게이머들의 관심을 끌고 있는 게임을 찾아볼 수 있다. 바로 지난 6월 미국의 게임쇼 E3 현장에서 유비소프트가 공개한 '마이클잭슨: 더 익스피리언스'가 그 주인공이다.
유비소프트는 게임을 마이클잭슨의 히트곡 'beat it'을 배경음악으로 다수의 댄서들을 기용해 퍼포먼스를 선보이며 게임을 공개한 바 있다. 또한, 게임의 발매 시기가 마이클 잭슨이 사망하고 1년 즈음 되던 당시였기 때문에, 고인이 된 팝 황제를 기리는 팬들에게도 화제가 된 바 있다.
아직 게임의 정확한 내용은 공개된 바 없지만, 게임은 다양한 동작인식 기기를 통해 마이클잭슨의 음악을 들으면서 게이머가 춤동작을 표현하는 방식의 게임이 될 것이라는 것이 유비소프트의 설명이다. 또한 이 게임은 플레이스테이션 3의 무브, Xbox360의 키넥트 등 다양한 체감형 컨트롤러의 성능을 이용해 즐길 수 있는 것이 특징인 게임으로, 댄스게임과 마이클잭슨 마니아들의 관심을 받고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유명인을 내세운 게임들이 대중적으로 더 높은 인지도를 갖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유명인들이 갖고 있는 이미지와 인지도 덕분에 특별한 방법을 쓰지 않아도 게임의 특성이 설명되기 때문이다"라며, "특히, 게임의 소재와 관련이 있는 인물들을 게임의 전면에 내세운다면 이런 효과는 배가 된다. 이런 점을 고려해서 단순히 인기 연예인을 이용한 홍보 전략 이외의 전략을 세우는 것이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김한준 게임동아 기자 (endoflife81@gamedong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