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대회에 출전해 메달을 따고, 팬들의 사랑을 받는 것만큼 기쁜 일이 있을까. 하지만 그 과정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기나긴 합숙에서 오는 고독감과 피로감은 이루 말할 수 없다. 4일부터 일본에서 열리고 있는 2010세계여자배구선수권에 출전 중인 한국대표팀도 마찬가지다. 기대 이상의 성적을 내고 있지만 그냥 얻어진 게 아니다.
7월 중순 첫 소집된 후 8월 KOVO컵 때 잠시 소속팀에 돌아갔다가 9월 아시아배구연맹컵(AVC)을 위해 다시 모였다. 그리고 이후 10월 초에 다시 소집돼 세계선수권 출전을 위해 준비한 뒤 10월 말 일본으로 향했다.
손발을 맞추기 위해 몇 달을 고생한 것이다. 대표선수들은 태극마크를 달았다 뿐이지 예뻐지고 싶은 것은 여느 20대 숙녀와 마찬가지다. 코트에서는 많은 사랑을 받고 세상에 부러울 것 없는 그들이지만 태극마크를 달았기에 모든 것을 감내해야한다.
집을 나선 그들의 24시간을 주장 김사니의 입을 통해 들어본다.
▲ 아침 기상 시간
대개 오전 7시면 깬다. 아침이지만 ‘부스스’란 표현은 어울리지 않는다. 깨끗하다. 짧은 시간에 깔끔하게 단장하는 노하우가 몸에 배였다. 늦잠 잔다는 것도 있을 수 없는 일이다.
▲ 식사시간
7시30분에 모인다. 식사시간은 곧 수다시간이다. 밥 먹으면서 전날 일어났던 일이나 인터넷을 통해 본 뉴스를 공유한다. 한 가지 얘기에 한마디씩만 덧붙여도 몇 분은 그냥 흘러간다. 가끔 코칭스태프의 제재가 있어야만 멈출 정도. 김사니와 김연경이 수다쟁이라는 사실은 아는 사람은 다 안다.
메뉴는 서양식이지만 토종 음식을 빼놓을 수없다. 김치는 필수이고, 무말랭이가 선수들의 인기 상위랭킹에 든다.
▲ 팀 미팅
식사 이후에 갖는 진지한 시간이다.
코칭스태프의 얘기도 중요하지만 선수들끼리의 대화도 팀워크를 다지는데 필수 요소. 상대에 대한 경험이나 정보를 공유한다. 생각보다는 꽤 짭짤한 소득이 있다. 얘기를 하면서 한 가지 결론에 이른다. 목표물 정조준인 셈이다.
▲ 경기장 가는 버스 안에서
대개 귀에 뭔가를 꽂고 있다. 음악을 듣기 위한 장치들이다. 딱 한명, 영화를 본다. 리베로 남지연이다. 이를 통해 긴장을 푼다. 재미난 건, 한쪽으로 음악을 듣고 한쪽으로는 동료와 수다를 떤다는 사실. 쉽지는 않지만 여기서는 다반사다. 음악은 외국 나올 때 자신이 좋아하는 곡을 기본적으로 깔고, 중간에 인터넷으로 최신 곡을 다운받고, 필요하면 동료들과 공유한다. 언제 어디서든 최신곡은 필수다.
▲ 돌아오는 길
대개 팀이 졌을 때 침묵만이 흐른다고 생각하지만 오산이다. 오히려 그것을 잊기 위해 더 말을 많이 한다. 서로 불편하게 있으면 다음 경기에 지장을 주기 때문에 차라리 밝은 표정이 낫다. 질 때 분위기를 좋게 하려고 노력하는 하는 것이 더 힘들다. 훌훌 털어버리는 노하우도 전술 중 하나.
▲ 잠은 보약
오후 늦게는 곧바로 자는 것이 일상다반사. 경기를 마쳤건 훈련을 끝냈건 1시간 정도는 무조건 자 줘야 기력이 회복된다. 오랜 기간을 통해 잠을 빨리 청하는 노하우도 예사롭지 않을 듯.
▲ 자유시간
저녁 먹은 이후는 자유 시간. 유일하게 혼자 시간을 가질 수 있다.
가장 그리운 것이 가족이고 연인이다. 국제 통화는 기본. 하루 일과 중 사소한 것도 대화의 주제가 된다. 수화기를 통해 외로움을 털어버리는 노하우도 수준급. 인터넷을 통해 스포츠 관련 기사를 살피는 것도 하루 일과 중 하나이고, 하루 종일 쌓여있던 문자메시지를 살피고 답하는 것도 자유시간의 낙이다.
▲ 마사지
선수들에게 가장 중요한 것이 몸이다. 몸에 이상이 있으면 곧바로 마사지실을 찾는다. 대개 잠자리에 들기 전에 가는 곳이다. 부상부위를 살피거나 뭉친 근육을 풀어준다. 황연주, 정대영, 김사니, 김연경이 단골 멤버다. 가장 많이 받는 부위는 무릎이나 어깨 부위. 배구선수니 어쩔 수 없다.
도쿄(일본) | 최현길 기자 choihg2@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