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세계여자배구선수권 16강 진출…부활3가지 이유있었네

입력 2010-11-03 18:37: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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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탄탄한 조직력
2. 끈질긴 집중력
3. 벽없는 리더십

2010세계선수권 출전을 위해 일본으로 출국하기 전 여자배구대표팀 박삼용 감독은 “세계선수권 보다는 광저우아시안게임에서 뭔가를 보여주고 싶다”고 했다. 세계선수권은 기대를 하지 말아달라는 의미였다.

실제로 최근 한국여자배구의 성적표는 기대 이하다. 각종 국제대회에서 이렇다할 성과를 올리지 못했다.

그런데 그게 아니었다. 태극낭자들은 일본에서 신바람을 내고 있다.

캐나다는 물론 복병 도미니카공화국을 잡은데 이어 ‘난적’ 중국마저 무너뜨렸다. 8년 동안 이어져온 중국 전 15연패와 도미니카 전 3연패의 사슬을 끊으면서 상승세를 탔다. 러시아에 패하긴 했지만 이번대회 다크호스 터키도 물리치며 당당히 조 2위로 16강이 겨루는 2라운드에 진출했다.

한국 여자배구의 부흥기라고 할만하다.


● 짜임새 있는 선수 구성

한국의 에이스는 누가 뭐래도 레프트 김연경(JT마블러스)이다. 결정을 지을 때는 언제나 김연경의 손끝에서 이뤄진다. 당초 박 감독은 김연경을 라이트로 옮기려고 했다. 수비부담을 줄여주기 위해서다.

하지만 곧바로 마음을 접었다. 레프트에서 뛸 때 더 위력적일 뿐 아니라 동료들이 더 편안하게 받아들이기 때문이다.

김연경은 이름값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공격과 수비에서 그가 갖는 존재감은 엄청나다는 게 코칭스태프의 설명이다.

라이트에서 제몫을 해준 황연주도 빼놓을 수없다. 고비 때마다 과감한 공격으로 팀 승리에 일조했다. 흥국생명에서 한 때 한 솥밥을 먹었던 김연경과 황연주의 좌우 쌍포 라인이 폭발하면서 한국은 상승세를 탈 수 있었다.

센터 양효진과 김세영의 높이도 위력적이고, 주장이자 세터인 김사니의 노련한 토스도 일품이었다. 레프트 한송이 또한 공격은 물론 수비에서도 팀의 기대 이상의 역할을 해줬고, 리베로 남지연의 수비력은 이미 공인받은 기량이다. 아울러 정대영 한유미 임명옥 오지영 이소라 등 백업 요원들도 제 몫을 다해줬다.

박 감독은 “주전들뿐만 아니라 교체 선수들이 자신들의 역할을 다 해준 것이 주효했다. 모두가 하나의 목표를 향해 나아가고 있다”고 자신했다.


● 높아진 집중력과 자신감

박 감독은 “우리 선수들의 집중력이 많이 좋아졌다”고 했다.

이번 대회를 보면 쉽게 포기하는 경기가 없다는 점이 특징이다. 도미니카와 2차전 1세트에서 22-24의 벼랑 끝에서 듀스를 만들고 결국 29-27로 승리한 것이 대표적인 케이스. 뒤지는 상황에서도 선수들은 포기하지 않고 서로를 격려하며 끝까지 경기를 뛰었다.

중국전에서도 매 세트 집중력을 보였기에 3-0 완승이 가능했다.

박 감독은 “선수들이 서로를 믿는 것 같다. 그런 것이 탄탄한 조직력으로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탄탄한 조직력은 승리로 이어졌고, 선수들에게 자신감을 심어줬다. 어떤 상대를 만나도 주눅 들지 않게 됐다는 것은 이번 대회를 통해 얻은 가장 큰 소득이다.


● 박삼용 감독의 부드러운 리더십

한국 여자배구대표팀은 자율적이다. 무거운 침묵 대신 수다가 많다. 그만큼 자유롭다. 훈련 때나 식사 시간은 물론 자유시간도 언제나 화기애애한 분위기다. 이런 분위기를 만든 주인공은 박삼용 감독이다.

박 감독은 “선수들이 스스로 생각하고 판단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박 감독은 결코 독단적이지 않다. 언제나 코치들과 상의하고, 전력 분석관이 제공한 정보를 꼼꼼히 챙긴다. 마지막 결정할 때 까지 충분히 의견을 교환하는 것이다.

아울러 선수들끼리의 작전 시간도 충분히 준다. 선후배들이 허물없이 대화를 나누면서 서로를 이해하고, 정보를 교환할 수 있는 마당을 열어주는 것이다. 주장 김사니는 “경기 전 수비 자리에 대해 선수들 끼리 많은 이야기를 한다”며 선수단 분위기를 전했다. 이런 분위기 덕분에 경기력이 덩달아 높아진 것이다.

오사카(일본)|최현길 기자 choihg2@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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