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갛게 물들인 머리는 아시안게임을 앞둔 자신감의 표현이라고 볼 수 있다. ‘마린보이’ 박태환이 8일 결단식에서 환하게 웃으며 여유있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연맹 “좋은 상태 아니라면 저렇게 못해”
테스트 결과 굿, 몸상태 베이징때 수준
경영대표팀 노민상 감독은 최근 “태환(21·단국대)이가 요즘 표정이 많이 밝아졌다”는 말을 자주 한다. 2009로마세계선수권 대회 이후 심리적 충격에서 많이 회복됐다는 의미다.테스트 결과 굿, 몸상태 베이징때 수준
8일 서울 공릉동 태릉선수촌 내 오륜관에서 열린 아시안게임 선수단 결단식. 시종일관 박태환의 표정은 밝았다. 초등학생들이 주축이 된 체스대표팀의 사인요청에도 여유 있는 표정으로 응했다. 특히 박태환은 붉게 물들인 헤어스타일로도 시선을 끌었다. 보통 선수들은 큰 대회를 앞두고 사소한 변화에도 민감하다. 그런 점에서 박태환의 변신을 이례적으로 볼 수도 있다. 하지만 대한수영연맹 관계자는 “좋은 상태가 아니라면 저렇게 할 수 없다. 다 자신감의 표현”이라는 해석을 내놓았다.
수영은 가장 정직한 종목이라고 한다. 박태환의 여유에는 이유가 있다. 모든 준비상황이 순조롭기 때문이다. 호주 출신의 세계적인 지도자 마이클 볼 코치와의 호흡 속에 전지훈련을 성공적으로 마쳤고, 2월 호주 뉴사우스웨일즈스테이트오픈과 8월 미국 팬퍼시픽 대회 등에서 거둔 성적도 상승일로다. 2009년 7월 로마세계선수권 자유형400m에서 3분46초04를 기록한 이후, 2월에는 3분45초03, 8월에는 3분44초73으로 기록이 단축됐다. 연맹관계자들은 “정확한 기록을 밝힐 수는 없지만, 최근 테스트 결과도 좋다”고 전한다. 박태환 역시 3일 호주전훈을 마치고 귀국하면서 “(몸상태가) 그 때(베이징올림픽 당시)만큼 좋아진 것 같다”고 답했다. 박태환의 자유형400m 개인최고기록은 베이징올림픽 금메달레이스 때 세운 3분41초86.
훈련의 결과는 폐활량의 회복으로도 나타났다. 2008년 7000cc에 육박했다가 올 초 6570cc까지 떨어졌던 폐활량이 8월 6800cc까지 상승했다. 현재는 7000cc에 이를 것이라는 평이다. 볼 코치 역시 8일 중국 광저우 시내의 한 호텔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박태환이 현재 400m랭킹 1위이고 그 뒤에 중국선수 2명이 따라오는 상황이라서 재미있는 경쟁이 될 것이다. 200m 세계랭킹이 6등인데 내 생각으로는 박태환이 (아시안게임에서) 랭킹을 더 올릴 수 있을 것으로 확신한다”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박태환은 “한번 해보고 싶었던 머리색이라 그냥 물들였다”고 웃은 뒤, “이제 경기가 다가온다는 실감이 난다. (장린이나 쑨양 등 경쟁자들과의 대결보다) 나 자신과의 싸움이라는 생각으로 임하겠다”고 밝혔다.태릉 | 전영희 기자 setupman@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사진 | 국경원 기자 onecut@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